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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배우' 인성호? 그만큼 보증합니다

[인터뷰] 오랜 무대 경험으로 개그와 정극 모두 소화 가능한 만능형

13.08.07 16:44최종업데이트13.08.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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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인성호. ⓒ 인성호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익숙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그의 모습들은 아마도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카바레 사장이거나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의 독특한 그 감독일 것이다.

장마가 한창이던 날 배우 인성호(44)를 만났다. 최근까지 여러 드라마의 조연으로 등장했다지만, 사실 그에 대해 분명히 알아둘 사실이 있다. 연기 폭이 상당히 넓은 전천후 배우라는 점이다.

서울예술대학교 1988년 학번으로 배우 안재욱, 개그맨 신동엽, 백제현 등과 동기인 인성호는 2000년도 <개그콘서트>를 통해 개그 연기를 보이며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부터 이미 극단 소속으로 여러 연극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연예계 생활 초반 정극과 개그 연기를 동시에 경험했던 인성호는 느리지만 꾸준히 입지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스타로 주목받으며 부상한 건 아니지만 업계에선 그를 두고 일단 믿고 넣는 배우라는 시각이 강했다.

"<개그콘서트>를 할 때 여러모로 배웠죠. 정종철씨와 아카펠라를 했고, 이태식, 장웅씨와 더불어 호흡했죠. 제가 낸 아이디어를 남들이 맛깔나게 살리는 모습에서 순발력을 배웠어요. 전 그들에게 연기적인 측면을 조언했고요. 백제현씨에게 특히 많이 배웠습니다. 코미디 연기라는 게 순발력과 아이디어를 요하기에 배우 생활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 인성호


인정해주지 않던 연극 무대부터 시작, 배우의 꿈은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연극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고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인성호의 꿈은 그때부터 배우가 됐다. 대학 원서를 쓸 때까지 꿈을 숨기고 있다가 때가 되자 덥석 지원했다. 여러 무대를 섰고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기를 하기까진 오랜 시간을 단련해왔다.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다.

"제가 좀 내성적이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할 땐 성대모사도 하고, 남을 웃기고 있더라고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에겐 숨기고 있었지만 절 아는 다른 선생님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배우로 데뷔한 건 1999년이에요. 그 전에 물론 무대에 서는 일도 했는데 벌써 14년이 지나가네요. 예전에 방송인 김승현씨가 하던 업소에서 MC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롯데월드에서 진행을 보기도 했어요. 아! 롯데월드는 요즘에도 종종 합니다(웃음).

그런 무대 경험이 제겐 연극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도움이 되더라고요. 젊었을 때 신발 장사를 잠깐 한 이후 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오히려 나이든 지금이 편합니다. 예전엔 가수(MBC 예능프로그램 <화요일에 만나요>에 출연했었다), 개그맨도 했었고, 여러 부문을 두드려보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연기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 인성호


"어떤 배역이든 '정성스럽게' 할 겁니다"

배우 데뷔는 일찍 했다지만 방송 데뷔는 다소 늦었다. 지난 2008년 방송한 MBC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은행 강도 역할로 첫 지상파를 탄 것. 그 이후 인성호는 연극 무대에서 방송 무대로 발판을 조금씩 넓힐 수 있게 됐다.

"<천하일색 박정금> 촬영 당시가 3월에서 4월이었는데 눈이 왔었어요. 또 마침 제 분량 촬영이 집사람이 출산을 위해 병원 분만실 들어간 날 있었어요. 제가 범인으로 나오는 역할이지만 아기가 복덩이였죠. 아빠보고 더 일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주연에 대한 욕심보단 내공을 더 쌓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폭이 한정돼 있잖아요. 내공을 쌓다가 송강호 선배님들이 하는 내추럴 캐릭터에 후발주자가 없다면 그때 도전 기회가 생기겠죠(웃음). 뭐든 정성스럽게 하려고요. 연극 무대를 참 좋아하는데 무대에선 깊이 있는 역이든 가벼운 역이든 정성스럽게 해야 맛이 살죠. 함께 하는 연기니까요. 아무리 가벼운 종이라도 함께 잘 들어야 안 찢어지듯 말이죠.

바람이 있다면 5년에서 10년 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군상의 아버지 역할에 대한 생각이 있습니다. 이제야 방송 연기도 좀 익숙해지는데 가정만 건사할 능력이 된다면 연극 무대도 계속 서고 싶어요."

연극 무대를 통해 탄탄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하나둘 국내에서 스타가 됐다. 송강호, 설경구 등의 스타급 배우에서 조진웅, 김성균, 곽도원 등 현재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개성파 배우 역시 연극 무대를 통해 자신의 걸음을 걸어왔다. 인성호 역시 다음 도약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다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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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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