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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긴 안다, 결국 실천이 문제

영화 속의 노년(151) : <송포유>

13.05.28 20:26최종업데이트13.05.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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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 변할까. 어린아이들도 다 자기 나름의 생각과 의견이 있는데, 하물며 60~70년 넘게 자기 식으로 살아온 노인들은 말해 무엇할까. 굳어버린 어깨와 무릎만큼이나 딱딱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고집으로 살아가니 본인이야 어떨지 몰라도 옆에서 참 피곤하고 괴롭다.

그래도 영화 <송포유>의 할머니 '메리언'은 참 성격도 좋다. 주위 사람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남편 '아서'를 부드럽게 받아주고 감싸며 다독거린다. 하긴 그렇게 까칠하기 짝이 없는 아서도 아내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긴 하다. 천생연분이 이럴까.  

▲ 영화 <송포유> 포스터 ⓒ NEW


그런데 메리언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앉고 일어서기 어렵고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암환자다. 밝고 명랑하며 더할 수 없이 상냥하고 부드러운 메리언,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주민센터 노인 노래교실에서도 동료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아서는 아내의 병 수발은 물론 노래교실 출석을 힘껏 돕기는 하지만 절대 교실 안에 들어가는 법 없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린다. 본인도 노인이지만, 저렇게 노인들이 모여 노래하는 것이 영 우습기만 하다. 그런데 글쎄 한 술 더 떠서 이 주책 없는 노인들이 합창대회에 나간다고 난리법석이다. 아내가 혹시 무리하다가 병이 덮칠까봐 걱정이다. 그러니 반대할 수밖에.

이 과정에서 메리언이 쓰러지고 의사는 이제 더는 방법이 없음을 선고한다. 그렇지만 메리언은 연습해온 대로 예선대회에서 멋지게 독창을 한다. 그것도 남편을 향한 노래를.

▲ 영화 <송포유>의 한 장면 주인공 아서 할아버지와 메리언 할머니 ⓒ NEW


쇠약해진 메리언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우여곡절 끝에 원래 노래를 좋아하고 근사한 음성을 가진 아서가 합창단에 합류해 본선대회에 나서게 된다. 그 무대에서 이번에는 아서가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영화는 무뚝뚝하고 심술궂기까지 한 아서 할아버지와 몸이 불편하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도 늘 모여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하는 노인 합창단원들 그리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아서 부자간의 이야기가 섞여 들며 흘러간다.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면서도 아들만 보면 곱게 대하지 못하는 아버지. 늘 모자란 자식 취급을 받았기에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아들. 그들은 아내이자 어머니인 메리언의 무덤 앞에서조차 화해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화해를 하는데, 합창단 지휘자인 젊은 여성 '엘리자베스'의 조언에 힘입어 고심 끝에 먼저 손을 내민 아버지 아서의 용기 덕분이다. 결국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슬좋게 해로한 부부. 평생 나란히 누웠던 침대의 한 쪽이 이제는 비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아서는 밤에도 침대가 아닌 거실 소파에 몸을 눕힌다. 아무리 침대가 푹신하고 따뜻해도 아내 떠난 빈 자리가 너무 아프고 시려서일 것이다.

합창대회 본선을 마치고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날 밤에야 비로소 아서는 침대에 누워 깊은 잠을 잔다. 아내 없이 홀로 남아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모양이다. 

고집불통 할아버지가 아내를 통해서, 아내의 죽음을 통해서 그리고 아들과의 화해를 통해서 남은 시간을 좀 부드럽게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멀리 갈 것도 없이 91세 친정아버지와 86세 시아버지를 떠올렸다. 고집 세고 무뚝뚝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주위 사람들과 편안하고 화기애애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까. 그것이 두 분 모두 아내들의 떠남 이후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괜히 내 마음이 바빠진다.

덧붙이는 글 <송포유, Song for Marion (영국, 2012)> (감독 : 폴 앤드루 윌리엄스 / 출연 : 테렌스 스탬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젬마 아터튼 등)
송포유 노인 노년 노부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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