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TV리뷰]"엄마, 난 어떻게 태어났어요?"

[TV리뷰]자연주의 출산을 말하다 - ‘아기, 어떻게 낳을까’

12.06.26 15:05최종업데이트12.06.26 15:05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언젠가 같은 동네에 사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 대여섯 명과 놀아줄 기회가 있었다. 아이를 맡기고 가신 어머니 중 한 분이 임신하신 것을 보고 혹시나 싶어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얘들아, 너희들 혹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기억나니?" 호기심에 물은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놀라웠다. "네. 깜깜했어요." "따뜻했던 기억이 나요." 신나서 서로 먼저 대답하는 아이들 중, 어른들을 가장 웃게 만든 대답은 이것이었다. "아, 그땐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어요~"

이번주 SBS 스페셜에서는 '자연주의 출산'이 무엇인지, 그 편견과 오해들에 대해 다뤘다. ⓒ SBS


태교만큼 중요한 출산 방법, 생각해 보셨나요?

24일 밤 SBS 스페셜 <아기, 어떻게 낳을까>에서는 이런 출산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화두를 던진다. 자연분만이 희귀해지고 인공분만이 당연해진 시대, 아기는 정말 꼭 병원에서 낳아야만 하는 걸까? 인공적으로 출산할 경우 엄마와 아기의 몸에는 어떤 영향들이 있을까? 자연출산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섭고 위험한 것일까?

자연출산을 경험한 송영선 씨가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 SBS


방송은 자연출산을 직접 경험한 산모들을 비롯해 이현경(배우)․최정원(뮤지컬배우)씨 등 연예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나간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연주의 출산(이하 자연출산)'이란 촉진제와 무통주사 같은 의학적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산모 스스로 하는 출산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연 출산율은 1% 미만, 즉 산모의 99%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있는 상황이라고. 

최정원 씨는 2000년 당시 SBS를 통해 수중분만 과정을 그대로 방송했다. ⓒ SBS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제작진은 특히 사람들이 '자연출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자연출산은 무통주사를 맞지 않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이 아프고 무서울 뿐만 아니라 산모와 아기가 잘못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편견들 말이다. 방송은 이런 추측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자연출산을 실시하고 있는 국내와 해외 병원들을 찾아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며 오해들을 바로잡는다. 내레이션은 방송인 이금희 씨가 맡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여성이 몸이 자연출산에 맞게 완벽히 만들어져 있다고 말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버딩프롬위드인(Birthing from within)' 대표. ⓒ SBS


오해1. 고통스럽다? → "참을 만하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는 자연출산이 병원출산보다 훨씬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출산이라고 해서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의사가 직접 자궁을 검사하는 내진(內診)과 출산 전 털을 제거하는 제모, 관장 등 산모를 힘들게 만드는 '출산 굴욕 3종 세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일반 산부인과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회음부 절개는 출산 후에도 산모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방송에 따르면 이는 미국에서도 6년 전에 사라진 시술이라고.

자연출산은 어떨까. 이를 직접 경험한 임산부들은 하나같이 "참을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병원에서와는 달리 거실이나 화장실처럼 자신이 늘 생활하는 환경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진행되는 출산은 상상보다는 덜 고통스럽다는 설명이다. 출산 과정을 그대로 방영한 일본인 마츠오카 사츠코 씨는 출산 후 한참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환희가 차올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내게 꼭 필요한 출산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산 시에는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돼 고통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자연출산을 할 경우 일반 산모들보다 6.5배나 많은 옥시토신이 나와 출산을 돕는다고. 

병원에서 첫 아이를 낳고 '출산은 의료가 아니다'를 깨달았다는 사츠코 씨. ⓒ SBS


오해2. 위험하다? → "믿을 만하다"

더불어 자연출산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료인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으며, 충분히 교육받은 조산사가 곁에 있다면 자연출산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자연주의 출산을 권고하는 산부인과 의사 정환욱 씨도 "남편과 산모의 힘으로 낳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전체 출산에서 약 95%를 차지한다"며 "산전 관리를 통해 위험군으로 분류된 나머지 5%는 병원 출산을 하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방송은 또한 마취주사를 맞고 아이를 낳는 인공 분만시 과도한 의료 개입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문제는 없을까. 방송은 자연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엄마와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등 더욱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의사 아키라 이케가와 씨가 인공 분만에서 자연주의 출산으로 방법을 바꾼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아키라 씨는 병원 직원의 일곱 살 조카가 "칼이 엄마 배를 찔렀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 다리를 붙잡혀 밖으로 나왔다"고 무서워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인공 분만이 엄마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이상 행동을 반복해 치료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자연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유대감이 더욱 높다고 프로그램은 설명한다. ⓒ SBS


아이들이 직접 태어날 때를 기억하며 쓴 글. 매우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 SBS


다시, '선택할 자유'를 산모에게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따뜻한 욕조와 은은한 조명 아래 아이를 맞이하고,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울거나 떼쓰지 않는다 등 자연주의 출산이 가진 장점에 대해 차근차근 설득해나간다. 그러나 한국은 제왕절개 비율이 36%로 OECD 국가들 중 3위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이 현실이다(2010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더구나 일반인들이 자연출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보험공단이 병원에 수중분만 코드를 규정해놓지 않은 점은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제작진은 지적한다. 최소한 '선택할 권리'만큼은 다시 산모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연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엄마와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 SBS


시청자 중 한 명은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아내가 8월에 출산 예정인데 자연 분만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시도해보려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PD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두'란 모토로 만들어지는 SBS 스페셜은 최근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6월 10일자)', '준석이와 영경이의 명랑정치 도전기(6월 3일자)' 등 참신한 기획과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를 내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출산 이야기로 297회를 맞은 제작진이 또 어떤 질 높은 방송을 준비하고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아기, 어떻게 낳을까'를 비롯해 2009년 2월 이후 방송된 SBS 스페셜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http://yoosungae.tistory.com)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자연출산 SBS스페셜 자연주의 출산 인공분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