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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이름 홍길동, 지금 시국에 너무 적절하다

[주철진의 이슈뷰] 시대의 바람이 만든 영웅 홍길동, 2017년 <역적>으로 돌아오다

17.02.01 15:12최종업데이트17.02.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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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 말은 매번 놀라움을 동반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앞장섰던 김상중의 모습은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는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나감을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단어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데 말입니다"와 김상중은 특별했다.

그랬던 김상중이 이번에는 노비로 돌아왔다. 평범한 노비가 아니다. 이름도 유명한 홍길동의 아버지다. <나쁜 녀석들>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사투리가 구수한 노비를 연기하게 됐다. 비범한 인물인 홍길동에게 많은 시련이 닥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버지인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양반댁의 계속되는 갑질과 길동과 가족에게 닥칠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그의 모습.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까. 조연인 그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상중의 새로운 변신이 돋보이는 MBC <역적> ⓒ MBC


변화의 바람이 모인 존재 홍길동

연산군이 즉위한 폭력의 시대에 도적떼를 이끌었던 우두머리 홍길동. 그의 이름은 허균의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게 등장했던 그는 신묘한 능력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의적이었다. 그는 새로운 나라인 율도국을 세우고 왕에 오르기도 한다.

당시의 바람이 적용된 결과였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졌던 도적단의 우두머리 홍길동. 그는 단순한 강도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선시대의 혁명가는 아니었을까. 율도국을 세우고 왕이 된 것처럼 사람들은 홍길동을 통해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루어야 했던 그. 소설 속의 홍길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계급이 전부와 같던 조선시대에서 이를 바꾼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홍길동 역시 평범하지 않다. 어린 나이에도 호미를 구부러트리고 돌로 된 절구를 발로 차 날려버리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아기장수'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아기장수' 이야기는 곧 아버지인 아모개에게 걱정으로 다가온다. 그가 진짜 '아기장수'라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아기장수', 그것은 금기와도 같다. 계급이 전부인 사회. 천한 것의 몸에서는 천한 것이 나와야 하고 귀한 몸에서는 귀한 것만 생겨난다 생각했던 이때. 왕의 자식이라면 모두가 반겼을 경사였겠으나 평범한 백성의 자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기장수'는 왕을 위협할 위험요소가 되고 주변 사람들까지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세상을 뒤집어 놓을 '아기장수'는 평범한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하나의 희망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절망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길동의 괴력은 두려움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노비의 자식은 평범한 노비로서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노비의 자식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해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반댁의 아들의 괴롭힘에 화가 난 길동은 절구를 발로 차서 날려버린다. 그것을 발견한 길동의 엄마가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내지만 길동의 엄마는 회초리를 맞고 길동은 묶여 있게 된다.

이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개는 길동을 데리고 가 엄하게 벌하려고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양반댁과 거래를 한다. 썩어가는 명태를 팔아 오겠다는 것.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길동을 다른 곳으로 팔아도 좋다고 말이다. 길동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시련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직 길동에게는 특별한 괴력 말고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으니. 많은 한계도 겪게 될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 적절한 이 드라마, 기대가 된다

MBC <역적>은 지금의 시국에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 MBC


계급이 전부인 사회에서 평범한 노비의 아들로, 길동으로 살아가기 위해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 지금의 시국에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 지금에도 우리는 비공식적인 계급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도 했던가. 말 타는 것을 좋아했던 한 사람은 나가는 대회에서 알아서 상을 챙겨줬으며, 대학은 새롭게 전형을 마련해서 입학도 시켜줬다. 학교를 나가지도 않았건만, 점수도 나쁘지 않게 교수들이 알아서 챙겨줬다. 그녀의 말처럼 부모의 능력이었다. 최순실의 딸이라는 계급을 타고 난 그는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특별하게 살 수 있었다. 마치 2017년판 왕족(?)이랄까.

그것뿐일까.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명물 중 하나인 재벌들의 자식들은 어떤가. 재벌 2세, 재벌 3세 등으로 불리면서 부모님의 부를 자신의 힘처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흔하게 들어왔다. 얼마 전, 공항에서 난동을 부린 사내의 이야기처럼.

누가 말했던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특별하게 살아가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은 죽도록 노력해서 겨우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된다고. 조선시대 사람들의 바람이 만들어낸 영웅 홍길동. 그 이름은 지금의 시대에도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앞으로 시청자들을 마주할 홍길동. 지금의 시기에 적절하게 나타난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통쾌하게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 그의 행보가 사이다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물론, 드라마 속의 홍길동을 지켜보느라 현실의 홍길동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매주 촛불을 밝히며 세상을 바꾸고 있는 수많은 홍길동(힘든 시기에 행동할 줄 아는 그들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이 우리 곁에 있지 않은가. 드라마의 홍길동, 현실의 홍길동. 변혁의 이름으로 불릴 홍길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기대가 된다.

홍길동 최순실 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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