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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과 <치인트>
웹툰 영상화의 성패를 가르는 '한 끗'

[TV리뷰] 웹툰 원작 드라마의 나쁜 예가 되어 버린 <치즈인더트랩>

16.03.03 16:21최종업데이트16.03.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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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치인트> 속에서 박해진은 어느 순간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 tvN


<치즈인더트랩>(아래 <치인트>)가 종영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작을 충실히 따라갔던 초반부에서는 호평을 들었으나 삼각관계가 부각된 후반부에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실종된 남자 주인공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선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개연성이 무너져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이제는 흔해진 웹툰의 영상화

'웹툰'은 어느 순간 킬러 콘텐츠가 되었다. 드라마 콘텐츠의 부족을 메우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웹툰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기 때문에 홍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완성도 있는 내용 역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웹툰과 드라마의 내러티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웹툰 업계에서는 최강자로 불리는 강풀의 만화는, 가장 활발하게 영상화가 진행된 콘텐츠이지만 유독 영상화가 된 이후의 흥행력은 아쉬웠다. 만화가 가진 긴장감이나 과장 등이 영상으로 전개될 경우,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풀은 웹툰의 강점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이용하는 작가다. 만화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간 판타지는 영상화로 옮기는 과정이 그만큼 까다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성공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웹툰의 분위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치인트>만 보더라도 웹툰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제대로 포착해 낸 초반의 내용전개에서는 호평을 들었다.

원작의 분위기를 잘 재현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미생> ⓒ tvN


드라마 대표적 성공작인 <미생> 역시 만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기 때문에 명작이 될 수 있었다. 회사와 사회생활에 대한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인간미를 포기하지 않은 덕택에 <미생>이 전해주는 감동은 배가될 수 있었다.

이런 호평을 끌어낸 이유는 연출력에 있었다. <치인트>나 <미생> 모두 초반에는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논란은 연기자들의 연기와 감독의 세심한 디렉팅으로 인해 완전히 와해할 수 있었다.

감독의 판단미스, 원작의 잘못된 해석

그러나 <치인트>는 그 감독의 판단미스로 성공적인 결말까지 끌고 가는 데 실패했다. 출연진들의 분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원작자, 작가, 출연진들과의 소통 부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원작자의 불만 표출, 대본과 방송내용과의 차이점, 출연진조차 알지 못하는 결말 등이 복합적으로 대두하며 이윤정 PD의 독단적인 행보가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흔히들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웹툰처럼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는 PD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원작의 흥행성과 콘텐츠를 염두에 둔 탓에 작가는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어지고 굳이 유명한 작가를 섭외할 필요성 역시 없다. 그러므로 PD의 연출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PD는 원작의 느낌을 어떻게 화면에서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작가들에게 실제로 회사생활 시킴으로써 현실감을 더 부여해 내라는 요구를 했고, 만화가 윤태호가 했듯이 직접 무역회사나 바둑인들을 찾아 인터뷰했다. 그저 웹툰의 내용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므로 드라마는 더욱 생동감 있고 진실성이 생길 수 있었다. 단순히 원작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성을 이해한 데 대한 결과물이었다.

<치인트>는 이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원작의 팬들이 어느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자 방향성을 잃고 중구난방이 된 것이다. 결국 백인호(서강준 분)의 캐릭터가 주인공보다 주목받으면서 연출자의 지나친 편애처럼 비친 것은, 사심 방송이라는 비난을 몰고 오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원작도 중요하지만 그 원작을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퇴근 흥행한 <내부자들>은 영화로서는 드물게 웹툰 원작으로서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내부자들>은 19세 핸디캡을 달고도 성공적인 성적으로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탄탄한 원작의 힘도 있었지만 영화만의 결말을 만들어 내고 뛰어난 연출력으로 기승전결을 만들어낸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없었다면 이런 성적은 불가능했다.

어떤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누가 출연하느냐 역시 아주 중요한 흥행요소가 될 수 있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웰메이드 콘텐츠다. 웹툰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영상의 파급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연출력이 웹툰의 영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치인트 미생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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