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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아르헨, 결승만 세 번째... 이번엔 누가 웃나?

유럽과 남미 대표하는 두 강호, 24년 만의 월드컵 결승전 대결

14.07.13 14:26최종업데이트14.07.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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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한 경기 남았다. 한 달간 숨 가쁘게 달려온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 끝에 결승에 오른 주인공은 독일과 아르헨티나.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축구 강호다. 오는 14일 오전 4시(한국시각) 브라질 '축구의 성지'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독일은 역대 최다인 8차례, 아르헨티나는 5차례나 결승에 진출한 그야말로 월드컵의 '터줏대감'이다. 이 가운데 양 팀의 결승 맞대결은 벌써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 1패로 서로 한 번씩 웃었고, 24년 만에 다시 결승 무대가 마련됐다.

첫 결승 무대였던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난타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양 팀은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에서 다시 만났고, 독일이 안드레아스 브레메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하며 설욕했다. 당시 마라도나는 독일의 거친 수비에 막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양 팀이 서로를 꺾고 차지한 우승이 마지막 월드컵 트로피다. 독일은 24년째, 아르헨티나는 28년째 월드컵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우승을 향한 목마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첫 월드컵 우승 도전하는 '통일 독일'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월드컵 4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클로제는 개인 통산 16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 EPA-연합뉴스


'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3회(1954, 1974, 1990) 우승을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이지만 모두 통일이 되기 전 서독 시대에 이룬 성과였다. 1990년 10월 통일 후 어느덧 24년이 지났지만 독일이라는 이름으로는 아직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월드컵 역대 최초로 4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이 보여주듯 독일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하지만 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넘어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에서는 브라질에 패했고,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탈리아에 패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했지만 독일은 이번에도 결승에 진출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배출되고, 현대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련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일은 실리를 추구하는 국민성답게 축구에서도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우월한 체격 조건과 힘을 앞세운 투박한 축구를 해왔다. 하지만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 새로운 황금세대가 쏟아지면서 기술과 조직력의 축구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또한 가나 태생인 제랄드 아사모아가 흑인 최초의 독일 대표로 발탁되면서 보수적인 순혈주의를 폐기했다. 혈통과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대표를 선발하며 이민자 선수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외질(터키), 사미 케디라(튀니지), 제롬 보아텡(가나) 등 현재 독일을 이끄는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외국계 출신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밀려 내림세를 걷던 독일 분데스리가도 재정 혁신과 체계적인 유소년 정책을 내세워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994 미국 월드컵,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연거푸 8강에서 탈락하며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독일이 '첨단 전차'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결승전을 앞둔 독일의 기세는 최고조다. 토너먼트 첫 경기 16강전에서 '복병' 알제리를 만나 고전했지만 8강전에서 '대륙의 라이벌' 프랑스를 1-0으로 꺾었고, 4강전에서는 세계 최강이자 개최국의 위세를 과시하던 브라질을 무려 7-1로 꺾고 월드컵 역사에 남을 대승을 거뒀다.

독일은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공수 조화를 자랑한다. 토마스 뮐러와 클로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터뜨릴 수 있다. 외질, 케디라, 슈바인슈타이거, 토니 크루스 등이 포진한 중원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호화 멤버다. 큰 키를 자랑하는 마츠 후멜스와 페어 메르데사커는 탄탄한 중앙 수비는 물론이고 세트피스에서는 강력한 헤딩으로 득점력까지 갖췄다.

후멜스와 메르데사커를 어렵게 뚫는다고 해도 이번 대회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마누엘 노이어가 버티고 있다. 독일은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6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고, 실점은 4골에 불과할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과 안정된 수비를 겸비했다.

독일은 우승과 함께 또 하나의 대기록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 5골을 터뜨린 뮐러가 결승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해 6골의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를 제치고, 4골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추격을 따돌린다면 사상 초유의 2회 연속 월드컵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

클로제의 발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린 클로제는 월드컵 개인 통산 16골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호나우두(15골)를 넘어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미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사나이가 된 클로제가 결승전에서도 골을 추가한다면 곧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것이다.

메시, 독일 뚫으면 마라도나 넘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4강 네덜란드와의 경기 중 상대팀 론 플라르(왼쪽), 디르크 카위트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28년 만의 우승을 바라보는 아르헨티나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독일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독일의 11명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불리는 메시다.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발롱도르'를 4년 연속 수상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유럽프로축구 한 시즌 최다골 등의 기록을 세우며 26세의 나이에 벌써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고 있는 메시. 하지만 그때마다 메시의 이름 옆에는 조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소속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가 따라다녔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화려한 발재간으로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뚫고 수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월드컵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교체 멤버로 활약하는 데 그쳤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독일과의 8강전에서 0-4로 대패하며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28년 전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마라도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메시도 반드시 월드컵 트로피가 필요하다. 그런 메시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꺼운 독일에 비해 아르헨티나는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단점이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넣은 7골의 대부분이 4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최전방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은 1골에 그치며 침묵하고 있고, 앙헬 디 마리아는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결승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아르헨티나는 비교적 쉬운 조 편성이 주어진 조별리그에서 3연승으로 가볍게 통과했지만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와의 16강전,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모두 1-0으로 승리했고,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는 득점없이 비긴 끝에 승부차기로 이겼다. 결승전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독일은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체력 대결에서도 불리하다. 독일보다 준결승을 하루 늦게 치르느라 그만큼 휴식 시간이 짧은 데다가 연장 혈투를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더 많았다. 반면 하루 먼저 준결승을 치른 독일은 전반전에만 5골을 터뜨리며 손쉬운 승리를 거둔 덕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체력을 비축해놓았다. 만약 결승전도 연장까지 돌입한다면 독일이 훨씬 유리하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끈 진짜 비결은 수비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단 3골만 허용하며 공격진의 부진을 훌륭하게 만회했다. 토너먼트가 시작된 뒤로는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경험이 많고 순간 판단력이 뛰어난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독일의 엄청난 공격력도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은 아르헨티나가 가장 피하고 싶었고, 또 그만큼 갚아줘야 할 빚도 많은 상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2차례 월드컵에서 독일과 8강에 맞붙어 모두 무릎을 꿇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클로제에게 2골을 내주며 0-4로 대패를 당했다.

이처럼 거의 모든 면에서 독일이 유리한 결승전이다. 세계 축구 도박사들도 독일의 우승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항상 전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의 패스, 한 번의 결정력으로 승패와 역사가 뒤바뀌는 것이 축구이자 스포츠다. 메시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충분히 그럴 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월드컵의 신'은 지금까지 남미와 북중미를 통틀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유럽 팀의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과연 메시가 월드컵 우승까지 거머쥐고 진정한 '축구의 신'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독일이 남미 대륙에서 새로운 월드컵 역사를 만들어낼지 전 세계가 이들의 '진검 승부'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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