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박수 속에 종영한 <닥터스>, 달달한 로맨스가 다일까?

[한뼘리뷰] 여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충실하게 담아낸 <닥터스>, 로맨스 그 이상이었다

16.08.26 18:24최종업데이트16.08.26 18:24
원고료로 응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던 <닥터스>. 그저 달달한 로맨스였기 때문에 시청자의 호응이 높았던 것일까. ⓒ SBS


10%의 시청률을 넘기기 힘든 시대에 최고 시청률이 20%가 넘었던 <닥터스>는 분명 매력적인 드라마다. 그리고 그 매력의 중심에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의 달달한 로맨스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닥터스>에 매력을 느낀 것은 달달한 로맨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라는 비판이 있을 만큼 <닥터스>는 무척이나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랬기에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었던 <뷰티풀 마인드>에 비해 사회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닥터스>에 달달한 로맨스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닥터스>에는 여주인공 유혜정의 성장이 담겨 있기도 했다.

유혜정은 원래 할머니와 국밥집을 하며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소원이었던 여고생이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했던 할머니가 진명훈 원장(엄효섭 분)의 실수로 죽게 된다. 그러나 진명훈 원장은 유혜정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거기에 분노한 유혜정은 결국 의사가 되어 진명훈 원장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진명훈 원장의 실수를 밝힐 수 있는 증거도 갖게 된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부모님이 합의했기에 증거를 갖고도 어떻게 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복수할 방법을 찾으려는 유혜정에게 홍지홍은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조언한다.

바로 이 부분! 유혜정이라는 인물의 성장에서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니, 이 부분은 유혜정뿐 아니라 <닥터스>를 보고 있는 내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홍지홍 교수의 조언처럼 하려면 유헤정은 진명훈 원장에 대한 미움을 다 버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가라앉혀야 한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할머니를 의료 사고로 죽게 한 사람, 그것도 모자라 진심으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에 대해 미움과 분노라는 감정을 소모하지 말라니.

누구보다 유혜정을 아끼는 홍지홍이 그게 유혜정에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유혜정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움과 복수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유혜정이 자신을 망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망칠 수도 있기에 미움과 복수하겠다는 열망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매우 쉬운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움'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버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이별한 후에는 '사랑'보다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앞서 그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 인간이다. 하물며 자신이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미워하기만 하는 인간이라면 아무리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 한들 '미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인간이기에 세상을 살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고 왜 미워하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미움이 나를 갉아먹고 있지 않은지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닥터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의 입을 통해 미움 때문에 자신을 파멸시키지 말 것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닥터스>가 오로지 달곰한 로맨스 드라마만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을 용기'를 말한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닥터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