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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디바' 차지연이 춤추는 뮤지컬, 본 적 없지?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정열의 '카르멘'이 선사하는 사랑의 의미

14.01.18 12:00최종업데이트14.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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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에서 카르멘을 열연하는 차지연 ⓒ 클립서비스


뮤지컬 <카르멘>에서 류정한이 연기하는 호세는 카르멘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질서 혹은 '규칙' 안에서 잘 나가던 인생이다. 호세는 곧 있으면 멘도자 시장의 사위가 될 몸이니 이대로라면 장인의 후원 덕에 평생 탄탄대로의 인생을 살게 될 경찰이다.

그런데 호세의 질서에 '혼동'이 찾아온다. 그 혼동이란 바로 카르멘. 정열적인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 내일을 위한 준비란 없다. 호세의 질서와는 정반대로 하루하루를 정열에 내맡기는 인생이 차지연이 연기하는 카르멘의 인생이다. 도시 남자들은 카르멘이라는 한 명의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난리가 난다.

카르멘 주위에서 일어나는 혼동은 질서라는 세계관에 충실한 호세까지 끌어들인다. 결국 호세는 카르멘의 정열이 만들어놓은 혼동 안으로 깊숙하게 빨려 들어가고야 만다. 호세가 구축해놓은 질서는 카르멘의 불규칙 앞에 무릎을 꿇고, 불가항적인 매력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가 <카르멘>이다.

호세가 사랑하는 약혼녀 카타리나 대신 카르멘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출신 성분이 완전히 다른 계급과 사랑에 빠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카르멘은 집시다. 카르멘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출신임에도 한 도시 전체의 남자를 들썩일 만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카르멘>에서 호세를 열연하는 류정한 ⓒ 클립서비스


그런데 카르멘의 큰 자랑거리인 정열이라는 자석이 호세를 빨아들이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긴 것이다. 카르멘에게 남자는 '전리품'이다. 치명적인 매력에 이끌린 남자의 숫자가 중요하지, 진짜로 남자를 사랑하는 일 따위는 카르멘에게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카르멘이 '전리품' 호세와 진짜 사랑에 빠진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과 뮤지컬이 다른 점은 카르멘이 한 남자에게 포획 당하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냐, 아니면 열정적인 사랑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이냐에서 판가름이 난다. 소설 속 카르멘이 사랑이라는 새장에 갇히기를 영원히 거부하는 자유로운 새라면, 뮤지컬 속 카르멘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스스로 갇힌다.

사실 사랑이라는 새장에 카르멘을 가두려는 이는 따로 있었다. '나쁜 남자' 가르시아다. 카르멘은 사랑이라는 새장에 '스스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가르시아는 반대로 카르멘을 사랑에 가두려고 한다. 능동적으로 사랑에 빠지느냐, 아니면 강제적으로 사랑하느냐가 카르멘과 가르시아의 다른 점이다.  

달리 보면 카르멘은 호세에게 구원자이기도 하다. 만일 호세가 카타리나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했다면 호세는 영락없이 장인 멘도자 시장의 영향력 아래 있었을 테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멘도자의 하수인 노릇이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카르멘이 호세와 멘도자의 상관관계를 끊어놓으니 카르멘 자신도 모르게 멘도자의 영향력으로부터 호세를 떼어놓는 구원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카르멘>의 한 장면 ⓒ 클립서비스


<카르멘>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화려한 쇼잉을 펼치는 뮤지컬이다. 장대 다리를 한 배우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저글링과 마임이 무대에서 시연된다. 쇠창살 우리에 갇힌 차지연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다. <고스트>가 매직컬로 승부수를 건다면 <카르멘>은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을 유혹한다.

<카르멘>은 정선아, 옥주현과 더불어 뮤지컬계 3대 여배우로 꼽히는 차지연의 춤 솜씨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아이다>나 <서편제>에서 차지연이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던가.

카르멘 차지연 류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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