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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었다? 자이언티는 음악으로 답했다

[인터뷰] 소속사 바뀌고, 노래 잘하지 않아도... 자이언티는 자기만의 음악을 한다

17.02.04 14:58최종업데이트17.0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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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Zion.T) 인터뷰에서 득템(?)한 건 두 가지다. 선글라스를 벗은 자이언티의 모습(희귀템이다)과 대중을 사로잡는 창작의 비결. 이 두 가지는 '솔직함'이란 키워드로 묶여 있었다(편하고 솔직한 대화를 원해 선글라스를 벗었다고 한다). 자이언티 노래의 가사는 보통 자전적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사에 담아낸다. 지난 1일 오후 그의 소속사인 서울 합정동 더 블랙 레이블에서 자이언티를 만나 창작의 비결을 들어봤다.

YG에 왔지만... 음악은 여전히 '나의 음악'

지난 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더 블랙 레이블'에서 자이언티의 인터뷰가 열렸다. ⓒ YG엔터테인먼트


"자이언티가 <도깨비>의 검을 뽑았다"는 소문을 들어보셨는지. 지난 1일 발표한 그의 새 앨범 < OO >의 수록곡 7개가, 음원 차트를 점령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OST의 행렬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그가 YG 산하의 레이블인 '더 블랙 레이블'에 둥지를 튼 지 1년여 만에 처음 선보인 앨범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던 터다. 하지만 정작 YG에 와서 달라진 건 "사무실 주소 정도"라고 그는 대답했다.

"제 음악에 변화가 있을 거라 여긴 분들이 많으실 텐데, 달라진 게 없어요. '양화대교' 나오기 이전부터 같이 작업한 프로듀서들과 지금도 항상 같이 있고 이번 앨범도 그 스태프들과 작업했어요. 여전히 저의 음악을 하고 있고,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저의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생각해요."

자이언티는 "나 역시 YG 색깔이 내 음악에 입혀질 거로 생각했는데, 레이블 대표인 테디 형이 제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테디는 그에게 "너의 앨범이니 네가 만드는 것이 맞다"며 아티스트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하게끔 했다. 자이언티가 YG행을 택한 것도 YG의 음악을 좇아서가 아니었다. "동료들 때문"이라며 "함께 작업하는 Peejay, 쿠시, 서원진 등 음악적 동료들이 다 이곳 소속이어서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결론은, 여전히 자이언티는 자이언티의 음악을 해나가고 있다.

'지금의 나'에 대해 쓴다, 고로 할 말이 생겨야 곡을 쓴다

이번 앨범에 직접 작사 작곡한 7곡을 담았다. 타이틀곡은 '노래'다. 역시 자전적 이야기들로 가사를 채웠다. ⓒ YG엔터테인먼트


앨범이 늦어진 또 다른 이유는 '비염'이다. 반년 동안 코가 막힌 채로 살았는데 코가 갑자기 뚫려서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범인들의 싸움이 끝나고 나면 경찰이 마지막에 오는 것처럼' 코가 뚫렸다고 표현했다(그는 '비유화법'의 달인이었다). 비염보다 더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그건 "더는 미룰 수 없어서"였다. 나중에 또 표현하고 싶은 것, 할 말이 생길 텐데 그걸 정체시킬 수 없었다는 것. 자이언티는 '지금의 나'에 대해 쓸 뿐이다.

"이번 앨범이 말랑말랑하다고요? 네 맞아요. 예전엔 강렬한 음악이 많았는데 이번엔 자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어요. '영화관'부터 잔잔하게 시작해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취향도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지금 낸 저의 앨범은 지금의 저를 담고 있어요. 지금의 나의 취향, 나의 성격 등…. 돌이 물에 깎기는 것처럼 천천히 일어난 변화 같아요. 원래는 커피를 안 좋아했는데 좋아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화죠."

이를 두고 혹자는 "자이언티가 초심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하자 그가 답했다.

