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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그알> 공조?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TV리뷰]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스포트라이트>의 노력

17.02.07 19:43최종업데이트17.02.0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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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에 걸친 육영재단 분쟁사태는 박근혜,박근령,박지만 남매간의 골육상쟁이나 마찬가지였다. 남매간에도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었다. 이와중에 관련된 박근혜 5촌 조카 박용철과 박용수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새로이 나오고 있는 제보자의 증언과 증거들. 수사기관의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 JTBC


탐사 전문 프로그램의 양대산맥,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스포트라이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논란에 대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도하더니(관련 기사: 미인도 위작 논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마치 공조를 하듯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그알>은 5촌 조카 살인사건의 종합 편 격인 방송을 내보냈다(관련 기사: 다시 봐도 소름끼치는 <그알>... 이들이 제시한 범인의 결정적 증거).

그리고 5일, <스포트라이트>는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 자체 두 번째 편을 방송했다. <그알> 방송편과 대비해 추가된 내용을 선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포트라이트>는 박용철 녹음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현재 복원 중이고, 얼굴을 공개한 제보자가 등장하는 등 사건의 실마리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1월 2일 SBS <그알> 배정훈 PD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 관련 언론을 만나야 살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남긴다. 그리고 5일 방송된 <스포트라이트>에서 얼굴을 공개한 제보자가 등장한다. ⓒ @HUMANEJH


<그알>의 취재원이었던, 박지만씨의 최측근 수행비서였던 주아무개씨가 지난 12월 30일 의문의 사망을 하면서, 5촌 조카 살인사건 관련 의문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알> 배정훈 PD는 1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지만 수행비서 사망기사를 링크 걸며, 5촌 조카 살인사건의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분들은 언론을 꼭 만나야 산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5일 육영재단 교육부장을 지냈던 공익 제보자는 방송에 얼굴을 공개했다.    

<스포트라이트>, 녹음파일이 든 하드디스크 확보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이병우 강북서 형사과장. 경찰은 박용수가 박용철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급하게 결론 내린다. ⓒ JTBC


2011년 9월 6일, 서울 우이동 북한산에서 발생한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사건'. 이병우 당시 강북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브리핑에서 "자살자의 소지품에서 흉기가 발견되고 옷에 혈흔이 묻어 있는 점이 타살 사건과 어떠한 관련 점이 있는지..."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은 박 대통령의 또 다른 5촌 조카인 박용수가 박용철은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박용수의 살해 동기에 대해 금전관계, 인간적 모멸감을 들었다. 하지만 박용철 유가족의 이야기는 다르다. 박용수-박용철의 사이는 좋았다는 것이다. 또, 금전 관계 없었다. 경찰 수사에서도 거래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세 명의 프로파일러-법의학자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그리고 단순자살이나 살해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은 내린다. 전문킬러의 살해 수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큰 상처였고 치명상이 있을 부분을 골라서 찌른 것"이라고 말했다. 칼 두 자루와 망치 등 여러 살해 도구를 동원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한 사람이 세 개의 흉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염건령 한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적했다. 또, 박용철의 옷에는 너무나 적은 혈흔만이 남아있는 점도 수상하다. 그리고 박용수의 자살도 의문이다.

너무도 기이한 박용수의 죽음. 자살로 단정하기 힘든 여러 이상한 정황과 흔적들이 나온다. ⓒ JTBC


바로 박용수 자살현장에서 기이한 점들이 발견되는 것이다. 자살에 사용된 끈이 세번에 걸쳐 묶여진 매듭으로 되어 있으며, 목에 매달린 끈의 방향도 자살과는 거리가 먼 뒤쪽 방향이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 경찰학과 교수는 "매단 끈에 의해 생긴 상처도 자살과 거리가 멀다. 목의 골절되는 연골이 돌출되는 등 자살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상처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강력한 힘이 당겨졌을 것으로 추정, 다른 조력자나 타인에 의해 목이 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새로 구입하고 범행에 사용되지 않은 칼도 이상하고, 가방 안에 흉기와 유서가 너무 쉽게 발견되는 것도 이상하다. 어깨와 목을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덮고 있는 목수 건도 수상하다. 이에 대해 염건령 한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살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용철의 중국 사업 파트너 김 여인. 박용철은 살해당하기 일주일 전, 김 여인을 만나 핸드폰과 노트북을 맡긴다. 핸드폰에는 문제의 녹음 파일이 있었고, 김 여인은 노트북에 핸드폰의 내용들을 모두 옮긴다. 김 여인은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스포트라이트 팀에 건냈고, 현재 하드디스크는 복원중이다. ⓒ JTBC


