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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는 중국 셰프, 예능에서도 봐야합니까

[TV리뷰] 경연 예능 <쿡가대표> 속 불공정한 요리 대결

16.04.22 15:04최종업데이트16.04.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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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송된 <쿡가대표>는 5성급 호텔에서 일하는 중국 셰프들과 한국 셰프들의 대결을 담았다. ⓒ JTBC


지난 2014년 김연아 선수는 소치 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을 땄다. 러시아의 텃세와 홈어드밴티지가 극에 달해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김연아 선수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품격을 보여주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 정치와 이권이 개입돼있다는 것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에 대한 진정성과 가치를 격하시킨다. 한국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한국 여론은 들끓었다. 그런데 이런 불공정함을 스포츠가 아닌 웃으며 보자는 예능에서까지 마주한다면 어떨까.

<쿡가대표>는 쿡방 열풍을 타고 스타덤에 오른 셰프들이 타국 셰프들과 경쟁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아낸 예능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 간의 대결을 넘어 타국 셰프들과의 대결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한 이 예능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라는 말과 '요리(Cook)'를 섞어 '쿡가대표'로 재치 있게 바꾸었다. 제목에서도 한국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능이라는 걸 엿볼 수 있다.

쿡방 열풍이 한풀 꺾인 지금, <쿡가대표>가 예능의 판도를 바꿀만한 힘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셰프들의 짜릿한 승리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유입은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펼쳐지는 대결이 불공정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건 대결이 아니다

한국팀은 승리했지만 여전히 찝찝함은 남았다. (사진: <쿡가대표> 이미지 갈무리) ⓒ JTBC


지난 21일 방송된 <쿡가대표>는 5성급 호텔에서 일하는 중국 셰프들과 한국 셰프들의 대결을 담았다. 그러나 대결 과정에서 중국 측의 텃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밀가루 중력분을 요구하는 한국 셰프들에게 강력분을 주거나 캐비어나 마요네즈와 같은 필요한 요리 재료들이 없다고 잡아 떼기도 했다. 공정해야 할 대결에서 이미 불리한 조건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후 펼쳐진 중국팀의 행동도 문제가 될만했다. 조리시간으로 정해진 15분 동안 아이스박스 내 소스를 바꿔치기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 미리 준비된 재료를 썼다는 의혹도 일었다. 위생에도 문제를 보였다. 시식 평도 불공정했다. "딤섬 반죽이 바삭하지 않다"며 자신들이 잘못 전해준 밀가루 반죽을 혹평하거나,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개인 기호를 말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아무리 예능이지만 기본적인 포맷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콘셉트의 예능이라면 다소의 야비함도 용납된다. 그러나 <쿡가대표>는 경연이고 승부가 중심인 예능이다. 말하자면 셰프들의 자존심 대결이다.

같은 예능이라도 <나는 가수다>나 <1박 2일>은 다르다. <1박 2일>은 출연진들이 제작진과 기 싸움을 하며 서로 골탕을 먹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반면 <나는 가수다>에서 누구에게는 완벽하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 누구는 바로 무대에 투입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말하자면 <나는 가수다>처럼 경연 예능인 <쿡가대표>에서 처음부터 불공정한 조건을 주고 공정한 대결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기고 싶어서 각종 꼼수를 쓰는 중국팀의 모습은 예능적인 재미보다는 올림픽의 편파 판정을 보는 불쾌함을 일으켰다. 그런 갑질에도 불구하고 셰프들은 멋진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그렇다고 불쾌함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종일관 매너있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 셰프들의 행동에 비교되는 중국 셰프들의 텃세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마저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쿡가대표> 제작진이 먼저 이런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이런 식의 그림이 예능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지는 몰라도 예능의 포맷 자체를 무시하는 행태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 <쿡가대표> 제작진들에게는 사전에 규칙을 공지하고 같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한국 셰프들이 불리한 대결을 하기 위해 중국까지 간 것은 아니리라. 지금의 경력으로도 어디서든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는 '쿡가대표들'에게 제대로 된 경연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쿡가대표 최현석 이연복 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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