"애플이 이제 아이팟(MP3)을 안 팔잖아요. 그때그때 솔직하게 하는 게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히트곡 '양화대교'를 두고 그는 "자랑이자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Complex'에도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전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 특히 너네 양화대교 지나갈 때/ 그래그래 그 노래 좋아해/ 근데 그 다리가 뭔 상관인데." - 자이언티, < OO > 'Complex' 중에서

'지금의 나'에 대해 노래하고 대중과 공감하고 싶은 그에게 '양화대교'는 콤플렉스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양화대교'를 뛰어넘는 노래를 내고 싶진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양화대교'를 '넘는' 노래를 낼 수 있을까요? 그 노래는 그 노래인데…. 어릴 때 찍은 졸업사진을 '넘는' 사진을 찍자, 이런 게 가능한가요. 그 당시의 내 기록이 '양화대교'인데 그걸 넘는다는 의미는 맞지 않는 것 같고, 단지 그때그때 노래하고 사랑받으면 감사한 거죠."

이번 앨범 수록곡 대부분은 작년 혹은 재작년에 만들었다. 시기가 지나서 버린 곡들도 있느냐는 질문엔 "엄청 많다"고 했다. 자이언티에겐 '지금'이 중요하다.

가사는 '의식의 흐름'대로... '메모'와 '공상'은 나의 힘

프로듀서 테디의 '더 블랙 레이블'에 새롭게 둥지를 튼 지 1년여 만에 새 앨범 < OO >를 발표했다. ⓒ YG엔터테인먼트


자이언티의 음악은 개성이 강하다. 비슷비슷한 노래들 사이에서 확연히 '다른 무엇'이다. 창작의 비결을 묻자 그는 "딱히 없다"며 싱겁게 답했다. 너무 짧은 대답이 미안했는지 그는 "굳이 찾자면…."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릴 때부터 상상과 공상을 좋아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 같다"고 이내 덧붙였다.

가사는 어떻게 쓸까. 이 질문에 그는 "힘 빠지는 대답일 수 있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편"이라고 했다. 무엇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 일일이 다 메모해놓는다. '이건 노래다' 싶은 게 떠오르면 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 어떤 가사가 붙어야 하는지 생각한다. 또,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영감을 받는데 프라이머리의 '시스루'란 곡도 혼자 파티장에 가서 심심하게 홀로 앉아 있다가 끄적인 곡이다.

"모든 아티스트분들이 그럴 거예요. 먹은 걸 그대로 소화하는 거죠. 저도 똑같고요. 늘 보던 것도 정말 섬세하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사소한 것들이 크게 보이는 것. 물 한잔을 마셔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그런 거요. 그런 장면들에 감동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최근에 그런 경험을 묻자 '감사'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요즘은 '감사'라는 감정에 관심이 간다"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고,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거지만 '감사'라는 감정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쓰는 구체적 과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제목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만의 창작 스타일을 밝혔다. 앨범의 제목을 일단 정하고, 그다음 트랙리스트의 제목도 정한다. 다음에, 그 제목에 맞춰서 노래를 쓴다. 꽤 독특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앨범의 통일성을 형성하기 힘들 것도 같다. 자전적 이야기를 계속 쓸 건지 물었다. 그는 "스토리텔링 자체로 앨범을 만들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고. 작가로 치자면, 지금까지 에세이를 써온 사람이 이젠 소설을 한번 써보겠단 말처럼 들렸다.

내 음악의 강점은 '완성도'

앨범명 'OO'는 자이언티의 시각과 시야를 표현하며, 대중과 자이언티의 교집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이언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하게 한다. ⓒ YG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에 특히 중점을 둔 것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완성도"라고 했다. "계속해서 음악을 할 건데…. 나중에 자식들도 들을 음악인데 떳떳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완성도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자신만의 강점을 묻는 말에도 그는 "완성도"라고 같은 답을 내놓았다.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처럼 제가 노래를 잘하는 그런 가수가 아니에요. 그들과 다른 타입의 가수인데, 저만의 색깔이나 강점이 있다면 그건 '저의 생각을 담는다는 것' 같아요. 자전적인, 저만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요.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고 또…. 완성도에 신경을 쓴다는 것? 이건 좀 웃기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네요. 마치 식당에 가면 '우리는 이렇게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뭐 그런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게 되네요. 완성도에 대해. 이번 앨범도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자기만의 음악'을 완성도 있게 내놓는 자이언티. 이 아티스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는 요즘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영화에 들어갈 곡을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것들도 있다(들어갈 영화를 찾진 못했지만). 혼자 자주 연주하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들이 영화에 들어가면 참 좋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흐뭇해진다고 하니, 곧 영화음악 PD 자이언티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기만의 색깔이 강한 자이언티. ⓒ YG엔터테인먼트



자이언티 인터뷰 노래 YG 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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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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