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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원하는 유승준, 진정성 이해하지만 이게 문제다

[주장] 바로잡을 기회 여러번 놓쳐... 왜 이제서야 입국하려 하는지 묻는다

17.02.25 14:41최종업데이트17.02.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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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감한 유승준 입국 금지조치가 일시 해제된 가수 유승준씨가 지난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 모습. ⓒ 연합뉴스


군입대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은 15년 후에도 그 멍에를 벗을 수 없었다. 입국을 허락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한 유승준은 결국 또다시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유승준의 변호사측은 "유씨가 지난 15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는데 2심 판결은 결국 평생 못 들어온다는 의미이니 부당하다는 판단"이라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유씨와 상의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1, 2심이 패소하면서 승소 가능성을 타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유승준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아직도 유효하다. 유승준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2002년 당시, 군 입대를 공언하며 '바른 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다. 뭘 해도 되는 유승준의 인기는 그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국적의 연예인이 한국에서 군입대를 하는 상황은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 활용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단 한 번의 결정 때문이었다. 군입대를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선택하면서 입국이 거부당하는 장면은 프라임 타임 뉴스에 방영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 일 이후로 연예인들의 병역문제는 큰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유효한 비난

유승준은 당시 허리 부상을 이유로 수차례 재검을 받으며 결국 공익근무요원 복무 판결을 받았다. 이후 연예인들의 공익 근무 복무에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유승준이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유승준은 연예인 군복무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큼 파급력이 큰 스타였다.

유승준의 입국 거부에는 '괘씸죄'가 포함되어 있다.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염려가 있는 행동을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금지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유승준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공공의 안전을 저해하는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 씨가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어떻게 보면 가정에 불과하다.

여전히 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예인'들은 많다. 그들 중에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인물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한다고 해서 병역기피 풍조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엄밀히 말하자면, 병역 의무는 '해야 하는' 일이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피할 수 있다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의무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재벌가에서 군입대를 하지 않은 인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마저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군대다. 유승준은 단지 "군대를 가겠다"고 공언한 과거의 행적이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차라리 유학파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자연스레 그의 국적에 대해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런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다면, 파급력이 그 정도까지 크지는 않았을 터다.

따라서 유승준의 입국 거부는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 군대를 가지 않은 해외 동포들 그 누구라 해도 한국 땅을 밟는 일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제한되고 누군가에게는 제한이 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된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대중의 감정에 있다. 유승준이 외국 국적을 선택한 것은 국내에서 돈만 벌고 국민의 의무는 수행 안 한 '먹튀'처럼 비춰졌다. 그런 대중 정서를 미리 헤아리지 못한 것이 그의 불찰이다.

국민 정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유승준 ⓒ 아프리카tv


다시 돌아오려 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조용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음에도 굳이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숙이며 사죄를 한다. 그런 사죄는 그의 진정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왜 이제 와서 굳이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하는지'와 같은 의구심을 자극시킨다. 미국국적을 선택한 그가 한국에 돌아와야만 하는 이유가 잘 납득이 가질 않는 것이다.

소송은 그의 자유지만 그 과정을 국민들이 일일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일으킨 논란은 한국을 떠난 그때도, 돌아오려 하는 지금도 아름답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군복무를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이미 그가 나이 들어 입대가 불가능한 시점에서야 나왔다. 진정성을 지키는 방법은 그런 밀이 아니다.

차라리 개인적인 사생활을 이유로 조용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할 뻔했다. 어디까지나 그의 입국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다. 그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 자체도 그에게 있었다. 그런 그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문제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한들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입국거부 자체는 가혹하다 해도 이미 국민 정서는 그렇게 굳어졌다. 진정으로 후회했다면 그가 소송을 걸 때까지 13년간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 그 동안 사과하고 일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결과적으로 늦은 사과가 됐다. 군대에 입대하겠다는 말로 대중을 기만했던 전적이 그에게 있는 한, 그의 말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 입국 거부가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건드린 국민의 반감이 그만큼 컸기에 지금도 유승준, 아니, '스티브 유'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승준 입국거부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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