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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고 나면 우는 한국선수들, 이해해 주자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위한 변명

16.08.12 16:10최종업데이트16.08.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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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에서는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경기장마다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탄식이 교차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 선수들은 경기에 졌을 때 아쉬움에 잔뜩 찌푸려 있거나 서러움에 복받쳐 우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어떤 경우는 승리한 상대편 선수가 악수를 청해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를 떠나기도 해서 스포츠맨십이 없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서구의 선수들은 곧바로 승패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여유를 보일 때가 많다. 왜 우리 선수들은 패했을 때 인상을 쓰거나 우는 모습이 많을까?

사실 지구상에 우리처럼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준비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를 선수촌에 모아놓고 오랜 기간 합숙훈련 시키는 시스템 역시 선진국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생활 체육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어릴 때부터 모든 국민들이 운동을 즐긴다. 그렇게 운동을 즐기다가 특출 나게 잘 하는 학생이 있으면 엘리트 선수로 발탁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에 나가면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엘리트 스포츠 강국일 뿐이다. 극소수의 선발된 운동선수들만 운동을 잘하도록 뒷받침할 뿐, 전 국민들이 즐기는 생활 스포츠는 뒷전이다. 일본은 학교마다 수영장이 있거나 인근 수영장을 빌려서 수영을 가르친다. 거기에서 어릴 때부터 모든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고 그 중에 특출 나게 잘 하는 아이가 선수가 된다. 그래서 지금 일본은 동양인이라는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수영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박태환처럼 어쩌다가 잘 하는 선수를 발견하고는 집중 육성해서 반짝 수영 스타를 배출한다. 그러나 수영을 즐기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그 뒤를 이을만한 선수를 찾기는 극히 힘들다. 모든 종목이 이와 비슷하다. 운동을 즐기는 저변은 넓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 선수를 선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선수로 키울만한 대상을 물색해서 집중적으로 운동을 시킨다. 문제는 어릴 때부터 선수로 자라게 되면 공부도 뒷전이고 오로지 운동만 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은 다르다. 엘리트 선수라고 해서 우리처럼 공부와 담을 쌓고 운동만 시키는 것도 아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게 하고, 공부를 못 하면 운동도 할 수 없게 한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에서는 운동부 소속 학생들일지라도 학점이 4.0 만점에 평점 2.0 이하면 경기 출전을 금지시키고 있다. 물론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운동부라고 봐주는 것은 없다. 한국 최초로 NCAA 디비전 1리그 무대에 진출했던 농구선수 최진수도 메릴랜드 대학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학업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일이 있다. 운동만 잘하면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시스템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구조는 여러 진로 탐색을 가능하게 만든다.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학업을 통해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은 직업 선수라도 선수를 그만두면 다른 방향으로 나갈 길도 열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에 목숨 걸지 않는다.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을 따면 영광스러운 일이 되긴 하겠지만 못 따도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어떠한가? 다른 어떤 대회보다 올림픽이 중요하다. 심지어 각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도 올림픽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왜냐하면 올림픽만큼 관심을 갖는 자리가 없고, 올림픽만큼 보상이 많은 대회가 없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도 연금점수가 10점에 불과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그 10배인 100점이다. 올림픽 동메달도 40점의 연금점수를 받는다. 남자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면제의 혜택도 주어진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매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그에 더하여 국민적인 관심과 인기도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에 목숨을 건다.

그렇게 4년을 치열하게 준비해서 올림픽에 나갔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야 '경기 한 번 졌다고 뭐 저렇게 우나, 다음번에 더 잘 준비해서 나가면 되지' 이렇게 쉽게 말할 테지만 당사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올림픽 메달이 아니면 이들은 막막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경력이 없으면 나중에 지도자 되기도 쉽지 않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지고 나서 인상 쓴다고, 운다고 나무라지 말자. 누가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매달리는 체육계와 생활 체육이나 체육인 복지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올림픽 열기에 편승해서 스포츠를 이용해먹기 바쁜 정부의 합작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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