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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이야기를 완성하는 배경음악의 힘

'응요일'의 플레이리스트, 그 장면 살린 이 노래

12.09.12 20:45최종업데이트12.09.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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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한 장면 ⓒ CJ E&M


배경음악(BGM)이 이렇게 큰 역할을 했던 적이 또 있을까.

1990년대를 추억하는 tvN <응답하라 1997>은 그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이 더 고개를 끄덕이며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삐삐, PCS, PC통신 등 시대적 상징물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듣기 힘든 그 당시 인기곡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각 장면마다 흐르는 BGM은 배경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그 장면이 담고 있는 감정까지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BGM까지가 이야기의 완성형이다.

1세대 아이돌 팬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의 '빠순이 생활'이 주를 이뤘던 극 초반에는 당대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H.O.T와 젝스키스의 인기곡들이 BGM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아마 <응답하라 1997>이 빠순이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시원이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오빠' 대신 내 옆의 사랑에 눈을 뜨는 성장기를 겪으면서, BGM도 당시 사연 하나쯤 생각날만한 감수성 짙은 발라드곡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말로 전하지 못한 진심, 노래에 있다

무엇보다 자주 등장하며 재조명된 곡은 성시원(정은지 분)과 윤윤제(서인국 분)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델리스파이스의 '고백'(2003)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다시피 하며 친구로 지냈지만, 2005년이 되어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된 두 사람의 연애사를 이 노래가 관통하고 있다. 윤제와 시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1화에서 처음 등장, 11화의 밤늦게 귀가하는 시원을 걱정하던 윤제가 달려와 집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에서 다시 흘렀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던 14화 병원 계단에서의 키스신에서 재등장했다. 

tvN <응답하라 1997> 14화에 등장한 계단 키스신 ⓒ CJ E&M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며 오랫동안 '첫사랑'의 감성을 대변해온 '고백'은 작사·작곡을 한 김민규가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만화(를 빙자한 연애물) 'H2'를 본 후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소꿉친구로 친남매처럼 지내던 남녀와 또 다른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렸던 내용은 <응답하라 1997>의 윤제와 시원의 사이와도 다소 닮아있다.

<응답하라 1997> BGM의 또 다른 수혜자는 김동률이다. 헤어진 연인도 재회하게 만든다는 전설의 노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는 13화에서 시원이 자신을 6년 동안이나 피했던 윤제에게 "친구가 아니라 남자로 좋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흘렀다.

이외에도 김동률의 목소리는 그가 활동했던 그룹 전람회와 카니발의 곡을 통해 '깨알 같이' 등장했다. 카니발의 '그녀를 잡아요'(1997)가 7화 학찬이 유정에게 십자수 쿠션을 선물로 주는 장면에서, 전람회의 '취중진담'(1996)이 10화 준희가 윤제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왔다. "누굴 좋아하냐"는 윤제의 질문에 "니"라고 답했지만, 장난으로 마무리 됐던 이 장면의 진심은 '취중진담'이라는 BGM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7> 15화의 BGM에서는 시원-윤제-태웅 사이의 상반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한 윤제와 시원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여행스케치의 '왠지 느낌이 좋아'(2000)로 꾸며졌지만, 시원이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이자 윤제의 친형인 태웅의 전화를 받을 때는 이기찬의 이별노래인 '또 한번 사랑은 가고'(2003)가 흘렀다. 결국 태웅이 동생인 윤제의 맞선 자리에 대신 나가고, 윤제를 시원에게 보낸 장면에서 흐른 곡은 miS=mR의 '널 위한거야'(1996)다.  

종영 1회만을 남긴 <응답하라 1997>은 아직 '성시원의 남편은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한 진심을 대신했던 BGM으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할지. 마지막회의 제목인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응답하라 1997 응요일 델리스파이스 고백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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