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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소셜 크라우드 펀딩, 독립영화 제작에 대안 될까?

14.03.15 15:16최종업데이트14.03.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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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국내에서는 텀블벅이나 굿펀딩, 유캔펀딩 같은 소셜 크라우드 펀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셜 크라우드 펀딩이란 좋은 취지나 기획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크리에이터들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보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프로젝트를 후원해주는 시스템이다. 대안적인 플랫폼으로서 미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하여 국내에서도 최근 활발하게 보급되었다. 특히 독립영화의 경우 요즘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보급되었다.

국내에서 소셜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26년>이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탓에 투자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개인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준 덕분에 총 제작비 46억 원 중의 상당한 금액인 7억 원을 모을 수 있었다. 7억 원이라는 금액도 상당하지만,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과 그로 인한 홍보효과로 인해서 영화 자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예는 비단 메이저 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에서 더 큰 훈풍을 미쳤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은 총 2억5천만 원의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을 소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후원액으로 채울 수 있었다. 특히 독립영화의 경우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작은 영화 일수록 크라우드 펀딩의 힘은 더 강력하게 발휘된다.

실제로 독립영화 안에서도 마이너한 장르인 퀴어부분의 경우, 지난해 <퀴어영화20>이 텀블벅과 유캔펀딩을 통해 70여 일간 650만 원을 모았다. 20분 단편영화로 제작된 이 영화의 순제작비가 500만~600만 원 선인 것을 감안아면 크라우드 펀딩이 만들어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몇 해 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 문화는 영세한 독립영화에 단비가 되어주고 있다.

소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충당한 퀴어단편영화 20 포스터 ⓒ 99필름


하지만 문제는 최근 소셜 크라우드 펀딩이 처음의 목적이었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독립예술인이나 단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켓"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소셜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에서는 후원자들의 후원에 대한 감사로 "리워드"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소셜 펀딩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자금력 있는 대형 영화사나 기성단체들에서 홍보성 목적으로 후원 금액보다 더 큰 리워드를 주며, 관련 펀딩 소식을 알리고 프로젝트 성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작 후원이 필요한 영세 단체나 예술가들은 그에 상응하는 리워드를 제공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 살 깍는 펀딩을 진행하거나 펀딩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후원 금액에 상응하는 리워드를 제작/배송 하고, 관련 인건비를 충당하고, 업체 수수료까지 떼주고 나면, 정작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후원"이 아닌 "구매 프레임"에 길들여진 후원자들의 경우, 구매의 연장선상에서 프로젝트에 접근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리워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로 인한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된다.

크리에이터와 후원자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대안적인 플랫팅 폼으로 등장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이 과연 원래의 취지에 맞게 대안으로 남을 수 있을지,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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