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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광고, '시사매거진 2580'까지 매달리는 이유

[하성태의 사이드뷰] 중간광고 허용 등 방통위 목소리 전한 탐사보도 프로그램?

14.08.18 15:01최종업데이트14.08.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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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의 한 장면. 드라마 제작비에 비해 광고/협찬 수익이 못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MBC


탐사보도인가, 옴부즈맨인가. 하소연인가, 읍소인가. 여론환기인가, 여론호도인가. 17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한류의 미래를 위하여' 편은 철저하게 망가져버린 MBC의 현재를 반영하고 있었다. '한류의 미래'가 왜 문제냐고?

"안정적인 재원구조를 갖고, 그 결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시청자 복지에 오히려 더 기여하는 것이지 어떤 매체를 못하게 하면서 달성하는 시청자 복지와 시청자 주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시훈 교수의 말이다. 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교수의 말이라고 다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도에 화답하느냐가 관건이다. MBC의 '안정적인 재원구조가 시청자 복지와 시청자 주권에 기여한다'라니, 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친MBC적 시각과 편향적 발언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실 이 발언이야말로 이날 <시사매거진 2580>이 설파하고자 했던 주장의 핵심이었다.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류가 발전한다(는 제목 아래 MBC가 돈을 더 번)는 미명 하에 자사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들을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한가운데에 배치한 것이다. 심지어 분명히 다루고도 남았을, 전 국민을 사로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도 배제한 채.

우리 제발, 중간광고 도입하게 해 주세요

17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의 한 장면. ⓒ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주장하는 핵심만 간추리면 대략 이렇다. 한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드라마, 예능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든다. 광고 시장은 급감했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 광고 시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 지상파에 비해 케이블은 광고 규제가 느슨하고, 광고 시간도 길다.

그 중 (MBC가 탐나는 것은) 중간 광고다. 지상파는 금지됐지만, 케이블을 비롯한 유료방송은 허용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케이블은 지상파에 비해 흑자다. 이건 역차별일 수 있다. 지상파 광고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4분의 1이나 줄었다. 한류 콘텐츠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만의 예가 그랬다. <판관 포청천>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던 대만 지상파는 요즘 케이블에 현저히 밀리고 있다. 다른 예로, 우리나라 케이블의 콘텐츠 수입액은 지상파에 비해 35배에 달한다. 반면 지상파 수출액은 케이블의 15배를 넘는다. 신규 편성 비율도 CJ E&M의 19%에 비해, 지상파는 80%에 달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그래서 지상파 재원확보와 광고시장 정상화를 위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려한다. 총량제 핵심은 중간광고다. '이거, 해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다. 유료방송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돈 좀 벌어보자. MBC가 돈 버는 것이 시청자 복지요, 시청자 주권이다'라고 <시사매거진 2580>은 주장했다. 

'미디어 산업의 위기' 초래한 것은 정작 누구인가

17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의 한 장면. 광고총량제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을 확장한 것과 마찬가지 내용을 다뤘다. ⓒ MBC


공영방송 KBS는 줄기차게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다 길환영 사장 퇴진 사태를 맞으며 목소리가 수그러든 상태다. 이와중에 <시사매거진 2580>의 이번 리포트는 경영난에 빠진 MBC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경영상의 난맥을 케이블에서 도입한 중간광고로 타개하고자하는 속내 말이다.

MBC 송양환 기자는 프로그램 말미, "콘텐츠 경쟁력을 주도해온 지상파의 위기는 미디어 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더욱이 '미디어 산업'의 중추일 뉴스·보도 프로그램을 스스로 망가뜨린 이들은 누구인가.

더 나아가, MBC는 중국에 몇몇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을 과시하는 가운데 여전히 막장 드라마를 만들고, 과다한 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작가료를 부풀리고 출연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감한 제 살 깎기 없이, 광고 규제만 풀어 달라며 방통위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MBC의 미래야 말로 콘텐츠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드라마·예능 부문에서 JTBC나 tvN의 참신함에 밀리고, 보도부문에서 급기야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종편들과 경쟁하는 작금의 MBC 말이다.      

급감하는 지상파 광고시장을 위해 광고총량제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면 최소한 케이블 시청자들이 가지는 중간광고와 과도한 광고에 대한 피로감 정도는 다뤘어야 마땅하다. 케이블이 대세인 방송시장에서 지상파인 NHK나 BBC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나가고 있는 차별화 노력도 부각시켰어야 균형감을 맞출 수 있다. 중간 광고만 허용되면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될 거라는 것은 오판이다.

최근 MBC는 메인뉴스에서 유독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만남을 보도에서 누락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현안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면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자사 이익만을 위한 꼭지를 내보내는 MBC의 민낯.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의 이면은 아예 누락시킨 채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방통위 주장만 담는 자사이기주의. 이날 <시사매거진 2580>은 보도부문은 종편과, 드라마와 예능은 케이블과 경쟁하는 중인 MBC의 현재를 반영하는 바로미터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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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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