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다큐 3일> '보이는 대로'가 다는 아니겠지요

12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편...지울 수 없는 아쉬움

12.02.14 12:44최종업데이트12.02.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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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 서울 디지털 단지 전경 구로역에 위치한 서울 디지털 단지 ⓒ KBS


개그 콘서트가 끝나고 찾아오는 <다큐 3일>은 개그 콘서트의 왁자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한 잔의 맑은  차와도 같다. 그리고 먹구름 속에서 울던 천둥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소쩍새도 이제는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누님의 시선처럼, 세상 모든 곳을 관조적으로 3일 동안 바라본다.

늙은 소와 노인의 우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 소리>가 인기를 끌자 다큐멘터리에 있어 과연 연출자의 시각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비단 <워낭 소리> 뿐만이 아니다. 인기를 끌었던 <아마존의 눈물>은 물론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가볍게는 연출의 문제, 심각하게는 조작의 영역까지, 그 논쟁의 범위는 넓고도 깊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다큐멘터리 역시 사람의 일인지라 '연출'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인정하자는 추세다. 그런 면에서 <다큐 3일>에게 조금 더 '예리한 연출의 묘'를 요구하고자 한다.

<다큐 3일>은 72시간 동안 한 지역, 한 장소를 카메라가 지켜보는 방식이다. 열정도, 고통도, 그 현장과 카메라의 거리만큼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비춰진다.

그래서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던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런 방식들은 사라져 가는 혹은 사라질 것이 분명한 대상들과 마주했을 때, 그 관조적인 자세가 오히려 무기가 된다. 애써 무덤덤해지려는 듯해 더 애달프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12일 방송도 다르지 않았다. 한때 '구로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6,70년대 수출 한국의 한 몫을 담당했던 '굴뚝 산업'의 메카,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의 달라진 구색을 요모조모 살펴봤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가네'식의 관조적 자세는 '중소기업의 고사'란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안이한 자세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구로 공단'이래 아직도 이곳을 지키며 인쇄나 제조업이라는 영역을 지키는 장인들의, 비록 '공돌이'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수출 한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는 목소리를 그대로 전해준 것은 역사의 증언이었다.

또한 14만의 사람들이 매일 출근하는 이곳이 무시할 수 없는 산업 한국의 한 축이라는 것도 실감나게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에이전트의 납품 기한에 쫓기는 혹은 지원이 끊겨버려 중도에 멈춘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현실도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다큐가 마무리됐을 때 뭔가 겉핥기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짧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악기를 연습하고, 노래를 부르고, 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열정도 좋고, 새벽을 가르며 일터로 나와 장인 정신을 보이는 숙련 노동자의 모습도 좋았지만, '인력'과 '자본'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조금은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백만원짜리 악어 가죽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회사 대부분의 직원이 나이 지긋한 어른인 것을 보기만 해도 젊은 사람이 없구나란 생각이 드는데, 조금 더 '연출'의 생각이 깊었다면 그걸 그저 훑어 지나가는데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란 안타까움이 든다.

또한 살아남아 현대화된 기업들도 있지만 사라진 '구로 공단'의 굴뚝 산업은 어디로 갔으며, 새로운 '디지털 산업단지'의 그림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돈독한 우정을 나눈다는 나레이션 이상으로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보이는 그대로라는 것이 다큐의 정신이라지만, 때론 보이는 그대로 찍는 것이 현실의 왜곡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조금 더 날카롭게 '벼려진' <다큐 3일>을 기대해 본다.

다큐 3일 구로공단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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