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신정환, 전효성…'위기관리'만 알았더라면

[인터뷰] 배승희 변호사 "연예인의 위기관리, 이미지 타격 최소화가 관건"

13.05.21 11:13최종업데이트13.05.21 12:06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미국 순방길에 오른 대통령을 보좌하던 대변인이 성 추문에 휘말려 황급히 귀국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오히려 들끓었다. 곧 화려한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던 배우 박시후 또한 준강간 및 강간치상 사건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최근 성폭행 혐의에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쌍방은 고소를 취하했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 2월부터 3개월 동안 이 배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훈훈했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치인과 연예인.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 노출된 직업이기에,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부정적인 사건에 휘말려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위기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느냐, 이를 기회로 삼아 다시 일어서느냐는 평소 '위기관리'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연예인의 위기관리를 전문으로 맡고 있는 배승희 변호사 ⓒ 법률사무소 송율


"기업과 정부의 위기관리, '1인 기업' 연예인도 예외 아냐"

연예인의 위기관리를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배승희 변호사는 이 점에 집중했다. 연예인은 말 한마디, 작은 실수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직업이다. 조직 시스템이 잘 구성된 기업보다 연예인 개인이 위기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업에서 시작된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개념을 도입한 것. 배승희 변호사는 "기업과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해 연구하면서 이를 연예인에게도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전문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직도 마찬가지이지만, 보통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개인은 당황해서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해집니다. 순간적으로 거짓말도 하고요. 신정환씨의 경우, 처음 도박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여론이 한 번은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뎅기열 사진 이후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혔죠. 음주사고를 냈던 클릭비 김상혁씨도 그렇고요. 이어진 변명이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켜서 여론이 악화되었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팀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겁니다.

연예인의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기존의 이미지와 상관없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대중이 관심을 두는 부정적인 정보를 많이 보도하는데요. 분쟁의 지속 시간이 길어지거나 사안에 관심이 집중될수록 이후의 이미지 회복이 어렵습니다. 승소할 것은 승소하고, 패소할 부분은 패소할 테지만 문제는 얼마나 타격을 최소화하느냐죠. 법적인 컨설팅에 위기관리 전문가의 자문도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예인의 '위기관리'에 대한 배승희 변호사의 관심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법연수원생 시절, 홍준표 의원실의 비서관으로 일한 배 변호사는 "선거를 치르면서 현실 정치를 배웠고, 조직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면서 "생각보다 위기관리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정치인의 위기관리가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동대문에서 옷도 팔아보고,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원 사업도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 끝에 사법시험을 준비해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흔히 '변호사'라고 하면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사실은 길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업이에요. 업무 영역의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죠. 사법연수원 시절, 많은 연수생을 봤는데 생각이 보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더라고요. 고인 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라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 같아요."

"연예인의 위기관리, 우선시될 것은 바로 '신뢰'"

지난해 4월, 과거 위안부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던 김구라는 1년여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최근 케이블·지상파 방송사에서 다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SBS


배승희 변호사는 '잘 된' 위기관리 사례로 강호동과 김구라를 들었다. 두 사람은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낸 뒤, 성공적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논문 표절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김혜수 역시 변명 대신 사과를 택했고, 학교 측에 논문 취소를 요청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첫 방송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드라마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법률대리인의 과도한 언론 대응으로 구설에 오른 박시후는 개운하지 않게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왜곡된 뜻으로 사용해 도마 위에 올랐던 사례 역시 전효성이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했지만, 초기의 미성숙한 대처가 오히려 일을 키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배 변호사는 "지금까지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소속사의 경험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면서 "하지만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대중의 눈과 입은 더욱 예리해지고, 사실관계를 떠난 이슈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대중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법률, 위기관리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과 대처 능력을 접목해야 한다고. 배 변호사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의 연계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를 왜곡된 뜻으로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던 시크릿 전효성. ⓒ TS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대부분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중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는 게 대부분이죠. 사안에 따라 법적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응 방법과 시기 등을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입니다. 최근에는 법률대리인인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기도 하는데, 과도한 언론 대응보다는 연예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배승희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의뢰인인 연예인과 법률 전문가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개인적으로 일할 때, 진실성을 가장 우선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지 설계할 수 있다고. 배 변호사는 "만약 과거에 거짓된 행동을 했다면, (신뢰 구축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면서 "의뢰인과는 자주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물론 시시비비는 확실하게 가려야죠. 잘한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한 부분은 바로잡는 게 기본입니다. 다만 부수적으로 따르는 이미지 타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사소한 실수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죠. 시간이 갈수록, 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일수록 위기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겁니다."

배승희 변호사 윤창중 박시후 위기관리 전효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