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4블로킹 김혜진, '완성형 센터'로 진화중

[프로배구] 이동 속공 능한 공격형 센터... 이제 블로킹도 척척

14.12.11 08:29최종업데이트14.12.11 08:29
원고료로 응원
분홍거미군단이 4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현대건설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를 세트스코어 3-2(26-24,23-25,25-14,13-25,15-9)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블로킹 부문에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팀이지만 이날은 무려 1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특히 블로킹이 약하다고 알려졌던 주장 김혜진이 4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흥국생명의 산증인(?)

김혜진은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2007년은 배유나(GS칼텍스), 하준임(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이보람(인삼공사) 등 오늘날 V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들이 대거 배출된 해였다(물론 지명 당시는 센터가 아닌 선수도 있었다).

지명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김혜진에게 흥국생명 입단은 시기적으로 매우 좋았다. 당시 흥국생명은 김연경(페네르바체), 황연주(현대건설) 등 호화 멤버를 거느린 최강팀이었고 센터 진혜지의 은퇴로 입단 첫 해부터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김혜진은 입단 첫해 속공부문 5위(37.99%)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년 차가 되던 2008-2009 시즌 속공 1위(50.31%), 이동공격 3위(45.16%)로 리그 정상급의 공격력을 가진 센터로 도약했다.

하지만 2009년 김연경이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팀 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2010년에는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마저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팀을 지탱하던 양날개를 잃은 흥국생명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김연경-황연주 콤비가 활약한 4년 동안 세 번의 V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황금콤비'의 이탈 후 5년 동안 단 한 번(2010-2011시즌) 밖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그나마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공격수 예르코브 미아의 '몰빵'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그리고 김혜진은 7년 동안 흥국생명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김혜진은 2013년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1차 협상기간에 흥국생명과 재계약하며 잔류를 선택했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혜진은 세터 우주리와 함께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한 선수이기도 하다.

공격에만 특회된 센터? 이제 블로킹도 문제없다

김혜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른 발이다. 특히 세터의 오른쪽으로 돌아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이동 속공은 단연 V리그 최고수준이다. 김혜진이 매 시즌 속공과 이동공격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비결도 한 박자 빠른 움직임에 있다.

반면에 김혜진의 신장은 180cm. 중앙 공격수로서는 결코 큰 키가 아니다. 따라서 센터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불로킹에서 약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김혜진은 데뷔 후 7년 동안 한 번도 세트당 0.4개 이상의 블로킹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에도 10일 경기 전까지 11경기에서 기록한 김혜진의 블로킹 숫자는 단 11개. 이적생 김수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3경기를 덜 치른 신인 이재영과도 같은 수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김혜진에게는 '공격에만 특화된 센터'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10일 도로공사전에서 김혜진은 오랜만에 '공수겸장 센터'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혜진은 이날 블로킹 득점 4득점을 포함해 총 10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8개의 유효블로킹(자기팀의 수비로 연결되는 블로킹)을 기록하며 높은 공헌도를 과시했다.

여전히 블로킹 순위에서는 17위(세트당 0.31개)에 머물러 있지만 김혜진이 도로공사전만큼 블로킹에서 공헌을 해준다면 흥국생명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물론 김혜진 본인도 약점으로 꼽히던 블로킹 능력이 향상된다면 더욱 위력적인 '완성형 센터'로 거듭날 수 있다.

흥국생명의 주장을 맡고 있는 김혜진은 2012-2013 시즌 올스타 최다득표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선수다. 비록 시즌 초반엔 박미희 감독과 루키 이재영이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김혜진 역시 빠른 시일 안에 올스타 최다득표자의 위엄을 되찾게 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혜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