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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에 아이폰 달고 찍는 영화, "100만원 모았어요"

소셜펀딩 '텀블벅' 통해 프로젝트 지원 받은 단편 애니메이션 <총알이다>

12.07.15 13:51최종업데이트12.07.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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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보 스튜디오의 홍대영 감독이 제작 중인 12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총알이다(I am a bullet)> ⓒ 깜보 스튜디오


몇 년 전, 정부 산하의 문화콘텐츠 기관 관계자에게 다양한 성격의 애니메이션에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감독이 만들고 싶은 작품은 자기 돈으로 만들어야죠. 나라에서는 산업에 도움이 될 작품에 지원해야 합니다."

얼마 전, 소셜펀딩(프로젝트를 위한 소액 후원을 받는 소셜 웹 커뮤니티) 업체 텀블벅(www.tumblbug.com)에 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글이 올랐다. 사람을 죽이기 싫어하는 총알들이 발사돼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홍대영 감독(깜보 스튜디오)의 <총알이다(I am a bullet)>다. 산업에 도움이 될 작품인지는 모르겠고, 그저 이렇게 저렇게 재밌게 만들겠으니 돈을 좀 보태달라는 이 당돌한 프로젝트에 105만 7500원이 모였다. 목표 금액인 100만원을 조금 넘겼다.

텀블벅은 독립적인 문화 창작자들을 위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이다.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길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가 모이는 공간이다. 지난 4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박성미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희망버스, 러브스토리>와 이수정 감독의 다큐 <깔깔깔 희망버스>도 이곳에서 일부 제작비를 지원 받았고,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오멸 감독의 독립영화 <지슬>이 현재 모자란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독립적인 문화 창작자들을 위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www.tumblbug.com) ⓒ 텀블벅


"소셜펀딩, 제작 자유롭고 홍보효과도 있어"

<총알이다>를 만들고 있는 홍대영 감독과 깜보 스튜디오 역시 주변 감독들이 텀블벅 페이지를 후원처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이에 도전했다. 결과는 목표금액 달성 실패. 200만 원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120여만 원을 모으는 것으로 그쳤다.

하지만 기회는 또 찾아왔다. 지난 6월, 텀블벅과 연계한 부천문화재단 창작워크숍스튜디오의 통섭형 콘텐츠 제작지원 공모전에서 선정된 것. 홍대영 감독은 <총알이다>의 후원금 목표치를 100만 원으로 낮춰 다시 지원했고, 목표금액을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부천문화재단의 지원금까지 더해 200만 원을 받게 됐다. 

이렇게 모인 제작비는 전쟁터의 화염과 폭발을 표현하기 위한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와 음악 작곡, 효과음 제작, 목소리 녹음 등에 두루 쓰인다. 대부분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나머지 제작비는 자체조달이다.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녹화 장비도 손수 제작했다. 헬멧에 아이폰을 매달아 얼굴을 찍기로 한 것. 주인공이 팔다리가 없는 총알이다 보니, 감정표현의 전부가 될 표정 연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대영 감독은 고가의 모션캡처 장비를 살 수 없어, 헬맷에 아이폰을 매달아 배우의 얼굴 표정을 녹화하는 장비를 제작했다. ⓒ 깜보 스튜디오


고가의 모션캡처 장비를 살 수 없어 만든 '저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션캡처처럼 움직임을 자동으로 데이터화시키지 못하지만, 얼굴을 고정해서 위치를 잡아주고 표정을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단다. 여기에는 정동철·최효성·요나 등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제까지 제작비를 조달하기 어려운 단편·독립작품들이 의지했던 것은 주로 정부 산하 기관의 제작지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예술보다는 문화콘텐츠로서 산업의 방향성에 맞춰야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는 토로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 소셜펀딩 프로젝트에 도전한 홍대영 감독은 "제작도 자유롭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만큼 홍보효과도 된다"며 "후원금 액수가 좀 더 커진다면 영화 제작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50% 정도 완성된 <총알이다>는 올 10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면 텀블벅을 통한 후원 금액에 따라, DVD와 상영파티 초청권 등을 증정한다. 깜보 스튜디오는 2006년부터 7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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