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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가드는 명문대 출신, 최고 지성의 대결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운동선수와 운동 그 이후에 대한 준비

12.05.28 20:32최종업데이트12.05.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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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프로농구 NBA의 뉴욕 닉스에서 하버드대학 졸업생인 제리미 린의 열풍(이른바 린새니티)가 한창이었을 때, 뉴욕 닉스의 경기를 중계하던 TV캐스터가 린과 그의 동료인 랜드리 필즈가 가드로 출전하자 이런 코멘트를 했다.

"닉스에서는 린과 필즈가 가드로 나섰습니다. 제 아이들의 과외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은 가드들입니다."

린은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학 졸업생이고, 랜드리 필즈는 미국 서부의 명문인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생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 두 개의 대학을 다닌 두 사람에게 아이들 과외를 시켜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한국의 프로농구인 KBL을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하였다. 하지만, 그들을 보고 뛰어난 '운동선수'라고 하지, 뛰어난 '지성'이라고 표현하는 이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운동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하였다고 하더라도 결코 같은 대학을 졸업한 다른 평범한 학생들과 동등한 이른바 '지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예는 드물었고, 오히려 선수출신들은 운동선수출신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하여 남들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프로의 꿈과 그 좁은 문

모든 초, 중, 고등학교 한국 농구, 야구, 농구 운동선수의 꿈은 KBL이나 프로야구, K-리그등 프로리그에서 뛰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프로선수의 생활을 꿈을 꿈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프로리그에서 뛰는 이들은 선택받고, 축복받은 이들이다.

예를 들어, 올해 KBL 드래프트에서는 41명이 참가신청하여 그 중 단 19명만이 선택을 받아 46.3%의 취업률을 보였다. 하지만 처음에 운동을 시작하였을 무렵에는 이들 41명만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보다 더많은 선수들이 운동을 시작하여 도중 부상으로 혹은 진학에 실패하여 드래프트에 참가신청하는 41명이 되어보지도 못한 채, 그들의 운동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끝낸다.

설사 드래프트에 선택되어 프로의 문턱을 넘는다고 할 지라도 한정된 로스터의 숫자와 매년 새로이 입단하는 선수들 때문에, 조만간 팀에 의하여 강제로 은퇴의 길로 내몰리게 된다. 며칠 전 은퇴한 KIA의 이종범 선수처럼 40대까지 프로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평균운동수명(입단한 운동선수가 얼마나 오랜기간 프로구단에 남아있는 지)에 대한 한국의 통계자료는 정확히 없으나, 미국 미식축구리그(NFL)는 약 3년 정도 된다고 한다. 즉,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 바늘구멍을 통과한 대부분의 프로 미식 축구선수의 경우에 프로에 입단하고 3년 이내에는 프로선수로서의 생활을 접고, 현역 선수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바늘구멍을 통과한 프로선수 출신 중에서 감독이나 코치와 같이 운동으로 생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은 또 다른 바늘구멍이다.

우리보다 훨씬 스포츠에 대한 저변이 넓은 미국이 이럴 진데, 한국처럼 스포츠에 대한 인프라가 열악하고, 갈수록 아마추어 팀들이 줄어가는 국가에서 현역 은퇴 후 감독과 같은 운동을 직업으로 갖는 직업을 가진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많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그들의 자녀가 초, 중, 고등학교에서 운동선수가 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도록 하고 있어, 이는 초, 중, 고등학교 선수들의 숫자의 계속된 감소와, 이로 인한 필연적으로 한국 스포츠 토양의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달리 생각해보면, 어떠한 학부모가 자식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에 어려울 것이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길을 자식에게 권유하겠는가.

운동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의 필요

미국의 많은 대학 운동선수들은 자신이 프로팀에 들어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자가 수강하였던 '스포츠법'의 교수도 기자가 다녔던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선수로 뛰었었던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그 지역에서는 꽤 유망한 수비수였고, 대학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는 대학교 재학 중 자신이 NFL에 드래프트 되지 않을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활약함과 동시에 대학졸업 이후의 삶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다.

그의 선택은 변호사로서의 삶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운동선수로서는 은퇴하였고, 로스쿨입학시험을 치르고, 모교 로스쿨에 입학하였다. 이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들으며 변호사시험을 준비해 합격하여, 현재는 변호사로서 로펌을 운영하며 형사사건과 스포츠사건을 전담하고 있고, 모교 로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가 운동선수에서 로스쿨 학생으로 그리고 변호사로 변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그가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에도 다른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수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라고 하여도 수업에 충실하게 참석하고, 과제를 제출하면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길을 겪어왔기 때문에, 대학 졸업에 따른 은퇴에 직면함에도 로스쿨 진학을 꿈꾸었고, 로스쿨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하고, 성공적인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운동경기 연습에 매진하면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과제를 제출하고, 밤 새워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교수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예들이 있다. NCAA 토너먼트 8강전에서 노스 캐롤라이나대학의 라샤드 맥캔츠(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1대1 전담 수비하였던 한 선수는 현재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다. 우리에게 MLB 슈퍼에이전트로 알려진 스콧 보라스는 마이너리그 선수를 하다가 변호사가 된 경우이다.

