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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비만 벡터맨보다 빛난 'SNL 코리아'의 풍자

스타들의 망가짐보다 주목받는 장진 감독의 한 마디

12.01.15 13:39최종업데이트12.01.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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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13년 만에 벡터맨으로 변신하여 화제를 모은 배우 김성수 ⓒ tvN


젠틀한 이미지의 김성수가 벡터맨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작 본인은 잊고 싶다는(?) 과거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놔둘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가 아니었다.

김성수뿐만 아니라 쟁쟁한 정치인들을 향한 강도 높은 풍자로 매회 화제를 모으는 SNL 코리아인 터라 과연 그들이 끄집어내는 김성수의 마지막 벡터맨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3년 전 날렵한 지구 용사 벡터맨은 어디 가고, 배불뚝이 아저씨 벡터맨(물론 설정이다)만 남아 한숨을 자아낸다. 벡터맨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지구의 영웅들도 어느덧 흰머리가 보이고 허리조차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는 소시민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이제 아이들도 더 이상 벡터맨, 배트맨에 열광하지 않는다. 벡터맨은 고사하고 어린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큰 어른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영웅이 없다고 한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사라지는 동안, 지구에는 악당들만 드글거리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없는 서민들의 생활을 팍팍해지는데 그들을 구출해줄 영웅은커녕 오히려 자기 몸 하나 사리기 바쁜 각박한 세태다. 이제 물리적으로 그들의 악행을 막고 대적할 수 있는 영웅은 거의 전멸한 듯하다.

개그맨이 사회를 향해 날리는 통쾌한 한마디가 주눅든 국민들에겐 카타르시스

벡터맨을 포함, 배트맨, 슈퍼맨 등 올드 히어로즈라고 부르는 영웅들은 더 이상 보기 어렵지만, 대신 우리에게는 육체적인 힘보다 더 무섭다는 날카로운 혀를 가진 새로운 영웅을 영접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기존의 영웅 대접 받아오던 슈퍼맨 혹은 정치인보다 사회를 향해 쓴 소리를 날리는 개그맨들이 대중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기 시작한지 오래이다.

그들은 과거처럼 보기만 해도 우람하고 범절 할 수 없는 강한 육체를 가지지는 않았다. 과거 영웅들처럼 직접적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그맨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향해 날리는 통쾌한 말 한 마디에 그동안 주눅들며 웅크리며 살아왔던 국민들은 활명수를 복용한 것 같은 속시원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정치인들도 하지 못한다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주며 새로운 히어로로 급부상 중이다.

에서 연출 겸 위크앤드 업데이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장진 감독 ⓒ tvN


유명 배우인 김성수는 <SNL 코리아>를 위해 무려 13년만에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는 벡터맨으로 분장하는 등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성수가 <SNL 코리아>에서 가장 빛나던 활약상은 벡터맨으로 변신했을 때가 아니라, 임재범의 '고해'를 개사하여 강용석 무소속 의원을 노래로 풍자했던 순간이다.

<SNL 코리아>가 케이블이라는 단점과 콩트가 다소 약하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공중파에서조차 하지 못하는 날카로운 풍자와 패러디를 이어나간다는 점이다. 어떤 스타급 게스트가 나와서 제대로 망가졌나보다, 소방차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고 목잡고 쓰러지는 경기도지사와, 정치권을 휩쓴 돈 봉투 사건을 두고 "부의를 받았다"는 강한 독설을 내뿜는 장진 감독에게 열띤 환호를 보내는 시청자들이다.

매번 정치인 출연을 희망했던 장진 감독의 뜻대로(?) 다음주 <SNL 코리아>는 이명박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곽승준이 출연한다고 한다. 등장 예고부터 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곽 위원장과 매회 강도 높은 풍자와 패러디를 선보이며, 성인들의 새로운 영웅으로 급부상한 장진 감독이 국가 현안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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