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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자의 외도?...예능인 넘보는 언론인들

허지웅·박종진 등 방송계 '블루칩' 부상...수명 짧고 '역할 한계' 봉착하기도

14.12.10 08:41최종업데이트14.12.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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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그 중심에는 언론인의 '예능 외도' 바람이 있다. 물론 언론인의 예능 출연이 새삼 특이한 모습은 아니다. 연예, 영화, 패션 등을 다루는 대중문화계 기자들에게 각종 TV 프로그램 출연은 매우 익숙한 일.

하지만 JTBC <마녀사냥>에 출연 중인 허지웅 영화칼럼니스트와 곽정은 기자(<코스모폴리탄> 피쳐 에디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토대로 방송계에 입문했지만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자 역할 이상의 기여도를 발휘하며 사실상 예능인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20년 이상 정통 언론인의 길을 걸어온 기자들의 '예능 넘보기'다. 지난해 최일구 전 MBC 앵커가 tvN 성인코미디프로그램 < SNL 코리아 >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더니, 최근에는 채널A 시사토크쇼 <쾌도난마>를 진행해온 박종진 전 앵커가 JTBC와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방송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박종진 전 앵커, 케이블과 종편에서 MC 활약

방송인 안선영과 함께 TV조선 토크쇼 <대찬인생> MC를 맡은 박종진 전 채널A 앵커(사진 오른쪽) ⓒ TV조선


박종진 앵커의 타사 예능 나들이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지만 데뷔는 비교적 순탄했다. 언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올 7월 매니지먼트사 ㈜화제인과 활동계약을 맺어 화제를 낳은 박 앵커는 이후 SBS plus 의학토크 프로그램 < 불편한 진실 메디컬X >의 MC 자리를 꿰차더니 TV조선 <강적들> 게스트로 합류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의 예능 활약은 10월 JTBC <유자식 상팔자> 출연으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에 두 딸과 함께 출연한 박 앵커는 '딸바보'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가하면 고정패널 강용석과 알콩달콩 신경전을 벌이면서 그간 정치토크쇼 진행자로서 쌓은 무거운 이미지를 상당 부분 털어냈다.

박 앵커가 지난달 MC로 투입된 TV조선 토크쇼 <대찬인생>은 시청률 3.1%(12월 2일,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예능 진출 선도한 최일구 전 앵커 '잠잠'...수명 한계?

tvN 성인 코미디 프로그램 에서 재치있는 입담과 풍자를 선보보인 최일구 전 MBC 앵커(사진 오른쪽). ⓒ CJ E&M


언론인의 예능 진출은 앞으로도 방송계에서 신선한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예능판의 치열한 경쟁에서 언론인에게 허락되는 입지가 썩 넓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언론인의 본격적인 예능데뷔를 주도한 최일구 앵커의 경우 지난해 < SNL 코리아 >를 통해 예능계의 '샛별'로 떠올랐지만 그 돌풍을 오래 끌지 못한 채 기자 출신 방송인의 한계를 보여줬다. 앵커 경력을 살려 진행자를 맡기로 한 신설 토론프로그램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이 취소된 뒤 사실상 그의 방송활동이 중단된 것. 현재 그는 전국의 대학과 기업, 평생학습기관 등을 무대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용감한 기자들', 예능의 기자 활용법 보여주며 롱런

각 분야 전문 기자들이 패널로 참여하고 있는 E채널 <용감한 기자들>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예능에 출연하는 기자에게 개그맨이나 연예인 수준의 끼와 재미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 어려운 정보를 쉽게 전하는 전문가적 역할을 소화하되 간혹 자신의 빈틈을 노출해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정도만으로도 시청자와 제작진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

E채널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 중인 기자들은 자신이 직접 취재한 뉴스를 흥미롭게 풀어줌과 동시에 종종 MC 신동엽과 게스트 홍석천, 김태현 등의 짓궂은 공격에 '무장해제' 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자칫 가십 토크쇼로 단명할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이 2년 가까이 롱런한 비결은 웃음주기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방, 금융, 의학 등 각 분야 전문기자의 참여로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지켜낸 데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으로 예능 나들이에 나설 언론인이 기억할 점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신선함을 무기로 예능계의 러브콜을 받을 때 자신이 '누울 자리'를 제대로 짚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예능은 언론인에게 이미지 변신의 기회와 '제2의 인생'을 선물해줄 수 있지만 그 수명까지 보장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박종진 최일구 곽정은 허지웅 이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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