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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사제복은 운명이었나

[인터뷰]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과 대결... "난 아웃사이더... 개인이 모여 전체가 돼야지, 전체를 위해 개인이 있다 생각지 않아"

15.11.04 09:50최종업데이트15.11.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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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가 된 강동원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 부제 역을 소화한 강동원. 캐릭터명에서 알 수 있듯, 이름 없이 악마를 쫓는 외로운 사제다. ⓒ 이정민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이다. 게다가 악령이 들린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사내다. 이것만으로 일단 이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설정만 보면 청소년 판타지물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신비주의나 초자연현상을 뜻함) 장르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한국적 현실을 담아냈다. 악마와 싸워야 하는 김 신부(김윤석 분)와 최 부제(강동원 분)는, 대중의 눈치를 보며 보신주의에 빠져 도움을 주지 않는 가톨릭 교단에도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세상을 구하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가 곧 영화의 핵심 주제이자 다른 영화와의 차별성"이라고 운을 뗐다. 

아웃사이더가 된 강동원, 악마와 맞서다

▲ 악마의 제물이 될 돼지를 안고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하여, 악과 맞서는 김윤석(왼쪽)과 강동원(오른쪽). 강동원이 들고 있는 돼지는 귀신을 쫓기 위한 제물이다. 성경엔 사람에게서 빠져나온 귀신이 예수의 명령에 돼지로 쫓겨 들어가고, 그 돼지가 근처 강으로 뛰어들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도 작품을 위해 강동원은 가톨릭을 깊이 팠다. 악마를 쫓는 구마의식에 대한 자료는 닥치는 대로 찾아봤단다. "의식에 쓰이는 초는 뭘 상징하는지, 왜 향을 피우는지, 여기에 더해 가톨릭의 역사까지 찾아보게 됐다"고 그가 말했다. 심지어 지인을 통해 신 내림 받은 무당까지 찾아갔다. 평소 점이나 별자리 운명 등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신부가 된 이상 낯선 문화와 의식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흥미가 전혀 없던 분야에 왜 뛰어들었을까. 그는 "익숙한 내용보다 새로운 걸 할 때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며 "사실 만화 캐릭터 같은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여기에 덧붙여 그가 가지고 있는 소위 아웃사이더 감성도 한몫했다.

"나 스스로 좀 중심부에 들기보단 주변에 있길 좋아하는 성향 같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한 팀을 응원하면, 나 혼자 다른 팀을 응원하곤 했다. 아버지가 너 참 이상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 영화도 그런 면에서 마음에 들었던 거 같다. 다만 상업영화인 만큼 기본 이상은 해야겠지.

소재나 설정은 취향을 탈 수 있지만, 이야기 구조는 분명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서태웅이 나오잖나. 최 부제는 아닌 척하면서 웃기는 모습이 있다. 그런 면이 서태웅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관객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지."

최 부제의 모습에서 얼핏 그의 전작 <군도> 속 조윤을 떠올릴만하다. 서얼 출신으로 사회적 억압을 겪다 양민을 수탈하는 악한이 됐던 조윤. 그는 사회 시스템을 박차고 악마와의 대결을 택한 최 부제와 닮아 있었다.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강동원이 택한 두 캐릭터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았다.

"맞다. 최 부제는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박차고 본인 트라우마 때문에 신학교에 갔다. 실제로 개인적 아픔으로 신부가 되는 분도 계시더라. 간단히 얘기하면, 최 신부는 자기희생을 한 셈이다. 자신만이 악마를 쫓을 수 있다는 운명을 받아들였고, 걸어 들어간 거지.

영화를 위해 한 신부님을 만나서 고해성사에 관해 얘기했다. 남의 아픔과 비밀을 듣는 게 고통스럽진 않은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진 않은 지 물었다. '아니, 난 귀를 빌려주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이게 신부의 본질이라 느꼈다. '그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사람만이 신부가 될 수 있구나!' 존경심이 생겼고 놀라웠다.

다들 손해 보지 않으려 애쓰는 세상이다. 이런 분위기가 참 싫다. 나 역시 일할 때는 조금 손해 봐도 된다는 주의인데, 신부님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짐을 지고 가더라. 이런 개개인들이 모였을 때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이 모여 전체가 돼야지, 전체를 위해 개인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남자의 종교

▲ "잘생겼다고? 그리 봐주면 고맙지" 여성 팬들이 이번 캐릭터를 참 좋아하겠다는 말에 그는 "상업 영화 배우니까 그렇게 봐준다면 고맙다"며 솔직한 속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악마들린 학생 역을 소화한 박소담이라는 배우가 중요했다. 신인이라 생각않고 프로정신이 있는 동료로 여겼다"고 상대 배우의 공을 언급했다. ⓒ 이정민


종교도 없다. 스스로 믿는다. 이런 그이지만, 이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간절히 신에게 빌었다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마와 싸운다는 설정에 강동원은 평소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연기라지만, 그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그렇게 창피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내 밑바닥을 보이는 거잖나.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두려움에 떨어본 적이 없었다. 평소엔 자신을 믿는 편이거든. 자신감을 가지려고 해왔다. 그게 없다면 대중 앞에서 연기 못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지, 내가 하는 게 맞는지 계속 두려울 테니까. 나와 동료를 믿는다. 신앙까진 아니지만 이게 연기할 수 있게 하는 힘인 거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결국 배우의 길 역시 종교와 연결되는 것 같다. 김윤석 역시 최근 언론 시사회 직후 "배우 역시 구도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강동원이 현재 가진 고민 역시 연기와 맞닿아 있었다.

"배우라고 하면 흔히들 남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리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인간이 상상했던 걸 표현하는 게 배우 아닐까. 관객들이 불편함 없이 잘 받아들이게 하는 게 배우의 몫인 거 같다.

왜 연기하는지 묻는다면 너무 재밌어서 한다고 답하고는 한다. 너무 재밌어서 못하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어릴 때 연기 수업을 받으며 내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고, 그래서 하고 있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늙어서) 말을 제대로 못 하게 될 때가 오더라고 말 못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검은 사제들>로 관객과 만나는 동시에 그는 차기작 준비에도 한창이다. 이미 <검사외전>의 촬영이 끝났고, 또 다른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의 촬영이 진행 중이다. 여러모로 그의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가늠할 수 있게 됐다.

▲ "연기로 날 증명할 것" 이젠 강동원이라는 이름 하나로도 영화 투자가 들어오는 때다. 이 사실을 그 역시 인정하면서 "주변에서 영화 제작을 해보라는 말도 하는데 고민하긴 했다"며 "근데 배우가 머리 아프게 왜 그런 고민을 하나 싶었다.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따로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 이정민



○ 편집ㅣ곽우신 기자


강동원 검은 사제들 김윤석 카톨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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