박용철은 살해당하기 직전 노트북 하나와 핸드폰 하나를 중국 동포 여인에게 맡겼다. 박용철 사업파트너(통역과 개인일정 도움) 김 여인이다. 김 여인은 <스포트라이트>의 취재에서 살해당하기 일주일 전 박용철을 만났다고 말했다. 박용철은 그 자리에서 김 여인에게 노트북과 핸드폰을 맡긴 것이다.

김 여인이 스포트라이트 팀에 건낸 하드디스크, 여러차례 포맷을 해 현재 계속 복원 중에 있다. ⓒ JTBC


박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씨에 따르면, 2008년 6월 6일 박용철은 신동욱을 만나 심정 고백을 했다고 한다. 즉, "양심 고백 하고 싶다. 괴롭다. 녹취록이 있으니 확인해 보면 된다"고 했다는 것. 김 여인은 휴대폰에 녹음파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인은 휴대폰 녹음파일은 노트북에 옮겨 백업했다고 했다. 잦은 포맷을 해 노트북이 망가져 하드만 분리해 한국으로 가져왔다는 김 여인. 하드는 여러 번 포맷을 했고, 10년이 넘은 것으로 현재 복원업체에 맡겨져 복원작업 중이라고 <스포트라이트>는 밝혔다.

1~3차 육영재단 사태 브리핑

1980년대 말 발생한 1차 육영재단 사태. 수십년전 육영재단에서 벌어진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재단농단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 JTBC


사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육영재단 사태에 있었다. 1980년대 말 발생한 1차 육영사태 원인은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재단 농단'이었다. 최씨 일가의 전횡에 농성으로 맞섰던 직원들. 2차 육영사태는 2007년 11월에 발생한다. 1차 사태에서 합심했던 박근령과 박지만이었지만, 박지만이 박근혜의 편으로 돌아서며, 박근령 대 박근혜-박지만 측의 극한 대립이 생기게 된다. 박용철은 박지만의 측에 서서 폭력을 행사한다. 여기에는 한센인들까지 동원된다.

당시 육영재단 관계자는 1993, 1994년 쯤 박근령의 수하로 있던 박용철이 박근령에게 임대료건 등으로 사기를 쳤다면서, 이것이 걸려 박근령에게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렇게 쫓겨났던 박용철이 2차 사태의 주역이 돼 어린이회관 관장에 취임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박근령에게 등을 돌리고 박지만 측에 붙은 것이다.

신동욱씨는 2008년 6월 만났던 박용철이 다음과 같이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즉, 박용철이 캐나다로 가 있자 육영재단사건을 전부 다 박용철에게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직 육영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2차 사태의 주역인 박용철과 정아무개씨의 알력이 있었고, 정모씨파에 의해 박용철이 쫓겨난 것이 바로 3차 육영재단 사태라는 것이다.

당시 육영재단 관계자는 박용철이 전화를 해 왔다면서 "살려달라, 나 그냥 혼자 못 죽는다, 분명히 신동욱을 죽이라'고 했다. 그걸 녹음해놨는데 캐나다 밴쿠버에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신동욱씨의 말에 따르면 2007년 여름, '신동욱 중국 납치사건'에서 박용철이 맡은 임무는 신동욱을 중국까지 유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신동욱씨는 사주한 사람을 박지만씨로 추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명예훼손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박용철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녹음파일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통화대상과 통화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리고 다음 재판 출석을 20여 일 남겨둔 시점에 피살된다. 형사가 박용철의 태블릿 PC와 휴대폰이 하나 있다고 분명 말했다는 고 박용철 유가족. 경찰은 "사건조사가 다 끝나면 두 개를 다 가족한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태블릿 PC만 돌려주고 휴대폰은 분실됐다고 했다.

