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기황후' '개과천선', 짝사랑만 하다 끝났네"

[인터뷰] '착한 키다리 아저씨' 전문 배우 진이한 "조기종영, 아쉬움이 크죠"

14.07.09 08:48최종업데이트14.07.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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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서 전지원 역의 배우 진이한이 1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기황후>에 이어 곧바로 <개과천선>까지 근 10개월간 진이한은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달렸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시청자들과 만난 그는 유독 '착한 키다리 아저씨'로 분해 주인공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왔다.

<개과천선> 종영 직후 만난 진이한은 "체력적으로 분명 한계가 온 건 맞는데 끝나고 쉬니까 막상 힘들어도 촬영장에서 힘든 게 마음 편하다"면서 "배우는 자기가 있을 곳에 있어야 하는 법"이란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경험하며 연기의 소중함을 알았던 터라 '곧 죽어도 현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쉬움도 하나의 배움..."하지원씨에게는 미안해"

ⓒ 이정민


법정 드라마 <개과천선>이 조기 종영을 하며 예상보다 덜한 반응을 얻었고, 이에 따라 그가 맡은 판사 출신 변호사 전지원의 역할도 다소 줄었기에 아쉬움이 컸을 법했다. 진이한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이런 작품은 시즌제로 가면 더 좋을 것 같다"면서 "극 중 이지윤(박민영 분)을 마음에 품던 지원의 감정이나 주변 관계가 조금만 더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 종영의 배경은 자세히 모르지만 스태프나 배우 입장에선 타격이죠. 준비한 게 많았고 해야 할 것도 많았는데! 김명민 선배, 김상중 선배와도 호흡하고 싶었는데 설정상 거의 현장에서 마주친 적이 없어요.

전문 용어가 워낙 많다 보니 다들 대본과 함께 사느라 술자리를 만들 기회도 없었고요. 채정안 누나가 <개과천선>에 출연한 걸 작품이 끝나고서야 알았다니까요.(웃음) 아쉬움이 크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변호사를 만나기도 했는데요. 장면과 느낌을 표현하기엔 어려웠지만 진정성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얘기는 자연스럽게 <기황후>(탈탈 역)로 넘어갔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에서 진이한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탈탈도 지원도 먼발치서 바라만 보다가 끝난 '해바라기 사랑'이었다.

"(웃음) 제가 복이 없나 봐요. <기황후>에선 원래 하지원씨와 러브라인이 있었어요. 기승냥(하지원 분) 뒤에서 늘 미소를 머금는 설정이었는데 작가님이 스승 같은 모습만 보이는 게 좋겠다고 해서 빠졌죠. 작가님이 대단한 게 수십 명이 넘는 배우와 일일이 통화하면서 상의하시더라고요.

하지원씨와는 동갑이다 보니 친하게 지냈어요. 좋은 친구이자 배우인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해 얘기할 부분이 있으면 고민해서 나눴죠. 때 아닌 열애설이 나기도 했는데 지원씨에게 미안하더군요.(웃음) <개과천선>은 아쉬웠지만 <기황후>의 탈탈은 이를 갈고 준비한 걸 보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진이한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MBC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서 전지원 역의 배우 진이한이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무대는 고향 같은 곳, 항상 꿈꾸고 있다"

"<개과천선>에서 아쉬움이 크지만 그 안에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실제로 작품을 준비하면서 변호사를 만나기도 했는데 제게 주어진 장면과 느낌을 표현하기엔 좀 어려웠지만 진정성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 이정민


아무래도 뮤지컬로 데뷔하다 보니 그에게 무대는 고향과도 같다. 2007년 이후 잠시 무대를 뒤로한 진이한은 "계속 서 있을 곳이 무대인 만큼 서서히 무대와 이쪽 연기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만큼 좋은 작품이 있다면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가리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셈이다.

"본래 이것저것 하기를 싫어하고 몰입하는 타입인데 연기의 본질은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뮤지컬 <풋루스>가 마지막인데 공연을 안 한 지 벌써 6년이나 됐네요. 종종 동생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보면 뛰어 올라가고 싶더라고요.(웃음)"

중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며 연예인이 되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군대에서 수능 시험을 다시 준비할 만큼 연예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연히 본 오디션을 통해 희열을 느꼈다"는 그는 "관객의 환호와 무대 위 희열 때문에 더욱 연기하고 싶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 지금도 제가 배우라고 생각 안 해요. 배우에 가까워지고 있는 거죠. 지금도 뮤지컬 하는 동생 중에는 열심히 하는 이들이 많아요. 체계적으로 배운 그들도 힘들게 하는데 우연히 연기에 빠진 전 어땠겠어요. 선배에게 대본으로 얼굴을 맞기도 했고, 연기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큰 도움을 주신 분이 '배우는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할수록 성장하니 꾸준히 고민하라'고 하셨어요. 

사실 배우든 가수든 이 일을 하며 버티기가 힘들어요. <기황후> 직전까지 저도 힘들었습니다. 드라마 <한성별곡>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면 <기황후>는 제게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매력을 느끼게 한 작품이에요. 이젠 다양한 경험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싶습니다."

당장 휴식의 시간이 왔지만 진이한은 악기를 배우고, 연출을 공부하며 자신을 채울 예정이다. 대기만성의 옳은 예가 다시 한 번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이정민




진이한 김명민 개과천선 하지원 기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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