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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 박시후, '이것' 입증해야 산다

국과수 분석과 대치되는 측근 주장…문제는 '강제성'이다

13.03.13 18:52최종업데이트13.03.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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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박시후를 고소한 지난 2월 15일 오후 11시가 지나자 갑자기 속이 메스껍다며 임신을 걱정하고 있다. 성관계를 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갑자기 임신을 운운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7일 오후 박시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푸르메가 배포한 보도자료 중)

#2.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A씨의 체액과 혈액 등을 채취한 산부인과 자료에서 검출된 남성 유전자는 박시후의 유전자와 같다. (11일 관할서인 서부경찰서가 밝힌 유전자 감정 결과 중)

#3. 박시후의 말에 따르면 성관계 당시 A씨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두 차례 모두 아주 적극적으로 성관계에 임했다. A씨가 피임까지 요구해 박시후가 콘돔까지 착용했다. 만취 상태의 준강간에서 A씨가 그런 반응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박시후의 측근이 통신사 <뉴시스>와 인터뷰한 내용 중)

지난 1일 서부경찰서에 출석한 배우 박시후 ⓒ 이정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박시후와 이 사건에 연루된 후배 K씨, 고소인 A씨가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 15일 고소장 접수 후 1개월가량 흘렀지만 양측의 거센 진실공방 속에 사건의 시시비비는 아직도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찰이 확보한 증거자료와 박시후의 법률대리인이 내세운 증거, 또 박시후 측근의 증언이 엇갈리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사항이 가장 대표적이다. 특히 박시후의 측근이 주장하는 세 번째 항목은 두 번째 항목과 대치된다.

일단 두 번째와 세 번째 항목을 보자. 박시후의 측근이 주장한 대로 박시후가 성관계 당시 A씨의 요구에 따라 피임도구를 착용했다면 국과수가 분석한 A씨의 산부인과 자료에서 박시후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시후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서부경찰서는 감정 결과를 밝혔다. 분석 결과는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둘 중 하나는 진실이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성관계의 명백한 증거인 '정액' 검출이나, 성폭행과 관련된 직접적 피해에 대한 증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성기에서 검출한 체액 중에서 특정 인물의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것은 성폭행을 주장하는 피의자나, 가해자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상호간 신체적 접촉의 증거로서 유전자 검출은 "성폭행을 당했다"와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해자의 진술 중 그 어느 쪽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하지만 피해자가 주장하는 가해자(박시후)의 유전자가 발견됐기 됐기 때문에 상호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핵심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박시후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압적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졌느냐 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법률적 판단은 그 길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이제 첫 번째 항목을 보자. 박시후 측 변호인은 A씨가 임신을 걱정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 전문을 공개하며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며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박시후의 첫 입장처럼 "마음을 나눈" 게 아니라 A씨의 주장대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더욱 임신 가능성에 예민하지 않을까. 국과수의 유전자 분석 결과 역시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다.

박시후와 후배 K씨, 고소인 A씨는 이제 서부경찰서에서 대질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A씨의 측근 B씨,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C씨 등이 언급되면서 이 사건은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정작 시간이 갈수록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

"억울하다" "속았다"는 등의 말은 이제 필요 없다. 이제 박시후가 입증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다. 그가 실제로 A씨와 성관계 당시 그의 요구에 따라 박시후가 스스로 피임도구를 착용했느냐는 것이다. 당시 A씨가 이를 요구했다면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미이므로 '강제성'에 대한 부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부분이 단순히 측근의 '주장'에 그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박시후 성폭행 혐의 고소 거짓말탐지기 대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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