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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의 의료현실...'혈압약'은 누가 처방하나요?

리얼리즘 앞세운 <골든타임>. 의료 현실을 풍자한 또 하나의 수작

12.07.25 10:24최종업데이트12.07.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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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영한 MBC <골든타임> 한 장면 ⓒ MBC


지난 23일 방영한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 최인혁(이성민 분)은 위급한 환자를 살려놓고도 병원의 규율을 어겼다는 죄로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더 가관은 최인혁이 응급실을 떠난 세중대 병원이다.

지난 24일 최인혁 없는 세중대 병원은 '아비규환'이었다. 우리에게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골든타임> 속 의사들은 버스에 치여 응급실로 실려 온 17세 여자 환자가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목에는 파편이 박혀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 "중환자실도 없고 수술할 의사도 없다"며 태연히 환자를 돌려보낸다.

환자의 위급한 상태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입원시키지만 문제는 세중대 병원에는 그 어린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다. 아직 인턴인 이민우(이선균 분)은 수술을 할 만한 의사들을 찾아가 부탁했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수술 중이거나 회진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다. 아예 직접 수술 중인 의사들을 찾아가 부탁을 해보지만 그들은 자기 영역이 아니라면서 거절하기 일쑤다.

결국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했던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했고, 골드타임을 놓친 그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드라마 속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소녀를 통해 느껴지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끔찍한 상황이 혹시 나,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환자를 살릴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기보다 자신들의 안락한 입지를 방해하는 최인혁을 자를 수 있는 빌미에 박수치는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는 자신들의 본분보다 병원 내 지위, 의사라는 지위에만 관심 있어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응급 환자를 살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자신들 고유의 전문성만 강조하며, "내 책임이 아니다."면서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쁘다.

우리 의료 시스템의 고질병을 집중 해부

SBS <추적자>가 종영하자마자 시청률이 급상승한 <골든타임>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히포클라테스 선언을 망각해버린 일부 의사들의 악행이 아니다. 최인혁처럼 각 분야를 넘어 환자 살리는데 주력하는 의사가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서도 조직 체계 지키기 급급한 충실한 조직원을 배출해내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고질병을 집중 해부하고자 한다.

때문에 <골든타임>은 의사들 간의 권력암투가 돋보인 MBC <하얀거탑>, KBS <브레인>보다 더 리얼하고 날카롭게 조직 서열과 허울뿐인 전문성에 충성스러운 의사들을 클로즈업한다. 이리저리 행여나 위급 상황에서 그런 의사들을 만날까 겁나는 시청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잔인한 현실이 화가 날 지경이다.

<추적자>가 정치, 법조계를 내세워 권력에 눈이 먼 인간 군상을 비판했다면 <골든타임>은 위급한 환자 목숨을 두고 태연히 권력 다툼 벌이는 병원 내 조직원을 통해 통렬하게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비판한다. 리얼리즘을 앞세워 냉철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던 이 시대의 수작 <추적자>의 아쉬움을 달랠 또 하나의 볼 만한 드라마가 나왔다. 다만 <추적자> 때와 마찬가지로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미리 혈압약을 챙겨 드실 필요가 있겠다.

한편 지난 24일 방영한 <골든타임>은 시청률 13.6%(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골든타임 이선균 병원 이성민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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