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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도 노래...음악은 삶 자체였다"

[인터뷰] Mnet '보이스 코리아2' 우승자 이예준, 신용재와의 듀엣곡으로 데뷔

14.01.14 13:51최종업데이트14.01.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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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보이스 코리아> 시즌2 우승자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예준. ⓒ 유니버설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생겨났다가 TV를 점령했고, 이후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 채 도태되어 갔다. 혹자는 지난 몇 년을 두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꿈을 꾸던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은 그 안에서 교류하면서 더 큰 꿈을 키우게 되었다.

지난 2013년 Mnet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이예준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당시를 회상하며 "강타를 비롯해 신승훈, 백지영, 길 코치를 만나고, 가수라는 같은 꿈을 키우는 이들과 만났다는 점에서 <보이스 코리아>는 내 인생의 제일 좋은 경험"이라고 미소 지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도전자, 우승자를 거쳐 이제는 '신인가수'로 다시 출발선에 선 이예준을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났다.

얼떨결에 지원한 '보이스 코리아2', 인생을 바꾸다

이예준은 <보이스 코리아> 시즌2 지원자 모집 마지막 날, 마감 직전에 턱걸이로 UCC를 제출했다. 아이들에게 보컬을 가르치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사고라도 치자'고 생각했다고.

이예준은 "그게 이렇게까지 멀리 가는 여정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해프닝도 있었다.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서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동명이인에게 연락이 갔던 것. 그는 "운명을 믿진 않지만 '이게 진짜 내 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을 때는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해야 했어요. 경쟁이잖아요. 그래서 목이 많이 안 좋았는데 그 뒤로 1개월 동안 목을 쉬게 하려고 노래를 아예 안 했어요. 지금은 조금 팔팔해진 것 같아요. 우승이요? 실감이 안 났어요. 출연 전까지만 해도 제 앨범을 내야겠다는 욕심이 없었거든요. 우승하고, 앨범을 준비하면서 '내 앨범을 가진 게 이렇게 큰 힘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어디 가서 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까요."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서 연을 맺은 출연자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만난다. 그는 "마지막 회 때는 '언제 또 보나' 했는데 정말 자주 본다"면서 "노래한 것도 기억에 남지만, 카메라 없이 우리 팀끼리 MT를 가서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방송 당시 이예준은 서해인과 맞붙었던 KO라운드가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앞서 도전한 서해인이 실수 한 번 하지 않아서 당연히 자신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예준은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한 무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삶에 스며 들었던 음악...가족 덕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저희 가족은 장례식장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다른 식장에 계신 분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실 정도였죠. 발인 전날, 가족들이 영정사진 앞에 다 같이 모여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동요를 불렀어요." ⓒ 유니버설뮤직


어릴 때부터 꿈이 없었던 이예준에게 노래를 권한 것은 아버지였다. TV를 보면서 "실용음악과가 있다는데 거기 가보겠니?"라고 제안하셨다고. 그게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이후 이예준은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음악이 자연스러웠던 건 독특한 가풍 덕분이기도 했다. 이예준은 "가족들이 정말 음악을 사랑한다.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가 모이면 항상 노래하곤 한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라는 게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저희 가족은 장례식장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다른 식장에 계신 분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실 정도였죠. 발인 전날, 가족들이 영정사진 앞에 다 같이 모여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동요를 불렀어요. 순간 눈물이 터졌는데 '좋은 날이니까 울지 말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오 해피 데이'를 불렀어요. 화음도 넣고요. 아버지들이 음악을 하고 싶으셨는데, 책임져야 할 부분 때문에 못하셨대요. 이제 가수로 한 발짝 내디뎠으니 아버지들과 같은 무대에 서보는 게 제 꿈이에요."

음악을 사랑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보컬 레슨을 할 때보다 돈을 못 벌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예준은 "노래를 시작한 이유는 이것 아니면 안 돼서가 아니라, 정말 숨 쉬는 것처럼 편안하기 때문에 재밌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면서 "업이 되면 어느 정도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시작했다. 평생 돈을 쥐꼬리만큼밖에 못 벌 수도 있지만 미리 걱정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꾸준히 음악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재와 듀엣곡 '약속' 발표..."스며드는 가수 되겠다"

"제가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서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를 부르기도 했잖아요. 그랬는데 이번엔 함께 노래하게 됐어요. 마냥 좋기도 하고, 부담도 생기더라고요. 더 잘해야죠." ⓒ 유니버설뮤직


'가수' 이예준이 처음 발표한 곡은 듀엣곡이다. 학교 후배지만, 가수로는 선배인 신용재와 '약속'을 불렀다. 데뷔 첫 무대로 당연히 솔로를 생각했다는 이예준은 "시기는 이를지 몰라도 곡이 좋았다"면서 "신용재라는 가수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막상 함께 녹음할 때는 굉장히 얼떨떨했다고. 듀엣곡 한 곡을 들고 대중을 찾아왔지만, 이예준은 솔로 앨범 역시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제가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서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를 부르기도 했잖아요. 그랬는데 이번엔 함께 노래하게 됐어요. 마냥 좋기도 하고, 부담도 생기더라고요. 더 잘해야죠. '약속'은 딱 들었을 때, 임재범과 박정현이 불렀던 '사랑보다 깊은 상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예전의 감성을 가진 듀엣곡을 좋아하거든요. (신용재와) 방송 활동은 못 하겠지만, 앞으로 공연을 통해서 활발히 활동하려고요."

최고가 되기보다 꾸준히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예준. 그는 <보이스 코리아> 시즌2를 통해 가요 레퍼토리를 늘렸고, '슬픈 감성을 누구보다 절절하게 전달하는 보컬리스트'라는 자신의 강점을 깨달았다.

이예준은 "O.S.T처럼 사람들이 찾아 듣진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노래로 알게 모르게 스며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10년 뒤의 내 모습이 더 기대된다"는 이예준은 그렇게 자신의 앞에 놓인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고 있었다. 

이예준 약속 신용재 보이스 코리아 시즌2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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