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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수영, 소녀시대 넘어야 배우가 된다

[주장] 드라마 주연 캐스팅에 '우려',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은 아냐

14.07.08 11:38최종업데이트14.07.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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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칸타빌레 로망스>(가제)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오른 소녀시대 윤아. ⓒ 이정민


아이돌의 연기자 겸업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제는 굳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조차 어색해질 지경이다. 아이돌로 데뷔를 했다 하여도 오히려 연기자로서 승승장구하는 일도 생겼다.

그러나 그룹 소녀시대 윤아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판 여주인공으로 유력시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론은 들썩거렸다. 일부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윤아의 출연을 강경하게 반대했다. 윤아가 여주인공을 하기에는 이미지와 연기력 모두 부적합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런 반응에는 원작에 대한 팬덤이 형성된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윤아가 아직 배우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탓이 크다.

인기그룹 소녀시대 넘어 배우로 인정받아야

윤아는 소녀시대의 인기를 기반으로 드라마에서 빠르게 주연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KBS 1TV <너는 내 운명>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인기를 끌었지만, 그 성공은 윤아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KBS 일일드라마의 전성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시청률은 높았지만, 작품성이 좋지 않아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아는 <너는 내 운명>을 바탕으로 <신데렐라 맨> <사랑비> <총리와 나>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윤아가 <너는 내 운명> 이후 출연한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 바닥을 치며 실패했다는 데 있다.

윤아는 애초에 연기력이 아닌 스타성을 바탕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기 때문에 스타성을 유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연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했다. 그러나 윤아는 아직까지 '소녀시대의 윤아'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는 연기력은 물론, 캐릭터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이미지마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보아온 윤아에게서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녀시대의 윤아를 뛰어넘어 연기자로서 인정받을만한 역량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같은 그룹의 수영은 MBC <내생에 봄날>에 감우성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을 검토 중인 상태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손예진이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기에 수영으로의 급선회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녀시대로서는 성공했을지언정 드라마의 주연급으로 인정받을만한 경력이 수영에게는 전무하다. tvN 드라마 <제 3병원> <연애조작다단; 시라노>에 출연했지만 연기자로 인정할만한 경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수영의 드라마의 주연은 단순히 소녀시대의 인기에 기반한 것이다.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캐스팅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우려 섞인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 무조건 비판받는 건 아냐

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 중인 에이핑크의 정은지. ⓒ 이정민


소녀시대 출신 배우들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은 그동안 이들이 소녀시대를 뛰어넘어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연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증거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여 연기를 병행한다고 무조건 비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오히려 아이돌보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트로트의 연인>의 주인공을 꿰찰 때 반발이 적었던 이유다. 타이니지의 도희 역시 독특한 캐릭터를 인정받아 오히려 그룹보다 도희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도록 만들었다. 시크릿의 한선화는 그간 조연으로 분해 극에 녹아들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엠블랙의 이준은 드라마 속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선택해 제대로 녹아드는 모습을 보이며 연기돌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런 사례들은 아이돌이라는 위치와 지위는 이용했을지언정, 주연이든 조연이든 독특한 캐릭터를 선택하고 그 캐릭터에 맞춰 제대로 연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윤아나 수영은 소녀시대라는 특혜만으로 드라마 주연의 자리를 너무 쉽게 차지한 느낌이다. 그들이 이런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드라마 안에서 제대로 캐릭터를 표현해 내고 그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화제성을 만들어 내는 길뿐이다.

앞으로 시청자들이 이들의 주연 자리를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아 수영 소녀시대 노다메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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