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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볼 영화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기획] 감동과 쫄깃한 블록버스터부터 다양성 영화까지... 상영관 쏠림은 여전

17.01.26 15:11최종업데이트17.01.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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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조>와 <더 킹>의 포스터. 설 연휴 경쟁에서 웃는 쪽은 어디일까.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영화계에 올해 첫 대목이 찾아왔다.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구정 연휴를 맞아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러 작품들이 관객맞이 채비를 해놓았다.

우선 2017년 구정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7일부터는 당장 두 한국영화의 박빙세가 예상된다. 정우성, 조인성이 전면에 나선 <더 킹>은 대한민국 정치검사들의 민낯을 조롱하는 블록버스터다. 지난 18일 개봉한 이후 이 작품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중이다. 26일 현재 누적관객 수는 237만 명. 연휴를 지나며 손익분기점인 350만 관객 돌파를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공조>가 그 뒤를 추격 중이다. <더 킹>과 같은 날 개봉하며 2위로 출발했지만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을 높이며 관객 수 격차를 줄이고 있다. 현빈, 유해진이 각각 북한형사와 남한형사로 분해 공조수사를 벌이는 코믹 활극이다. 웃음기를 다소 빼고 액션을 강조한 느낌인데 아무래도 킬링 타임 오락영화의 성격을 강조할 만하다. 누적관객 수는 161만 명이다.

밀라 요보비치가 이끌어 온 장기프로젝트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아래 <레지던트 이블6>)도 상영 중이다. 25일 개봉하며 구정 연휴를 전격 노리고 있는데 앞선 두 영화에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다만 '파멸의 날'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영화는 2002년부터 시작한 해당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기에 팬들의 마음을 한껏 자극할 만하다. 박스오피스는 3위였지만 실제로 <레지던트 이블6>는 역대 시리즈물 중 가장 많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약 7만 여명)해 흥행의 청신호를 밝혔다.

이밖에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선전하며 가족 단위의 관객을 흡수할 걸로 예상할 수 있다. 각각 12일과 4일 개봉해 138만, 317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은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그전까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양성 영화도 있다

영화 <매기스 플랜>과 <7년-그들이 없는 포스터>. 이번 설 연휴에 개봉한 다양성 영화 중에서 눈에 띄는 두 작품이다. ⓒ 오드, 뉴스타파


상업영화 일색이지만 다양성 영화 또한 나름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 중이다. 연휴라 상대적으로 대규모 멀티플렉스가 상영관을 덜 빼주고 있지만, 독립예술영화 전용관과 단관 극장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에단 호크와 그레타 거윅 주연의 <매기스 플랜>(스크린 수 69개)은 로맨스 영화를 표방한다. 결혼 제도를 두고 고민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요즘 관객의 마음을 살 만하다. 지난 25일 개봉한 <매기스 플랜>은 4594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을 맡은 영화 <재키>(스크린 수 67개)도 소소한 감동 코드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 캐네디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 25일 개봉했고, 현재까지 2815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 밖에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스크린 수 53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스크린 수 20개) 등도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상영 중이다. 정부의 검열과 압력에 항거하다 해직된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스크린 수 29개) 역시 1만 5000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는 중이다.

역대 구정 연휴 영화의 승자는?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역대 설 연휴 영화 중에서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 쇼박스


이쯤에서 과연 역대 설 연휴 개봉 영화는 무엇이었고, 어떤 영화가 웃었는지 알아보자. 2016년 설 연휴는 2월 7일부터 10일까지였다. 직전 금요일까지 하면 장장 6일의 휴일을 쓸 수 있는 때였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검사 이야기가 2016년 구정의 승자였다. 강동원이 주연을 맡은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쓴 검사가 한 사기꾼을 통해 사안을 뒤집는다는 내용의 오락영화다. 2016년 2월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스크린 독과점 비판을 받긴 했지만 1월 말부터 연휴 기간을 포함한 2월 셋째 주까지만 약 8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이후 <검사외전>은 최종관객 970만 명을 기록한다. 천만에 조금 못 미치지만 철저한 상업영화의 미덕을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관객의 선택을 받은 거로 보인다.

그 뒤를 <쿵푸팬더3>가 이었다. 같은 기간 약 27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미 인기 시리즈물이고, 가족 단위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이었기에 흥행 요인은 충분했다. <쿵푸팬더3>의 최종 스코어는 398만이었다. <검사외전> <쿵푸팬더3>와 함께 애니메이션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쳐>와 SF 감동 드라마 <로봇, 소리>가 연휴를 노렸지만 두 작품 모두 30만 명이 채 안 되는 기록을 남기며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유독 특정 작품 쏠림 현상이 심했던 2016년 설 연휴였다. 다만 다양성 영화 중에선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환상적 호흡을 보인 <캐롤>이 21만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게다가 남성 캐릭터 중심의 상업영화가 아닌 두 여성의 로드 무비 성격이었다는 점에서 현대 영화 흐름에서도 일종의 좋은 신호가 됐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한 장면. 작품성에 비해 흥행이 아쉬웠다. ⓒ 리틀빅픽쳐스


1년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5년 설 연휴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이었다. 이때는 더욱 오락성이 분명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상업영화 중에선 가장 흥행했다. 2월 둘째 주 주말부터 연휴를 포함한 마지막 주까지 해당 작품은 357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김명민, 오달수의 조합이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특히 오락 영화 중에선 오랜만에 나온 속편 격이라 관객들의 기대감도 일부 있었다.

그 뒤를 미국, 영국 합작 블록버스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이었다. 같은 기간 314만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 <조선명탐정>과 함께 당시 극장가를 쌍끌이한 가운데 <쎄시봉> <국제시장> <이미테이션 게임> 등이 각각 110만 이상씩 모으며 고른 흥행 흐름을 보였다. 다양성 영화 중엔 미국 제작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스크린 수 330개)가 26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스크린 수 338개)도 비슷한 시기 재개봉하며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 중소배급사가 참여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또한 소소한 가족 감동 이야기로 4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다양성 영화 중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비슷한 규모의 다양성 영화들에 비해서도 많게는 40분의 1, 적게는 6분의 1 수준의 스크린 수를 배정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킹 공조 현빈 정우성 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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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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