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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돌아보니 아련한 풋풋한 시절

[영화리뷰]사과처럼 상큼한 첫사랑...추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 시간'

12.08.26 13:58최종업데이트12.08.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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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 장면 ⓒ 미로비젼


홍콩의 4대 천왕이 지금의 한류스타마냥 아시아 전역을 휩쓸던 1994년. 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년 커징텅(가진동)의 친구들은 예쁘장하게 생긴 모범생 션자이(진연희)를 좋아한다. 하지만 커징텅의 관심사는 온통 대만 모든 남성들의 로망 천녀유혼 '왕조현' 뿐이다. 언젠가는 왕조현에게 듬직한 남자가 되어 그녀 앞에 서겠다며 이소룡의 무술을 연마하던 유치한 커징텅에도 드디어 좋아하는 '소녀'가 생겼다.

대만판 <건축학개론>이란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 소녀>)는 1990년대의 일상에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얹었다. 대만인들에게 1990년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열광하는 '1990년'보다 더 화려했던 기억인지도 모른다.

대만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왕조현이 아시아 전 남성을 열광시키고, 옆 나라 홍콩의 4대 천왕(곽부성, 여명, 유덕화, 장학우) 부럽지 않은 대만 판 4소 천왕의 임지령, 금성무, 소유붕 등이 대만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시점. <그 소녀>는 한 남성의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과 절정을 이루던 90년대 대만의 대중문화를 결합시켜 찬란했던 그 시절 기억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중학교 내내 같은 반이였지만 모범생과 문제아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커징텅과 션자이의 사이는 여느 때처럼 교실에서 사고를 친 커징텅. 그리고 션자이가 커징텅의 특별 감시를 맡게 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이후 커징텅은 영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션자이를 도와주게 되고, 고마움에 션자이는 커징텅의 학업을 도와주면서 두 소년소녀가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함께 하는 날들이 많아질수록 어느 덧 왕조현 밖에 모르던 소년의 마음은 온통 션자이로 물들게 되고, 션자이 역시 커징텅을 좋아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만에서도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공식이 맞아 떨어지는지 안타깝게도 두 소년소녀의 사이는 점점 어긋나게 된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 사랑은 그 첫 사랑을 억지로 떠나 보내야하는 소년에게는 비극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시작하기 전 설레는 감정이라고." 속삭이는 명대사는 오히려 아련한 추억으로 고이 남길 수 있어서 좋았던 그 때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1983년에도 불구 1991년생의 풋풋한 가진동과 쌍벽을 이루는 절대동안 진연희는 모든 소년이 가슴에 품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그 소녀>를 계기로 중화권이 주목하는 배우로 우뚝 선 가진동은 누나들의 외로운 가슴에 활활 불을 지핀다. 하지만 배우만으로 이 상큼 발랄한 영화를 규정지을 순 없다.

첫 사랑과 실패한 다수의 모두에게 슬픈 이야기이지만, 유치한 명랑함으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었던 <그 소녀>.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혀 지지 않는 우리의 지난날과 그 때 꿈꾸었던 그 아이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아름답고 설렜고 아련하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건축학개론 가진동 구파도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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