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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추락하는 연예인, 이 소설 보며 떠올랐어요"

[하연주와 함께 하는 북토크③]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 한 작가의 성패로 배우는 인생

13.10.02 16:57최종업데이트13.10.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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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멘사 회원이라는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배우 하연주. 멘사는 아이큐 테스트에서 상위 2% 안에 드는 지적 능력 소유자들로 구성된 국제단체다. 156이라는 높은 아이큐로 대중의 이목을 끈 하연주는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섭렵한 '독서왕'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만 총 6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하연주와 함께 책을 중심으로 삶을 풀어 나가는 대담을 진행하려 한다. - 기자 말

배우 하연주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 지난 번에 추천해 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템테이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반부에 들어서서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새벽 3시까지 읽었어요. 이야기가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펼쳐지고 사건 전개도 빨리 진행됐습니다.(<템테이션>은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재기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두께가 얇은 책도 아닌데 재미도 있고 스케일도 커서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들도 잘 빠져들 것 같아요. 할리우드 상업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 이 책을 보면서 '사람이 한 우물을 파면 언젠가는 성공하는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어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수십 년을 한 우물을 파서 올라갔는데 '추락하기는 쉽구나'도 느꼈고요.(데이비드는 할리우드 최고의 작가에서 표절 논란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다.)
"이 작가에게 15년의 무명 세월이 있었잖아요. 그의 에이전시인 앨리스가 주인공 남자한테 '내 작가의 최대의 능력은 전화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때를 아는 것'이라는 대사가 오래 남았어요. 전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 오디션을 볼 때는 그 결과가 궁금해서 매니저한테 물어보기도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는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연락이 안 오는 거니까 오디션 결과를 궁금해하며 먼저 연락을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 이정민


- <템테이션>에서 작가가 무명일 때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계를 꾸려갔는데요. 하연주씨는 어땠나요.
"저도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고 싶었지만 사실 신인일 때는 시간의 자유가 더 없어요. 감독이나 제작사와의 미팅이 잡히면 당일에도 가야 하니까요. 언니가 미대를 다녔는데, 가끔 갤러리를 지키는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급히 연락 오면 가끔 그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갤러리를 지키면서 팸플릿을 나눠주는 일이었죠. 그 외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님께 조금씩 용돈을 받아야 했어요. 많이 죄송했죠. 이 소설을 읽었을 때, 한순간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와 연기자가 비슷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기자님은 한순간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연예인도 많이 보셨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떠셨나요?"

-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는 음주 운전, 성폭행, 마약, 도박 등으로 톱스타들이 한 순간에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연예인 외에도 소위 뜬 이후에 거만한 자세로 처신을 잘 못해서 나쁜 이야기가 들릴 때도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관계자, 기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 소리가 들리죠. 높은 위치에 올랐을 때, 그 자리를 아름답게 지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이정민


- 주인공은 성공한 이후, 무명의 세월을 뒷바라지한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도 떨어져 살게 됩니다.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샐리와 동거를 시작하죠. 하지만 나중에 이 작가가 추락하니까 샐리는 냉정하게 떠납니다. 사랑의 사이클도 성공의 사이클과 같은 건지, 샐리가 떠나는 게 좀 황당했어요. 가정을 다 깨고 온 건데, 남자가 실패하니 그냥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성공과 실패에 따른 주변인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샐리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 많은 주변인이 연락을 끊잖아요. 복귀해서야 다시 연락하고요. 성공했을 때 그동안 자기가 지켜왔던 것을 지켜가는 것도 힘들고, 실패했을 때 진짜라고 믿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상황이 다 좋을 때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다가, 모든 게 다 걷히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맨 마지막에 거대 기업가인 필립 플렉과 나눴던 대화가 답인 것 같아요. '내가 덫을 만들었던 것도 아니고, 결국 자기 선택에 의해 들어간 거 아니냐'는 말이요. 이혼도, 할리우드의 화려한 삶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남 탓만을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 작가는 할리우드에 입성한 이후에 고급 차로 바꾸면서 성공을 과시했는데요. 연주씨는 더욱 높은 자리에 오르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요?
"사실 그렇게 되면 부모님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하지만 아직 '부모님께 무엇을 사드리고 싶다'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림도 그리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사실 제 시간을 많이 쓸 수가 없어서 1박 2일로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다가도 마음을 그냥 내려둡니다. 언제 미팅이 잡힐지 모르니까요. 후에 제가 그럴 위치가 된다면 한 달이든, 6개월이든 저만의 시간을 쓰고 싶어요."

ⓒ 이정민


- <템테이션>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세 명의 여자 주인공 중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요.
"필립 플렉의 부인이자 작가가 한눈에 반했던 마사 역을 하고 싶어요. 되게 멋지고 지적인 것 같아요. 과거에 월세를 내고 가구 하나 없이 살았어도 그 여자는 반짝반짝 빛났을 것 같아요. 지금은 부호의 아내인데 그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당당하고 솔직하더라고요. 제가 30대가 되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재력 등 상황적인 것을 떠나서 어떤 자리에서건 저도 당당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 이 책에서 또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면요.
"'어떤 이야기에도 위기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한테도, 지하철에 맞은편에 있는 사람에게도...'라는 부분이었어요. 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을 들으면 정말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것 같잖아요. 이 사람이 지금 내 앞에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닌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위기의 시간을 겪은 것이죠. 한 사람이 한 권의 책 같아요. '이 사람이 이런 크고 작은 일을 겪어 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죠.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과 위기가 모여서 나를 더 성숙하게 하고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도 배우게 하는 것 같아요."

- 작가가 성공 이후 큰 위기를 겪은 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복귀하게 됩니다. 작가에게 변화가 있다면 이제 성공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솜사탕 같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일하던 것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할리우드로 돌아갑니다.
"이 사람이 엄청나게 성공했을 때는 늘 외식하고 좋은 데 다녔을 텐데 그때는 그게 좋은지 모르다가 실패하고 동네 작은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깨닫게 되잖아요. 집에서 밥을 해먹고, 딸과 통화하고, 해변을 달리다가 아주 가끔 외식할 때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잖아요. 그 부분을 보면서, 사람은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어요. 주인공이 과거에서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현재를 매 순간 행복하게 느끼고 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거든요.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 본인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하연주가 추천하는 책 3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이정민


"어렸을 때 꿈이 화가였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엄마가 어릴 때 처음 사준 책이 고흐의 도록이었어요. 반 고흐의 그림을 모두 알 정도로 좋아했죠.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고 그의 그림을 보면서 호기심이 있었는데,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보면서 그의 내면적인 고뇌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스무 살 초반에 읽었는데, 동생인 테오한테 쓴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죠. 예술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제가 연기자로서도 필요한 감성,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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