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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기득권 '머리'를 겨냥한 <마스터>, 판타지로 끝나다

[미리보는 영화] 장르화 된 '현실고발 영화'... 오락과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16.12.13 18:49최종업데이트16.12.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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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최근 영화계는 이른바 사회고발의 천국이었다. 스릴러, 액션, 코미디를 넘나들며 여러 고발성 영화가 명멸했다. 흥행으로만 치면 당장 꼽을 수 있는 게 <내부자들> <검사외전> <베테랑> 등이다.

지난 1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에 최초 공개된 <마스터>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 분)과 그의 주변에 붙어서 서민을 뜯어먹고 산 여러 이기적 캐릭터들을 지능범죄팀 소속 경찰 김재명(강동원 분) 이하 무리가 소탕한다는 줄거리다.

금융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현실 비판'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 CJ엔터테인먼트


그러니까 돈이 문제다. 돈이 돈을 낳고, 돈을 좀 더 쉽게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이다. 특히 하루에서 수십 수백 명의 주식 부자가 탄생하고 그 주변에서 온갖 감언이설로 서민의 재무를 책임진다는 금융 매니저들이 득세하는 한국이다. <마스터>는 금권의 정점에 서서 정치인과 법조계를 농락하는 진현필을 필두로 마음껏 현재를 조롱하고 비튼다.

구도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진현필을 재물 삼아 나라를 좀먹는 윗 대가리를 날려 버리겠다는 각오로 사는 경찰 김재명과 이를 방해하는 진현필 일당과의 두뇌 싸움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구도로 이야기는 어느 한쪽의 분명한 승리 직전에 작은 반전 요소를 넣어 뒤집기를 반복한다. 경찰과 진현필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빼내고 간을 보는 박장군(김우빈 분)은 이야기의 활력을 주는 캐릭터로 기능한다.

힘을 줄 땐 주고 뺄 땐 뺀다. 배우의 연기력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캐릭터들은 <마스터>가 자랑할 만한 미덕이다. 익숙한 구도임에도 우리 사회에 특화된 금융범죄를 소재로 했기에 몰입도가 상당하다. 또 돈에 눈이 멀어 공직에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쉽게 부정과 결탁하는 금융감독위원회, 검찰, 법조계 인사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 충분하게 묘사된다.

알려진 대로 <마스터>는 의료기기 렌탈 사기로 약 3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에게 5조 원의 금전적 피해를 낳은 '조희팔 사건'을 뼈대로 삼았다. 서민의 등골을 빼먹고 중국으로 도주해 자취를 감추는 주요 캐릭터는 조희팔의 행적을 그대로 모사한다. 연출은 맡은 조의석 감독은 "그 밖에도 심어놓은 코드가 여럿 있다"며 자신이 참고한 실제 사례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평소 정치·사회 뉴스에 관심이 컸던 관객이라면 그것을 하나하나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사기 사건이 이뤄지는 방법론 면에선 주식과 부동산 투기가 등장한다. 사채를 굴리며 재산을 불린 캐피탈 회사와 부도덕한 피라미드 회사, 맹목적으로 진현필을 믿는 주주들의 태도는 일부 신성시된 주식회사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주의 환기는 성공, 설득은?

영화 <마스터>의 포스터. 캐릭터의 힘은 크지만, 영화적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 CJ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버무리고 직조하는 힘은 조의석 감독의 장기 중 하나다. 이미 전작 <감시자들>로 실력을 보인 그는 대놓고 <마스터>에서 장기를 펼쳐 보인다. 지능 범죄 해결 과정에서 일부 벌어지는 산발적 액션과 추격신은 영화적 리듬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다만 벌여놓은 사건에 비해 김재명이라는 인물 자체가 지니는 설득력은 떨어진다. 초반에 그가 왜 이런 희대의 사기꾼을 잡으려는지 설명이 살짝 등장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경찰이 치열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악을 소탕하는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그래서 영화가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이를 인지한 듯 언론 시사 자리에서 조의석 감독과 강동원 등은 "지극히 당연한 캐릭터인데 현실에 비할 때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그를 통해 관객들이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입체감은 훌륭하고 이야기도 나쁘지 않지만 정작 그 동력이 모호해서 관객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여지가 있다. 또한, 결말 역시 이들이 쌓아온 갈등과 사건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해소된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둔 대중적 선택으로 보이나, 오히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선 아쉬운 선택이었다.

한줄평 : 이미 한국은 사회고발영화의 천국, 현실이 그의 반만 따라갔으면
평점 : ★★★☆(3.5/5)

영화 <마스터> 관련 정보
감독: 조의석
출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
각본: 조의석, 김현덕
제공 및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3분
개봉: 2016년 12월 21일


마스터 이병헌 김우빈 강동원 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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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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