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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몬스터유니온 설립 반발... 외주제작협회가 뭉쳤다

[현장] "외주제작 시장이 없어질지도 몰라" vs. "갑을 관계라 볼 수 없다"

16.07.15 21:58최종업데이트16.07.1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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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가 15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KBS가 다음 달 설립할 몬스터유니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KBS가 다음 달 설립할 예능 드라마 제작 자회사 '몬스터유니온'과 관련 외주제작사 세 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KBS의 몬스터유니온 설립은 공영방송이 상업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본연의 공영성을 망각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KBS가 다음 달 설립할 몬스터유니온이 "방송 생태계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가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해 여기서 대부분의 제작을 담당하게 되면 외주제작사가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고 130여개의 크고 작은 드라마 예능 외주 제작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 협회장은 "거대 방송사가 외주 제작사가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아예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 제작을 하려 한다"며 "외주 제작 시장이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가 15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KBS가 다음 달 설립할 몬스터유니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이어 안 협회장은 "KBS에 지속적으로 면담 요청을 해왔으나 KBS는 답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장은 "KBS도 적자로 인해 몬스터유니온으로 자구책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구조조정을 해야 맞는 거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협회는 KBS 몬스터유니온 설립을 반대하는 것과 동시에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방송사가 독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장은 ⓒ 이희훈


송규학 협회장은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건데 창작자들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외주 프로그램을 납품하면 방송국이 모든 저작권을 가져간다, 이런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인배 대표도 "KBS는 <태양의 후예>로 크게 수익이 나는 걸 보고 몬스터유니온으로 그런 것을 하고 싶어하는 거다, 내가 PD인데 방송을 만들었으면 그건 내 것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외주제작사에도 저작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SM이나 YG 같은 소속사는 음원이라는 권한이 있으니 성장할 수 있는 거다"라며 "예능 제작사들이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KBS "외주제작사들과 협업 통해 상생할 것"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 협회장 ⓒ 이희훈


한편, KBS는 기자회견 도중 입장문을 보내 이들 단체가 "해외 자본에 잠식되고 있는 국내 콘텐츠 제작 기반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다"며 "몬스터유니온은 국내 외주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BS는 입장문을 통해 "세 협회는 이런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기자회견 중 KBS 입장문을 확인한 안인배 대표는 "왜 외주제작사들은 몬스터유니온을 통해 상생해야 하나? 왜 그동안은 상생할 수 없었나?"라고 외쳤다. 이어 송규학 대표는 "KBS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할 말이 없다"면서 "상생이라는 건 제작사에게도 권한을 줘서 한국 방송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하는 걸 상생이라고 하는 거다"라며 KBS 입장문을 비판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세 협회는 이후 대응을 논의한 뒤 '국민적 저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문제가 단순히 공영방송 KBS와 외주제작사와의 문제만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방송계 재벌인 KBS가 중소기업을 방해하고 불공정 행위가 앞으로 심화될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며 "문화산업 발전 측면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생존권과 성장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몬스터유니온 외주제작 산업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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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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