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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때 출연한 '남격'...그렇게 뜰 줄이야"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카르멘'에서 카타리나를 연기하는 임혜영

14.01.23 14:22최종업데이트14.01.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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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멘> 에서 카타리나를 연기하는 임혜영 ⓒ 오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혜영은 KBS 2TV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편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시 '뮤지컬계의 신민아'로 소개되며 화제가 됐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지 얼굴을 알리는 게 우선은 아니다"라는 그는 역시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난다.

뮤지컬 <카르멘>에서 약혼자 호세를 카르멘에게 빼앗기는 카타리나 역을 맡은 임혜영을 지난 16일 역삼동에서 만났다.

- <카르멘>에서 카타리나가 아닌 카르멘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카르멘은 강하고 섹시한 느낌의 여자다. 아직은 저와는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만의 캐릭터를 만든 다음에 좀 더 농염해지면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공연한 지 한 달 반이 지나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브로드웨이 42번가>도 만만치 않다. 그때 탭댄스도 소화했다. 탭댄스에 비하면 카르멘의 춤은 소화할 만하다. 카르멘이 섹시하고 강하기만 한 캐릭터만은 아니다. 언젠가는 하고 싶은 배역이다."

- 카타리나처럼 약혼남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면 몹시 억울할 텐데.
"연습할 때에는 실제 카타리나의 심정으로 펑펑 울어보았다. 하지만 극은 감정을 몽땅 토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절제하며 연기해야 한다. 약혼자 호세가 카르멘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남자가 하루아침에 다른 여자의 품으로 가면 억장이 무너질 거다."

- <두 도시 이야기>나 <레베카>처럼 고전물에 잘 나온다. <카르멘> 역시 현대물이 아닌 고전물이다.
"드레스를 입으면 훨씬 예쁘다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한다. <두 도시 이야기>를 공연할 때 윤형렬 배우는 '누나는 무대에서 보면 훌륭해'하며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가발 쓰고 드레스를 입는 것처럼 한껏 치장한 모습이 고전물과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

- 그렇다고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처럼 센 역할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강한 역할도 종류가 많고 청순한 역할도 종류가 많다. 관객이 세밀하게 바라보면 좀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

"'뮤지컬계의 신민아'라는 별명, 아직도 민망해"

"<남자의 자격> 첫 방송 후 포털 검색어에서 하루 하고도 반 나절 동안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해서 정말로 놀랐다. 특정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이슈될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합창단) 어머니들 노래하는 걸 보고 운 거 밖에 없었는데 검색어 1위를 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서 고마웠다." ⓒ 오넬컴퍼니


- '뮤지컬계의 신민아'라는 별명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윤형빈 씨가 생각난다. KBS 2TV <남자의 자격> 출연 당시 윤형빈씨가 '뮤지컬계의 예쁜 배우가 왔다'는 말을 재미있게 소개하느라 대본에도 없는 '뮤지컬계의 신민아'라고 했는데 다음날 그렇게 크게 기사가 날 줄은 몰랐다. 그 후 '뮤지컬계의 신민아'라고 저를 소개할 때마다 민망하다."

- <남자의 자격>을 통해 '남격의 여신'이란 수식어도 있다.
"<미스 사이공>을 마치고 약간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방송 섭외가 들어왔다. 당시 박칼린 선생님처럼 지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컸다. 제가 이슈되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그렇게까지 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첫 방송 후 포털 검색어에서 하루 하고도 반 나절 동안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해서 정말로 놀랐다. 특정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이슈될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합창단) 어머니들 노래하는 걸 보고 운 거 밖에 없었는데 검색어 1위를 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서 고마웠다.

합창대회가 임박해지면서 연습을 많이 해야만 했다. 연습과 방송, 공연을 하며 점점 힘들었다. 그런데 저와는 반대로 춘천이나 울산 같은 지방에서 올라오신 어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노래라는 즐거운 작업을 하니까. 감수성이 소녀 같으셔서 저보다도 순수하셨다. 누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 자신이 즐거워할 수 있는 가치관이 명확하게 보였다.

당시 어머님들이 저를 '혜영아'라고 하대하지 않으셨다. 항상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붙여주셨다. 참해 보이는 모습 덕에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들 하셨다. 합창단 분들이 아닌 지인 분들이 저를 며느리 삼고 싶어 하는 분이 많았다."

- <남자의 자격> 후 방송 제의도 받았을 텐데.
"방송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부터 용기도 생겼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형 기획사에서 계약을 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사인만 하면 되는데 사인하는 손이 섣불리 나가질 않았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자칫하면 망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지 얼굴을 알리는 게 우선이 아니다."

"조수미 선생님의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출연 당시 1년 동안 연습해서 보여드릴 수준의 탭댄스를 3~4달 만에 만들어야 했다. 하루 종일 밥만 먹고 탭댄스만 추었다. 살이 쭉쭉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당시에는 20대였다. 제가 제 몸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 오넬컴퍼니


- 조수미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인생에서 조수미씨는 어떤 의미일까.
"성악의 기본은 좋은 소리와 좋은 호흡이다. 선생님의 소리에 매료되다보니 제 목소리의 방향이 청아한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생 때 성악 레슨을 받으러 걸어 다니면서 조수미 선생님의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 '10단 고음'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고음 발성이 가능하지만 예쁜 외모에 실력이 가리는 건 아닌지.
"가끔은 '이미지나 느낌이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노래 실력이 돋보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다. 또 하나, 만일 '얼굴 없는 가수였다면 제 노래만 듣고도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한다. 저를 예쁘게 보아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 예전에 연기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격렬한 탭댄스가 많았다. 운동량이 많은 역할로 섭외가 들어온다면.
"조금은 주저하지 않을까. 당시 1년 동안 연습해서 보여드릴 수준의 탭댄스를 3~4달 만에 만들어야 했다. 하루 종일 밥만 먹고 탭댄스만 추었다. 살이 쭉쭉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당시에는 20대였다. 제가 제 몸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 <마이 페어 레이디> 때에는 1183: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낙점됐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지도 모른다. 그 역할 하나만 바라보고 응시했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제치고 주인공에 합격해야 해야 한다는 치열함보다는 오디션 하나에만 집중했다. 아침 10시부터 강행군을 해야 했던 작품이면서, 그 작품 하나만 한 게 아니라 <그리스>도 소화해야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잘 견뎠네' 할 정도로 석 달 동안 작품에 몰두했다."

- 최근 <별에서 온 그대>에 소시오패스로 출연 중인 배우 신성록씨와는 친구 사이로 알고 있다.
"데뷔할 때 뮤지컬 <드라큘라>로 (신)성록이와 만났다. 그 후 계속 함께 공연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만나서 함께 공연하는데 제게는 배우 신성록이 아닌 '친구' 신성록으로 보였다. 성록이와 같이 있으면 너무 웃겨서 대사를 못 나눈다. (류)정한 오빠하고만 연습을 해야 했을 정도다. 요즘엔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성록이에게 '전지현씨 죽이지 마!'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웃음)"

임혜영 카르멘 카타리나 남자의 자격 신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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