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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노출, 현빈 아닌 정조 삶 묻어나길 바랐다"

[인터뷰] '지독한 모범생' 현빈이 정조가 되기까지..."하루 2, 3시간 자며 촬영과 운동"

14.05.19 14:02최종업데이트14.05.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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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은 배우 현빈. ⓒ 올댓시네마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로 데뷔해서 올해로 11년째 한길을 걷고 있는 배우 현빈. 그의 나이 어느덧 33살이다. 군대도 제대하고, 이제 20대 청춘스타로서의 신드롬을 뒤로 한 그는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갖추고 한발 더 대중들에게 깊이 있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상큼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가 얼마나 여성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지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때 이미 보여줬다. 그와 비슷한 장르의 러브콜도 수없이 받았지만, 현빈은 똑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제대 이후 안전한 길로 갈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배우로서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첫 사극 도전, 영화 <역린>의 선택부터 그러했다.

정조로 분한 <역린>의 도전은 꽤나 성공적이다. '현빈'이라는 다소 아이돌스타 같은 그의 이름 앞에 '배우'로서의 품격이 더해졌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정조를 다뤘지만, 현빈이 표현한 정조는 유약해 보이되 강직하고, 어려보이되 오히려 농염하고 영리했다. 그리고 여기에, 현빈이 시나리오에서 느낀 정조의 진심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실제 역사 속에 기록돼 있는 인물, 실존 인물이라서 완전히 허구로 표현할 수 없었던 점에서 우선은 제약이 있었어요. 실존,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나타내야 하는 정조의 모습, 그 경계선이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워낙 문무에 능한 왕이기에 자세도 그렇고, 검을 다루는 것도 그렇고. 그 모든 것들이 저의 몸에 표현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상체 노출 장면이 있는데, 현빈의 몸이 아니라 정조가 살아온 삶이 묻어나기를 바랐어요. 다른 의도로 보지 않고, 정조가 걸어온 길이 표현되길 바라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쪽잠 자며 촬영과 운동..."눈은 자고 있는데 다리 움직여"

▲ '역린' 현빈 "정조에 빠져있었어요. 12시간 이상 존현각에서 촬영을 했어요.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다음날 스탠바이까지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운동을 해야 해서 하루에 2, 3시간 밖에 못 잤어요. 상체 노출하는, 그 몸 만드는 장면 때문에 운동을 계속 했습니다." ⓒ 초이스컷픽쳐스


자객의 살해 위협을 견디며 존현각에서 쥐 죽은 듯이 외롭게 지냈던 정조처럼 현빈도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다. 극 중 정조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존현각 천장에 끈을 매달아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고, 현빈도 매일 같이 운동하며 지독하게 정조로 살았다. 11년 톱스타의 위치도, 스크린에서 보였던 정조의 '화난 등근육'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정조에 빠져있었어요. 12시간 이상 존현각에서 촬영을 했어요.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다음날 스탠바이까지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운동을 해야 해서 하루에 2, 3시간 밖에 못 잤어요. 상체 노출하는, 그 몸 만드는 장면 때문에 운동을 계속 했습니다."

현빈은 밤 12시면 일어나서 운동하기 전에 챙겨 먹어야 할 음식들을 먹으며 운동을 했다. 운동이 끝나면 씻고 다시 촬영장에 나가서 몇 시간에 걸쳐 사극 분장을 하고, 다시 12시간의 촬영에 돌입했다. 촬영이 끝나면 2, 3시간 잠을 자고 다시 운동, 그런 생활을 몇 개월 반복했다고 한다.

"제가 운동할 수 있을 때마다 서울에 있던 트레이너가 지방으로 내려왔어요. 눈은 자고 있는데, 다리는 움직이고 있었어요.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하루 정도 쉰다고 몸에 큰 차이가 나는 게 아니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점이 있고, 저 개인적으로 창피한 것도 있었죠.

한두 시간 못 잔다고 죽는 거 아닌데... 그런 강행군이 반복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계속 참고 했어요. 이런 영화작업은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 일이니까, 그 생각을 하면 하루도 쉴 수가 없는 거죠.

상중이기 때문에 오첩반상을 삼첩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있는데, 운동을 하면서 계속 극 중 상황처럼 살도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 상황에 맞게 몸을 만들었어요. 상체 탈의 장면을 찍고 나서부터는 먹기 시작했고 팔굽혀 펴기는 단 한 차례도 안 했습니다.(웃음)"

"앞만 보며 달린 20대, 30대엔 다양한 경험 하고 싶어"

▲ '역린' 현빈 "20대에는 365일 연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 일을 하면서 보상도 받게 된 것 같고요. 20대는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지만, 일이랑 벗어난 기억은 없죠. 30대가 되면 주위 분들도 두루두루 잘 챙기고 싶고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 올댓시네마


배우로서 지독한 모범생인 현빈은 자신의 작품을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챙겨 본다고 한다. "그때 당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지만 몇 년 지나면 작품을 전체적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그는 "<역린>도 몇 년 뒤에 보면 더 객관적으로 보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풋풋하지만 아직은 설익은 20대의 모습이 아닌, 30대를 맞아 연기의 맛을 알고 그것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할 수 있게 된 현빈. 군 제대 후 <역린>을 선택한 이유로 "시나리오도 재밌고, 정조 역할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외의 캐릭터도 눈에 띄었고, 메시지도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그는 차기작에 대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고 하고 싶은 작품이 나타나면 장르가 무엇이든 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마지막, 정조를 암살하는 살수로 키워지는 고아를 안고 나오는 정조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정조의 묵직한 내레이션을 두고 현빈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래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현빈은 "30대에 더욱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들이 그를 배우로서 더욱 깊어지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20대에는 365일 연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 일을 하면서 보상도 받게 된 것 같고요. 20대는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지만, 일이랑 벗어난 기억은 없죠. 30대가 되면 주위 분들도 두루두루 잘 챙기고 싶고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현빈 역린 정재영 시크릿가든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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