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현실에도 존재하는 <유령> 성연고 괴담

[드라마리뷰] "밟히고 싶지 않으면 밟고 일어서!"…입시 지옥은 현재 진행형

12.06.22 09:53최종업데이트12.06.22 09:59
원고료로 응원

지난 21일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유령> 한 장면 ⓒ SBS


SBS 수목드라마 <유령>에서 시청자들의 간담을 오싹하게 하던 성연고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같은 학교 학생들을 연이어 사지에 몰아넣고 그들에게 보낸 메일을 감쪽같이 지우는 등 계획적인 살인 수법을 행했던 정미영은 자신의 범행이 들통 나는 순간에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걔네들 스스로 죽은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평소 지는 것을 싫어해 극도의 스트레스 증세로 이상행동을 보이던 정미영. 정도 차이일 뿐, 성연고 학생들 대부분은 성적과 등수에 심각한 강박 증세를 보여 왔다. 같은 학교 동급생이 연이어 죽었음에도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관심사는 '시험지 유출'로 인해 행운의 전교 1등을 차지할 누군가다. 몇몇 학생이 시험을 망쳤다며 목 놓아 울부짖는 와중에도 또 다른 학생은 시끄러워 공부를 못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친다.

학생들의 연쇄 살인사건에도 학교는 시험 일정을 그대로 강행하기 바쁘다. 그리고 시험지 유출, 전설의 답안지 괴담으로 불안감을 떨고 있는 학생들에게 성연고 교사들은 "밟히고 싶지 않으면 밟고 일어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경쟁자다. 한 눈 팔면 낙오자 되는 세상이다"라고 경고한다. 성연고에 입학하는 순간 귀에 박히도록 그 말을 들어온 학생들은 급기야 친구를 죽이는 와중에도 "밟히고 싶지 않으면 밟고 일어나라고 하지 않았나. 지면 끝이라고 하지 않았나."면서 자신의 발에 밟힌 동급생들의 무능함만 탓한다.

영화 <배틀로얄>, 그리고 현실과 닮은 성연고

지난 21일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유령> 한 장면 ⓒ SBS


일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처참히 무너지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 성연고등학교의 실태는 영화 <배틀 로얄>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학생들은 살기 위해서 목숨 걸고 총성 없는 전쟁터에 뛰어들었고, 경쟁자를 짓밟고 살아남는 것만 강요받았다. 승자에게는 한 학기 천만 원 등록금을 감할 수 있는 장학금과 명문대 입학이 보장되지만, 대다수의 패자에게는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무력한 패배감이 그들 스스로를 짓누르게 이른다.

성연고의 어느 누구도 학생들에게 '상생'과 '공생'을 가르쳐 준 이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코앞에 닥친 기말고사를 이유로 동급생 장례식에 문상조차 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미 학교 측에 의해 '나를 제외한 모두는 경쟁자'라고 세뇌당한 학생들은 누가 죽든 말든 기말 고사에서 옆 자리에 앉은 누군가를 제치고 좋은 성적 받는 데만 몰두해있다.

다소 왜곡,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드라마 <유령> 속 성연고는 슬프게도 우리네 학교 현장과 많이 닮아 있었다. 9년 전 유강미(이연희 분)의 룸메이트 권은솔을 자살로 몰아넣은 성연고 학생들은 2012년 지금도 자신의 경쟁자라는 이유로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

지난 21일 SBS 수목 드라마 <유령> 한 장면 ⓒ SBS


그래도 9년 전 학교 폭력 가해 동조자 강미는 친구 은솔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경찰이 되었지만 살인을 저지른 정미영은 자기 때문에 죽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기색도 없다. 하지만 성연고는 행여나 대한민국 최고 명문 사립고 명예에 '누'가 될까봐 9년 동안 암암리에 지속되어온 학교 내 폭력과 끔찍한 사건, 사고를 쉬쉬하기만 급급하다.

비싼 학비를 면하고자 장학금을 받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 피해 학생들과 그들의 목숨을 노린 여학생의 끔찍한 범행 후에도 성연고는 늘 그래왔듯이 학생들에게 경쟁 심리를 부추기고 입시 지옥에 몰아넣을 것이다.

성적 때문에 같은 학교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학생들의 잔인함을 탓할 뿐 갈수록 잔인해지는 학생들을 치유해줄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해주지 않는 어른들은 여전히 성연고와 같이 비싼 학비에 수월성 교육을 선보이는 명문고를 만들기 바쁘다.

심지어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반평균 깎아먹는 어린 학생을 밤늦게 까지 남게 하여 공부시키는 '열의'를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유령, 학교 괴담보다 무섭다는 입시 지옥은 지금 이순간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유령>의 시청률은 다시 소폭 상승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1일 방송된 <유령>은 전국기준 11.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일 방송분이 기록한 10.8%보다 0.4%P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각시탈>은 시청률 15.5%로 수목극 1위를 차지했으며, MBC <아이두 아이두>는 8.9%를 기록했다.

유령 학교 교육 입시 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