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루마의 음악, 클래식 본고장 독일을 울리다

[인터뷰] 연주곡으로 세계적 바람 불러 일으키는 비결 "공기 같은 음악"

13.04.25 11:05최종업데이트13.04.27 19:42
원고료로 응원

이루마 ⓒ 소니뮤직코리아


'강남스타일' '젠틀맨'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 싸이뿐만 아니라 다수의 케이팝 스타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35)도 조용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나 유럽에서 이루마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지난해 5월 한국에서 낸 일곱 번째 정규 음반 <기억에 머무르다(Stay In Memory)>가 올해 2월 18일 독일에서 발매 후 한 달여 만에 1만여 장이 팔린 것. 외국 뮤지션의 연주곡집, 그것도 피아노 연주만 담은 음반이 1만여 장 나간 것은 유럽에서도 드문 일이다.

지난 4월 5일 독일 베를린의 파션스키르체에서는 음반 발매 기념 단독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파션스키르체는 교회에 딸린 행사·공연장으로, 제이슨 므라즈와 존 레전드 등 유명 가수·연주자들의 행사가 진행된 곳이다.

"장소가 교회당이었어요. 비밀 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인데 굉장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자리해 주신 팬들이 제가 영어로 하는 농담도 이해해주시고, 기립박수를 치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제 연주를 열중해 들어주셔서 감사했고 놀라웠습니다. 제 곡이 단순하면서도 쉬운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클래식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독일에서 깊이 있게 다가갔다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내년 봄에는 독일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비결 '삶의 배경' 같은 음악

이루마 ⓒ 소니뮤직


유럽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이루마는 아시아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에 '웬 더 러브 폴스(When the love falls)'가 삽입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이후에 드라마 <봄의 왈츠>, 영화 <오아시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OST에 참여하면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과거에 일본에서 활동도 많이 했고, 제가 참여했던 드라마 음악 때문에 일본 팬들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지금은 안 하지만 한창 SNS를 했을 때는 브라질·아르헨테나·스위스 등에서 공연하러 안 오냐고 물어 오시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오는 5월 초에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 가서 쇼케이스를 할 예정이에요. 6월에는 싱가포르에 갈 예정이고, 인도네시아도 협의 중에 있습니다. 아시아 쪽에서는 꾸준히 많이 사랑을 보내주시고 적극적으로 공연하러 오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이루마의 음악이 전 세계의 국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사람들에게 파고들며 어필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배경음악이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음악. 공부하면서도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도 어디로 이동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영화 속 배경음악 같이 편안하게 다가가고 느껴져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삶의 배경음악 같은 것이죠. 앞으로도 제 음악은 공기 같은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늘 내 주변에 있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음악. 맑고 좋은 기분을 들게 만드는 공기 같은 음악이요."  

하이틴 스타들이 케이팝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음악을, 싸이가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면 이루마는 연주 음악으로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고 있었다.

"제가 했던 음악이 연주 음악이다 보니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냥 느끼면 되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쓰고 싶어요. '한국적인 것을 보여줘야지' 그런 치우친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수 있는 곡을 자연스럽게 쓰고 활동하고 싶어요. 그러면 점차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고, 더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음악'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이루마 ⓒ 소니뮤직코리아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이루마는 11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유럽 음악 영재의 산실 퍼셀 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한국인 최초로 런던대 킹스컬리지에 입학,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에게 사사했다. 킹스컬리지 재학시절부터 영국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DECCA에서 음반을 발매했다.

지금은 유럽 순회 클래식 연주회를 열며 뮤지컬·연극·영화음악 작곡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냈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루마.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나이가 더 들어도 연주·작곡 등을 계속 해야겠지만 가르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요. 나중에 작은 음악학교를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자기가 시도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의 과정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국 유학길에 올랐던 이루마처럼 여전히 음악을 전공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해외 유학길에 오르고 있다. 꼭 해외에 나가서 배워 와야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는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

"클래식을 전공한 분들은 아무래도 그 음악을 탄생시켰던 본고장에서 배우는 게 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중음악을 쓰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왔지만 그곳에서 거의 혼자 있을 때 더 많은 음악을 썼던 것 같아요. 교수님이 이렇게 음악을 쓰라고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이 길이 나에게 맞구나'라고 스스로 판단해 가면서 곡을 썼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내 색깔을 찾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누가 그런 방향을 가도록 일러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 인터내셔널 뮤직스쿨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습니다.

음악이라는 게 꼭 좋은 대학을 나와야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뚜렷하다면 그게 성공하는 비결이에요. 클래식을 어릴 때부터 연주하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자기 음악이 없으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요. 클래식 전공자들은 늘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하잖아요. 악기를 다루는 클래식 전공자들에게는 꼭 곡을 써보라고 권유합니다. 자기 음악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아마 제가 계속 연주자로만 남아 있었으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예요. 작곡을 꼭 배우고 직접 해보세요."

이루마 ⓒ 소니뮤직



이루마 기억에 머무르다 겨울연가OST 시크릿가든 봄의 왈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