얼굴을 공개한 결정적 제보자 C

얼굴을 공개한 결정적 제보자 C. C는 육영재단의 핵심관계자 A에게 살인청탁을 받지만 거절한다. ⓒ JTBC


5일 <스포트라이트>에는 얼굴을 공개한 전 육영재단 교육부장을 지냈던 제보자 C가 나왔다. 2010년 어느 날 재단 근처 어린이회관 주변에서 재단 관계자 4명이 모였다고 한다. 재단 핵심관계자 A, B, C, 동료직원 D였다. A는 제보자 C에게 "박용철 저놈을 좀 혼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혼내줄 수 없냐"고 말했다고 한다. 제보자 C는 "사람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미 박용철은 사망 1년여 년 전부터 제거 대상이었던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당시 함께 있었던 동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동승자는 A가 제보자 C에게 "박용철을 좀 세게 처리해달라"고 했고 C가 "(박용철) 다리라도 부러뜨리면 되느냐?" 묻자 A는 "그런 거 가지고 안된다. 더 끝까지 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청부살인 지시였고 C는 거부했다고 한다. 동일한 상황에 동일한 증언,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C는 박용철이 살해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A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드린다. 속이 시원하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A는 "그만 끊겠다"며 떨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육영재단 사태의 가담자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증언은 5촌 조카 살인 사건의 핵심은 A라는 것이다.

속속 나오는 증거와 제보자... 수사기관 재수사해야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는 수사기관에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 JTBC


사건의 제3자로 의심받는 것은 A뿐만이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는 박용철 지인들의 증언과 프로파일링을 분석한다. 또한, 4개월에 걸쳐 박용철 주변 인물과 사건 관계도를 그려가며 추적한다. 그중에 육영재단 관계자들에게 소문이 자자했던 일명 '나주 칼잡이'도 있었다. 3차 육영재단 사태 가담자는 나주 칼잡이에 대해 간이 큰 자객이라고 칭했다.

또 조폭들이 대거 등장한 2차 육영재단 사태에서, 박용철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함께했던 행동파 조폭 두 명도 관계도에 나타났다. 박용철 유가족의 주변에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박용철의 장례식장까지 찾아온 수상한 사람들은 유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그알>에서 박용철이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강조했던, 항상 칼을 차고 다니던 황아무개씨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었다. 황아무개씨는 <그알> 방송에서 전·현직 육영재단 최고위 관계자 중, 이름 종성에 받침이 없는 일반인도 잘 알고 있는 추정 인물이 박용철 살인을 지시했다는 말을 한 사람이다. 황아무개씨는 박용철 피살 1년 후 컵라면을 먹다가 갑자기 사망한다. 관계도에는 A씨와 각별한 L도 등장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박용철의 살해를 모의하고 실행한 연합체가 있을 개연성을 언급하였다.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빠트린 것은 많았다. 경찰은 당시 두 차례의 술자리가 있었고, 3명이 합석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증언에 따르면 적어도 4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언에 따르면 술자리에는 하드디스크를 받은 김 여인의 언니도 있었다. 1차, 2차 술자리 사이 중간에 김 여인 언니와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도 있었다는 것이다.

박용철에게 수면제는 언제 어떻게 먹였는지, 경찰에서 분실했다는 휴대폰은 누구와 통화를 했던 것인지 유가족은 응어리를 안고 살고 있다. 유가족은 통화내용에 대해 수사기관에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행정소송까지 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에게 통화내용 공개 거절의 이유로 "수사 방법상의 기밀 누설이 될 수 있다"고 했고, 검찰은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박용철 사건의 사건 담당 형사는 이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거부한다. 서울경찰청은 사건의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의혹이 아닌 사건 목격자나 물증 등이 발견되어야 한다. 이것이 재수사 요건이다"라며 사실상 재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새로 등장한 하드디스크 등의 증거와 청부살인 요구를 받았다는 제보자의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재수사가 힘들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촉구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방송 편을 예로 들면서, 종교계-시민단체가 내부 공익제보자(휘슬블로어)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며 , 공익제보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천명하면서 방송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rkeldj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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