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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고상지 "반도네온으로 '에반게리온' 연주해요"

[인터뷰] 정규 1집 'maycgre 1.0' 발표한 반도네온 연주자..."애니메이션에서 영감 받아"

14.10.10 09:50최종업데이트14.10.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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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 프라이빗커브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 등을 통해 한두 번씩 접했지만,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는 피아노, 기타 등에 비교했을 때 여전히 생소하다. 탱고 음악에 많이 쓰이고, 뭔가 구슬픈 소리를 내는 듯하지만 쉽사리 정의하기는 힘든 악기다.

하지만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정규 1집 <마이크그레(maycgre) 1.0 >을 들으면 '어? 반도네온이 이런 악기였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상지는 '출격'이라는 제목에 꼭 맞는 첫 곡을 통해 반도네온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다. 고상지를 만나 새 앨범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점 싫어 재녹음까지..."리얼 사운드 살렸다"

이번 앨범은 고상지가 작곡, 편곡부터 프로듀싱까지 모두 직접 했다. 지난 2013년 5월,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부터 정신없이 준비했지만 완성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재녹음까지 하며 공들이다가 이제야 공개하게 됐다. 녹음은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지만, 고상지는 "다시" "또다시"를 외쳤다. 그는 "도와주신 분들을 정말 괴롭혔다"고 말했다.

"선생님, 선배님들에게 자랑스럽게 들려주고 싶었다. 허점이 보이는 게 싫더라. 똑같은 프레이즈를 며칠 동안 녹음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세션으로 참여할 때, 간혹 작곡자나 편곡자가 어이없는 요구를 할 때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세션 참여 등 다른 일을 모두 멈추고 온전히 자신의 앨범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던 고상지는 덕분에 존경했던 스승인 코마츠 료타에게 '프로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에게 들을 수 있는 극찬이었다. 고상지는 "내 귀는 무덤덤한 편이라 다른 이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면서 "이번에도 모든 것을 뒤엎고 악기의 리얼 사운드를 살리길 잘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고상지에게 애니메이션이란?..."영감의 원천"

ⓒ 프라이빗커브


고상지는 먼저 탱고에 빠졌다. 어린 시절,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장면마다 바뀌는 음악에 매료됐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전투 음악 같다'고 생각했던 고상지는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를 통해 반도네온을 손에 넣었고, 조금씩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마즈 료타를 만나 본격적으로 반도네온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담아 곡을 썼고, 이를 반도네온으로 연주했다. 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나디아>의 음악 감독인 사기스 시로와 <강철의 연금술사> 리메이크판의 음악 감독인 센주 아키라를 좋아한다. 음악을 쓸 때도 시각적으로 시작하는 편인데, 탱고의 소스를 가져오면서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에도 애니메이션의 음악과 장면 연출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고상지의 입에서는 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제목이 줄줄 나왔다. 어린 시절에 봤던 <아벨 탐험대> <시간 탐험대> <마법소녀 리나> <나디아>에서부터 <나의 지구를 지켜줘> <무한의 리바이어스> <강철의 연금술사> <베르세르크> <에반게리온> 등까지 다양한 작품이 고상지의 음반에 직, 간접적으로 영감을 줬다. 고상지는 "좋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명받으면 곡을 쓰곤 한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 1호' '국내 유일' 반도네온 연주자, 둘다 아냐"

ⓒ 프라이빗커브


반도네온은 버튼마다 음이 2개씩 있다. 하지만 규칙성이 없어서 불규칙한 음 배열을 모두 외우면서 배워야 한다.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 이후 '반도네온을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는 고상지는 "제일 힘든 것은 악기를 구하는 것"이라면서 "악기가 희소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다만 나는 악기를 비교적 쉽게 구했기 때문에 반도네온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고 겸손을 표했다.

"나를 두고 '대한민국 1호 반도네온 연주자' '국내 유일 반도네온 연주자'라고 하는데 둘 다 아니다. 내가 반도네온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하림이 먼저 (반도네온을) 하고 있었고 그전에도 누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나는 방송 세션을 많이 하고, 하림 오빠는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많이 노출되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처음에 (김)동률 오빠에게 나를 소개해준 것도 하림 오빠다."

고상지는 오는 25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고상지가 이른바 '오타쿠',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티켓을 구매한 관객이 많은 만큼 고상지는 이들이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에반게리온> 수록곡 4곡 등 애니메이션 음악도 반도네온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반도네온도 잘하고 싶고, 곡도 많이 쓰고 싶다"는 고상지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이다.

고상지 반도네온 에반게리온 코마즈 료타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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