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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게 최선인가

[TV 리뷰] KBS <세상의 모든 다큐>가 전한 사형수 이야기

16.06.12 17:09최종업데이트16.06.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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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사람을 살해한 범죄자에게 사형이라는 제도는 제법 어울리는 제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잘못은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죄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물론, 살인이라는 행위는 여전히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형으로 돌아가셨다가 52년 만에 무죄로 밝혀진 조봉암 선생이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나서 무죄가 밝혀진 인혁당 사건 등을 알게 되면서 더욱 그랬다.

사형제도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며 수많은 사람을 억울하게 목숨을 잃도록 만들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사람의 죄가 사실은 없던 것이었을 때 사형이라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목숨을 빼앗은 잘못은 누가 책임져야할까. 이 물음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사형제도도 그렇다는 생각과, 사형제도의 많은 부작용으로 인한 어두운 면은 계속 부딪치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KBS2 <세상의 모든 다큐>에서는 '사형수 이야기 운명의 24시간' 2부작을 통해 사형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과연 사형제도에 대한 물음을 대답해줄 수 있을까.

[1부] 사형집행일

니키는 그를 용서할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나는 당신을 용서할게요"라고 적힌 종이를 숨겨서 사형 집행을 참관하러 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종이를 그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더욱 슬퍼보인다. ⓒ 방송 캡처


1부에서는 비언카 애덤스와 리처드 콥, 그리고 앤서니 헤인즈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형제도에 대하여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직접 맞닿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함이다.

애덤스는 이미 사형을 당했고, 리처드 콥은 사형 집행일을 앞두고 있다. 그들은 한 편의점에서 세 명의 사람을 납치했고, 그 과정에서 한명을 죽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방송은 니키와 딸의 대화를 보여준다. 니키는 딸에게 사형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고 기분이 어떨지 묻는다. 그녀의 딸은 "어쩔 수 없자나요 왜냐하면.. 잘은 모르지만 그래야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왠일인지 니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그녀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그들의 사형을 앞둔 그녀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

니키는 그를 용서할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나는 당신을 용서할게요"라고 적힌 종이를 숨겨서 사형 집행을 참관하러 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종이를 그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더욱 슬퍼 보인다.

다음으로는 사형 집행을 미루기 위해 힘쓰고 있는 앤서니 헤인즈의 어머니와 앤서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자신이 경찰관을 죽인 것은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신이 자신에게 감옥에서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사형을 집행정지 시키고 감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게 충분한 변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리고 사형집행의 날, 앤서니는 결국 죽지 않았다. 법원은 변론의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받아들였고 그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사형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앤서니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믿음처럼 결국 살아남는다. 그는 앞으로의 법원의 결정에 따라 무기형으로 감형되거나, 다시 사형집행의 날짜가 정해질 수 있다.

앤서니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들은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살아온 시절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사형 집행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형은 집행 되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앞으로 언제 이 고통이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를 담는 방송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을 때에도, 사형 집행을 앞둔 리처드나 앤서니의 이야기를 담을 때에도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텍사스에서 집행되는 사형 건수가 234건으로 가장 많음을 알려준다.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위에 다가온 사형이라는 글자는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사형 집행을 참관하고 나서 더욱 슬퍼보이던 니키의 얼굴과 사형 집행 정지 소식을 듣고 절망하던 켄트의 유가족들의 얼굴은 대조되면서 사형에 대한 물음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2부] 사형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켈리는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으로 이번 사형 클리닉 팀에 지원하여 실제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녀가 맡게 된 사형수는 로버트이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교도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고 집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방송 캡처


2부는 사형수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인 텍사스 주의 사형 클리닉 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켈리는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으로 이번 사형 클리닉 팀에 지원하여 실제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녀가 맡게 된 사형수는 로버트이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교도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고 집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켈리는 로버트의 어린 시절에 대하여 조사를 하러 다닌다. 그가 어린 시절에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이나, 집안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에 대해서 주로 묻는다. 그녀는 제대로 살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그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꼭 구해보겠다고 다짐한다.

텍사스 주의 사형집행을 멈출 수 있는 방법에는 감형청구가 아닌 다른 방법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지사가 감형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주지사가 감형 처분을 내린 일은 1번밖에 없었던 일이지만 켈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심지어, 대니얼의 누나에게 로버트의 감형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가 그의 사형을 통해서 그의 가족들에게도 누군가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만족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나는 그러길 원하지 않아요. 그에게도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대니얼의 누나는 그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용서하고 싶다고 말한다. 반면에, 대니얼의 부인과 다른 가족들은 그의 사형이 정당하다고 이야기 한다. 대니얼의 누나와, 부인 둘 중에 누가 옳고 그름을 가릴 수는 없는 문제다.

결국, 로버트는 증거조사를 위해 사형 집행을 유예 받는다. 그리고 켈리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에 다시 사형 클리닉 팀으로 변호사의 자격으로 돌아온다.

다큐멘터리는 마지막까지 사형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어째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리고 사형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대답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사형제도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조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줌으로서 오히려 더한 물음을 제시한다. 과연 사형은 옳은 것일까. 사람이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결론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형제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제도는 유지한 채로 집행만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사형제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의 존속을 쉽게 결정하는 사회보다는 한명의 생명일지라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사회가 훨씬 민주적이고 가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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