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월드워 Z', 식상한 좀비물에 묘수를 두다

[리뷰] 브래드 피트 주연의 블록버스터 좀비영화 '월드워 Z'

13.06.21 18:32최종업데이트13.06.21 18:35
원고료로 응원

영화 <월드워 Z>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각국에서 만드는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에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 제작된 공포영화를 보면 <더 웹툰: 예고살인> <무서운 이야기2> <꼭두각시> <닥터> 등으로 대부분이 사람이 사람을 위협하고 죽이는 내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실제로 이를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한 동안 일본 공포 영화는 원한을 지닌 혼령이 지배했다. <링> 시리즈를 비롯해서 <주온> <검은물 밑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보면 그러하다. 일본인이 느끼는 가장 극한의 공포는 산 자가 아닌 죽은 자의 떠도는 영혼인 모양이다. 여전히 '혼'을 주제로 한 공포영화는 일본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그 중 몇몇 작품들은 국내 공포영화와는 또 다른 스산함을 느끼게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보면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두말 할 것 없이 좀비다. 좀비영화의 역사는 50년을 훨씬 뛰어 넘는 오랜 세월을 자랑한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좀비는 영원한 공포의 대상이다. <이블데드> <좀비오> 등은 워낙 인기가 높아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며, 그 외에 'DEAD' 자가 붙은 수많은 좀비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 미국인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또한 그들을 열광케 했다.

어제 또 하나의 좀비영화 <월드워 Z>가 개봉을 했다. 그런데 오프닝의 위엄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소위 B급 영화로 분류되던 좀비물이 메이저 제작진과 배급사를 통해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와 비교할 법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도 통이 훨씬 큰 작품이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원인모를 좀비 바이러스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건 과연 이 만큼의 공을 들인 좀비물이 B급의 한계를 넘어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작품인가 하는 것이었다. 워낙 홍보도 빵빵하게 하고, 홍보차 방문한 브래드 피트의 굳게 다문 입술도 제법 야무져 보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본 결과는? 글쎄. 일단 숨을 한 번 깊이 들이 쉬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월드워 Z>의 줄거리는 한 마디로 단순명료하다. 거의 모든 좀비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도망치는 인간들과 그들을 쫓는 좀비들의 추격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간은 쉼 없이 도망 다니고 좀비들은 끊임없이 쫓아 다닌다. 특별한 장치 없이 좀비물의 기본적인 포맷을 따라간 영화다.

솔직히 말하면 후반부까지 지루한 감을 준다. 막대한 돈을 들였다고 해서, 또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발벗고 나섰다고 해서 그런 것들에 크게 덕을 봤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다. 좀비들이 주는 공포로 치면 <28일 후> 나 <28주 후>가 월등하고, 특수효과로 버무린 통쾌한 액션으로 보자면 <레지던트 이블>만 못하다. 다른 점 하나가 있다면 좀비들의 인해전술인데 그 또한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들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공중에서 비행기 날개가 떨어져나가 좀비들이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장면이나, 예루살렘 성벽을 서로의 몸이 사다리가 되어 기어 올라가는 좀비들의 장면은 예고편에서 줬던 충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의 웬만한 하이라이트 장면은 예고편에 모두 집약되어 있는 듯하다.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분간이 서질 않지만.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결말에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묘수를 설치했다. 식상한 좀비물에다가 흘러가는 스토리도 거기서 거기지만 단 하나, 마지막 마무리만큼은 기존 좀비물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좀비물의 끝은 허무했다. 다음 편을 염두에 둔 찝찝한 결말. 깔끔한 정리 없이 영원히 죽지 않는 좀비들의 윤회만을 고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완결을 의미하는 해결책은 기껏해야 <나는 전설이다>에서처럼 주인공이 좀비들을 끌어 안고 자폭을 하는 정도였다. 

<월드워 Z>는 주인공을 죽이지 않는다. 좀비들이 세상을 장악하는 것으로 결론을 말하지도 않는다. 브래드 피트는 마지막에 색다른 결말을 이끌어내는 큰 일 하나를 치른다. 단순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영웅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결정적인 스포일러라 여기서는 언급을 피할 수 밖에 없지만, 분명한 건 <월드워 Z>는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제 몸에 무언가를 주입하듯, 식상한 좀비물에 참신한 결말을 주입했다는 것이다.

<월드워 Z>에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을 하기도 한다. 좀비를 처음 발견하게 된 곳이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로 나오는데, 이 설정을 두고 투덜거리는 이들이 보인다. 한국을 비하했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 이제는 이런 걸 가지고 기분 나빠할 레벨은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인이 그저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무식하게 일만 하는 LA의 세탁소 주인으로 묘사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뭐라 할 것도 불만을 품을 것도 아니다. 흔쾌히 감상해 주는 것이 이제 우리의 수준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것이 흥미로울 듯한 작품. <월드워 Z>다.

브래드 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월드워Z 브래드피트 좀비영화 미레일 에노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