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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한 남자의 노래? 미스터리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인터뷰] 원조 '고막남친' 최낙타, 첫 정규앨범 <조각, 하나>

17.04.15 16:00최종업데이트17.04.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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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남친'이란 달달한 수식어의 주인공 최낙타. 수식어에 한 번, 이름에 또 한 번 의문을 품게 하는 미스터리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지난 12일 첫 번째 정규앨범 <조각, 하나>를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쳐보였다. 타이틀 곡 '그랩 미(Grab me)'를 포함하여 앞서 싱글로 발표한 '으으', '아를오오를아' 등 총 6곡이 수록됐다.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고, 기타 전공자답게 기타 연주도 직접하여 녹음했다. 봄을 닮은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최낙타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홍대근처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작업실에서 싱어송라이터 최낙타와 인터뷰를 나눴다. ⓒ 이정민


- 이름이 낙타인 이유가 궁금하다.
"본명은 최정호다. 본명보다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낙타를 닮았다고 친구들이 이름 대신 그렇게 불렀다. 낙타=정호, 나의 이미지는 낙타구나 생각했다. 저한테는 낙타의 이미지가 귀엽게 여겨져서 계속 쓰고 있다. 어떤 분들은 '노래는 달달한데 왜 낙타니' 그러신다. 사진을 찾아봤는데 자세히 보면 낙타가 조금 징그럽게 생기긴 했다(웃음)."

- '고막남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아이돌 팬 카페에서 누리꾼이 '내 남친은 누구(그 아이돌)고, 내 고막남친은 최낙타다'라는 글을 쓴 적 있다. 그 단어가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소속사에서 보도자료에 사용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런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후 많은 가수들이 '고막남친'이란 단어를 쓰시더라(그럼 원조는 최낙타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데뷔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앨범인데 기분이 어떤지.
"첫 정규라서 아쉬운 마음과 우려되는 마음이 더 크다. 데뷔 후 지금까지 아티스트 최낙타의 색깔을 만드는 시기였다. 스스로 제 색깔을 찾는 데 3년 정도 소요됐다. 색깔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정규를 내게 된 거고, 쓰는 곡마다 최낙타만의 공통된 포인트가 생긴 것 같다. 싱글앨범 내고 공연도 많이 했는데, 팬분들이 좋아하는 곡도 있고 별로 반응이 안 오는 곡도 있었다. 무대 때 받은 그런 피드백을 곡 쓰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최낙타는 '원조 고막남친'으로 불린다. ⓒ 이정민


- 정규 앨범을 반으로 쪼개어 <조각, 하나>를 먼저 선보였다. 가을에 나머지 조각을 발표할 예정인데, 두 앨범의 색깔에 차이가 있는지. 
"이번 앨범은 정해진 콘셉트가 있지 않다. 첫 앨범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아왔던 최낙타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여서 콘셉트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담았다. 파트1, 2 나눠서 내기 때문에 곡 준비도 따로 한 것처럼 예상될 수 있지만, 예전부터 준비한 곡들이다. 발매를 나눠서 할 뿐이다. 가을에 실릴 노래 중에 이미 녹음을 마친 곡도 있고, 공연할 때 들려준 것들도 있다. 미리 들려드리고 피드백을 받아, 더 나은 곡으로 다듬어 CD에 담는다."

- 타이틀 곡 '그랩 미(Grab me)'에 대해 설명해달라.
"말 그대로 '나를 잡아당겨줘', '너한테 끌고 가줘'라고 말하는 곡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남자의 이미지는 용기 있어야 하고 표현도 절도 있게 하고 그런 모습이지만, 저는 안 그렇다. '너 좋아!' 하고 표현하고 고백하는 게 어렵더라. 용기도 없고. '그랩 미'는 지질한 곡이다. 저의 용기 없고 지질한 모습들을 달달한 음악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할까. 가장 최근에 쓴 곡인데, 보통은 영감이 떠오르면 그때그때 곡을 쓰는 편이지만 이 곡은 정규앨범에 싣기 위해 쓴 곡이다. 약속한 마감이 돼가도 곡이 잘 안 나와서, 2주 남겨 놓고 급하게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있고 만족스럽게 나왔다."

- 앨범 중 가장 애착 가는 곡은?
"일단 타이틀곡인 1번 트랙이 잘 됐으면 좋겠고, 6번 트랙인 'Scene#6'도 애착 간다. 가장 솔직하게 쓴 곡이기 때문이다. '신시리즈'의 여섯 번째인데, 이 시리즈의 곡들은 모두 '후회'에 대한 내용이다. 신1부터 신6까지 노래의 대상이 똑같다."

최낙타는 자신만의 색깔을 음악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 ⓒ 이정민


최낙타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이정민


- 포털사이트 프로필을 보니 아버지가 전 국회의원이더라. 제 편견이겠지만, 부모님이 음악 하는 걸 반대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음악하는 걸 존중해주셨다.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한 길, 쉬운 길을 음악하며 걸어온 건 아니다."

- 인터뷰 초반에 '색깔'을 잡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는데, 최낙타 음악의 색깔은 무엇인가.
"포인트가 느껴지게 쓰려고 한다. 포인트는 가사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고 색다른 편곡이 될 수도 있다. 어쿠스틱 음악이지만 '최낙타만의 것'이란 여지를 두고 싶었고, 일반적인 노래와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면 제가 힙합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듣는데, 힙합스러운 운율을 노래에 넣었다. '그랩 미'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그때그때 하는 생각들, 느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쓸 것이다. 20~30년 후에 '잠에서 막 깨어난 모습도 귀여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무언가 어색하지 않나. 그러니 색깔도 당연히 계속 바뀌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앨범은 '지금의 최낙타'가 느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 하나의 음악 장르에 갇혀 있는 건 피하고 싶다. 욕심나는 장르가 많다. 일단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서 최낙타의 색깔을 알리고, 그 후에 점점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다.

- 꿈이 무엇인가.
"10년이 지나건 20년이 지나건 최낙타란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싶고, 낼 때마다 이전과 다른 스타일의 노래라도 듣는 이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낙타니까 믿고 듣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을 선보였을 때도 실망하는 사람이 없는 앨범을 내고 싶다."

학창시절 별명 '낙타'를 그대로 예명으로 사용하는 최낙타는 달달한 목소리가 특징이다. ⓒ 이정민


그는 사랑을 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곡으로 표현한다. ⓒ 이정민



최낙타 인터뷰 그랩미 고막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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