이러한 예중에 가장 극적인 경우는 미국 연방대법관이었던 바이런 화이트 대법관(1917-2002)일 것이다. 화이트 대법관은 대학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이고, 프로 미식 선수로 뛰었던 3시즌 동안 3번의 올스타 선발, 2번의 러싱 챔피언을 수상한 당시 NFL에서 가장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였다. 반면,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등 수재만이 받는다는 로즈 장학금을 받은 장학생으로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유학까지 한 수재였다.

2차대전 참전 직전까지 촉망받는 미식축구선수였던 그는, 2차대전이 발발하자 미해군에서 복무하였다. 종전 후 미식축구선수로서의 캐리어를 접고,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미국 최고의 로스쿨인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하였고, 최우등으로 졸업하였다. 이후 성공적인 로펌 변호사 생활을 한 후 45세에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선출되어 21년간의 성공적인 대법관 생활을 하고 은퇴하였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의 규제

이렇듯 운동선수들에게 수업참여, 시험참석 등의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영위하기 시키기 위하여,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는 학업에 대한 강력한 규칙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시에 엄격한 규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일정 정도의 학업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대학 간의 대외 경기에 대한 출전자체가 금지된다. 가끔씩은 유명 대학팀의 슈퍼스타가 학업 부진 등을 이유로 출전이 금지되기도 하여 기사에 크게 실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 측에게도 경기력의 큰 손실을 야기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대학들은 운동선수들을 위하여 학습보조센터 등를 두거나, 일반 학생들 중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들에게 운동선수들의 학습과외를 시키는 등으로 운동선수들의 학업성적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때때로 운동선수들이 컨닝을 하거나, 혹은 학교가 대출이나 리포트의 대신 작성해주는 것을 용인하거나, 감시를 소홀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운동선수들이 학점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대학스포츠협회에 발각되었을 시에는 운동선수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의 숫자를 제한하거나 혹은 심한 위반의 경우에는 그해의 기록자체를 소멸시키곤 한다(시카고 불스의 데릭 로즈의 멤피스 대학 부정입학 건으로 멤피스 대학은 그해 기록이 모두 말소되고, 그 후 장학금의 숫자를 제한당했다).

따라서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많은 규칙을 만들고 NCAA 규칙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가능한 것은 운동선수들이 초등학교에서부터 단지 운동에만 충실한 운동기계가 되는 아닌 학습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훈련받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운동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로서의 정규교육의 중요성

최근 한국 대학 농구, 축구리그 등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일정 기간 동안 대회를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처럼 홈앤드어웨이로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를 통하여 타지에서 경기가 있기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학교 수업을 듣지 않고 합숙해야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의 대학교로 하루 원정을 다녀서 수업에는 전혀 지장이 가지 않게 되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경기방식의 혁신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고등학교 주말리그 등과 맞물려서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어내는 것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만으로는 아직은 부족하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은 운동과 학업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 출신들은 장기간의 운동과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학습시간으로 인하여, 청소년기에 학습 습관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못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하여서는 대학스포츠연맹을 비롯한 중, 고등연맹들이 더욱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미국처럼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여, 학업에 미진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학생들은 과감히 출전을 금지시키고, 학생의 출신 학교에게도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학생 운동선수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점이 우선시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운동선수가 우선시 되어, 프로가 되기 전 혹은 프로선수가 된 후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운동 이외의 다른 일반적인 생활을 영위하였던 경험이 부족하여, 운동 이외의 삶에 대하여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것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학교생활은 단순히 교과서 안의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교우들 간의 관계나 책상 앞에서 끈기 있게 앉아 있는 법 등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언젠가 미래에 우리나라 KBL 경기의 농구중계에서 캐스터가 "양팀 가드는 고려대와 연세대를 졸업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지성 간의 대결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전 뉴욕 양키스 셋업맨 출신이자, 프로야구 두산의 마무리 투수 프록터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에 지도자의 길뿐만 아니라, 증권중개인의 길도 생각중이라며, 올 시즌이 끝난 후에 증권중개인 시험을 치르고 싶다고 하였다. 한국의 프로선수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의 계획으로 운동 지도자의 길이 아닌,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되겠다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의사가 된다거나, 회계 등의 지식을 이용하여 금융맨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는 인터뷰가 흔히 보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학습 운동선수 NC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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