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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비수 요시다, 운명의 주인공이 되다!

[2011 AFC 아시안컵 B그룹] 일본 1-1 요르단

11.01.10 08:19최종업데이트11.01.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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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무승부 소식을 알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the-afc.com) 첫 화면 ⓒ 아시아축구연맹

 

일본 축구팬 입장에서는 '도하의 비극' 두 번째판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축구 클럽 VVV-펜로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요시다 마야가 그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다가 다시 살려놓았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9일 밤 10시 15분 카타르 스포츠 클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B그룹 요르단과의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1993년 '도하'를 떠올리다

 

나카자와, 다나카 툴리우 등 가운데 수비를 책임지는 핵심 선수들이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했지만 일본은 이번 대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강팀이다. 그러나 출발이 좋지 못했다.

 

정규 시간 90분이 넘도록 일본이 0-1로 끌려갔던 것. 전반전 종료 직전에 요르단 미드필더 하산의 왼발 중거리슛에 먼저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볼 점유율도 70%-30% 정도로 월등하게 앞서 있었고 미드필드에서 공을 잘 돌리는 일본이기에 후반전 45분이 걱정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경기 종료 시간이 점점 다가올 무렵이었다. 아마도 일본 축구팬 입장에서는 '도하의 비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1993년 도하에서 벌어진 충격의 동점골 순간이 떠올랐다.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리그 1위에 올라 있던 일본은 이라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기는 바람에 밀려나 3위로 떨어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비극을 겪은 바 있다. 3위에 머물러 있던 한국으로서는 '도하의 기적'이고 일본으로서는 '도하의 비극'이 된 셈이다.

 

혼자서 왼발로 두 골, 이마로 한 골?

 

경기장에서 열심히 뛴 나머지 선수들이 들으면 섭섭하게 생각할 말이지만 이 경기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가운데 수비수 요시다 마야를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 스코어는 1-1이지만 요시다 혼자서 세 번의 골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는 골은 하나밖에 없지만 이 경기에서 골 라인을 통과한 세 번의 장면이 공교롭게도 모두 요시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미심쩍을 정도다.

 

곤노와 함께 일본의 가운데 수비를 맡은 요시다 마야는 경기 시작 27분만에 선취골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있던 그는 주장 하세베의 왼발 중거리슛이 요르단 문지기 샤피의 손에 맞고 나오자 왼발 받아차기로 골문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1부심의 깃발이 높이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다.

 

그리고 전반전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요르단의 첫 골이 터졌다. 공식 기록으로는 요르단 미드필더 하산의 왼발 중거리슛이지만 실제로 골이 된 이유는 그 공이 요시다의 왼발등에 맞고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몸 정면으로 깔려오는 공을 잡으려고 했던 일본 문지기 가와시마는 골이 되는 공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까지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요시다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남을 듯 보였다. 하지만 축구장의 신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추가 시간 2분에 다다를 무렵 짧게 처리한 왼쪽 코너킥을 받은 하세베 마코토는 오른발로 포물선을 크게 그리는 띄워주기를 골문 앞으로 날려보냈고 수비수 요시다는 솟구쳐올라 이마를 빛냈다. 믿기 어려운 한 편의 드라마가 또 한 번 축구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 하나의 우승 후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맞대결(17일 밤 10시 15분)을 앞두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8강 진출의 갈림길이 될만한 장면이었기에 승점 1점이라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 2011 AFC 아시안컵 B그룹 경기 결과, 9일 카타르 스포츠 클럽 스타디움

★ 일본 1-1 요르단 [득점 : 요시다(90+2분) / 하산(45분)]

◎ 일본 선수들
FW : 마에다(46분↔리 타다나리)
MF : 카가와 신지, 하세베, 혼다 케이스케(90분↔후지모토), 엔도, 마츠이(58분↔오카자키)
DF : 나카토모, 곤노, 요시다, 우치다
GK : 가와시마

◎ 요르단 선수들
FW : 압달라 디브(71분↔압델 하림)
MF : 오다이, 하산, 아부-하시하시, 압델라만, 아메르 디브
DF : 바셈 파티, 하템 아켈(79분↔드메이리), 바샤르, 살만
GK : 아메르 샤피

2011.01.10 08:1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1 AFC 아시안컵 B그룹 경기 결과, 9일 카타르 스포츠 클럽 스타디움

★ 일본 1-1 요르단 [득점 : 요시다(90+2분) / 하산(45분)]

◎ 일본 선수들
FW : 마에다(46분↔리 타다나리)
MF : 카가와 신지, 하세베, 혼다 케이스케(90분↔후지모토), 엔도, 마츠이(58분↔오카자키)
DF : 나카토모, 곤노, 요시다, 우치다
GK : 가와시마

◎ 요르단 선수들
FW : 압달라 디브(71분↔압델 하림)
MF : 오다이, 하산, 아부-하시하시, 압델라만, 아메르 디브
DF : 바셈 파티, 하템 아켈(79분↔드메이리), 바샤르, 살만
GK : 아메르 샤피
아시안컵 축구 일본 요르단 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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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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