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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의 부끄러운 '용병 돌려막기', 자유계약제가 답이다

마리오 리틀 놓고 3팀이 다투는 촌극... 규정 보완 시급

16.11.30 14:38최종업데이트16.11.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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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제도의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KBL이 지난 2012~2013시즌 부터 부활시킨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가 최근 혹평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의 조 잭슨부터 올시즌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마이클 크레익(삼성), 키퍼 사익스(KGC)까지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서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차마 드러내기조차 민망한 외국인 선수 제도의 민낯이 숨어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용병 돌려막기'가 있다. KBL은 기존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부족하거나 부상으로 인해 교체가 필요할 경우, 교체선수에 대한 선택지를 극히 제한해왔다. 지난 시즌까지는 당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참가 선수에 한해서만 교체를 허용해왔고 올 시즌에는 선택지가 너무 없다는 현장의 요청에 따라 최근 2년간 드래프트에 참가해왔던 선수들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선택지에 남아있는 선수가 시간이 갈수록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몸상태가 당장 경기에 투입될 만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 이미 해외리그의 팀과 계약을 맺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선 이적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래도 기량 부족에 의한 완전교체는 그나마 낫다. 기존 선수의 부상치료를 위해 일시교체로 선수를 데려오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길면 4주, 짧으면 2주밖에 되지 않는 이 기간을 위해 이역만리 한국까지 오는 수고를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번시즌처럼 거의 절반에 가까운 외국인 선수가 줄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대체 선수로 로 한국 땅을 밟은 선수들의 가치는 상상이상으로 높아졌다.

넓지 않은 대체선수 풀, 구단들 선수 영입 난항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여곡절 끝에 서울 SK와 계약을 맺은 마리오 리틀이다.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에서 뛰어난 외곽슛 능력을 보여주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리틀은 이번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 KGC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러나 LG의 단신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이페브라가 발목 부상으로 2주간 이탈하면서 2주동안 LG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LG에서 뛴 4경기 평균 16.3득점 4.3리바운드로 이페브라의 공백을 잘메웠고 동시에 이페브라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LG는 리틀과의 계약 연장을 추진했다. LG는 일시 대체기간이 끝나기 전에 계약연장을 할 시에 1경기 출전정지가 되는 KBL 규정을 알고 출장정지를 피하기 위해 2주 대체기간이 끝난 직후인 28일 리틀과의 계약연장을 추진했다. KT가 리틀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두 팀 이상이 동시에 원할 시 지난 시즌 성적순으로 영입우선권이 돌아가기에 (LG 8위, KT 7위)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LG는 뜻밖의 경쟁자를 만났다. 올 시즌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KBL에 혜성같이 등장한 테리코 화이트의 소속팀 서울 SK가 화이트의 부상으로 공백이 우려되자 마리오 리틀 영입에 뛰어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성적순으로 영입우 선권을 주는 규정을 SK와 LG에 적용하게되면 지난 시즌 9위였던 SK가 LG보다 먼저 리틀을 영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이 와중에 유럽리그와의 계약설이 나돌았던 마리오 리틀은 29일 오후 극적으로 SK와 계약에 성공하면서 테리코 화이트의 부상기간 동안 SK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게 됐다. 이번 시즌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선수를 놓고 무려 3팀이 경쟁을 한 것이다.

극적으로 SK의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드래프트 참가 선수명단에서 대체 선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마리오 리틀이 또 다른 팀으로 소속팀을 옮길 가능성흔 충분하다.

이 외에도 현재 네이트 밀러의 부상 대체선수로 맹활약 중인 모비스의 블레이클리, 에밋의 부상 대체선수로 KCC의 유니폼을 입은 와이즈 역시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는 KBL의 규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규정이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제2, 제3의 마리오 리틀을 봐야할 것이다.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제만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는데, KBL과 10개 구단 고위층들은 선수 영입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자유계약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유독 이번 시즌 들어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이 잦아지면서 이러한 '촌극'이 벌어진 측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미리 제도적으로 외국인 선수 선택지의 폭을 넓히지 않는다면 KBL의 질적 하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KBL과 10개 구단들은 팬들에게 좀 더 깔끔하고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아직은 부족하다. 규정 보완을 통해 문제를 잘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KBL이 앞으로 좀 더 좋은 리그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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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www.blog.naver.com/kti030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BL 마리오 리틀 용병 자유계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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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부족하겠지만 노력해서 좋은 내용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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