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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봄날, 다시 상기시킨 전두환 회고록

[리뷰]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밀히 분석한, 참회록이 되지못한 전두환 회고록

17.05.02 14:47최종업데이트17.05.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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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74회는 전두환 회고록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파헤쳤다. 부제 : 화려한 휴가, 그리고 각하의 회고록 편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사실과 전두환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분석해 재조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어느 봄날 세 아이들과 지나가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비춘다. 이상하게도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봄날을 회상하는 그녀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의 고통스런 피해사실을 담담히 토해낸다. 봄날. 그저 길을 걷고 있었고 영문도 모른 채 군인이 쏜 총을 맞았고 가족을 잃고 영원히 빛을 일어버린 한 여인. 그녀가 그 봄날 기억하는 총소리. 강해중씨는 자신이 두 눈을 잃고 왜 검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살아야 하는지 영문을 모른다.

임산부였던 자신의 딸이 사망한 동네를 아직도 지나며 살아가는 김현녀씨. 그녀는 아직도 딸이 사망한 곳에서 5분 거리의 집에 살고 있다. 그날 자신의 남편을 기다리던 딸 미애 씨는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녀는 어느 남자를 한 사람이 총을 쏴서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변을 당했던 것이다.

5월의 봄날 가족과 주택단지까지 뒤덮은 광기. 1980년 5월 폭력과 광기가 거리를 덮었던 광주. 계엄령 해제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던 광주에 대한 신군부의 폭력진압이었다. 그 폭력진압으로 단 열흘 동안 숨진 사람은 192명. 부상자는 수천 명에 달했다. 그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이 된다. 그는 11대, 12대 대통령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37년이 지난 후에도 그리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에 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중심으로 관련된 가해자와 피해자들에 대해 심도 깊게 다뤘다.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나온 사실들을 제시하며 과연 그들의 이야기가 수긍할 만한 것인지 공론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5월의 봄. 아직 그날의 고통을 잊지 못하는 이들

"그때 그 젊은 애들 따뜻한 시신을 만졌을 때. 그 애들이 총상 입어 죽어있는 상황을 보았을 때 그때 감정은..."

문형배 당시 검안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그 당시 전남도청에서 총 맞아 죽은 사람들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30년이 넘었죠. 그런데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가족들의 울음소리. 그게 상당히 기억에 남아있어요."

전우종 교수. 당시 검안의 였던 그도 당시 처참한 광경을 잊지 못했다.

"세상에 상처가, 곤봉 자국이 등이고 허리고 턱 이런 데까지 부어서 다 나타나 있더라고요."
"그 일을 생각하면 내가 미치고 환장하겠어요."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나열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망자 검시확인서류들. 그 뒤로 전달되는 회고록을 통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들. 전두환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양민학살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광주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은 시위대가 먼저 무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고 있었으나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 사이에 그 어느 시간에도 전남광주의 그 어느 공간에도 자신은 실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는 회고록 내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내내 광주사태라 칭하고 있다.

그런 그가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은 20년 전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이 그에게 내린 죄목은 12.12군사반란과 5.18민간인 학살주도, 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등 9가지에 달했다. 이제 와서 그는 회고록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말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조작과 왜곡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37년 전 그날의 진상은 아직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대체 누가 진실에 눈을 뜨고 있지 않은가?

"2003년 인터뷰.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그러니까 계엄군이기 때문에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전두환 측)

"우리가 말 안 해도 역사의 진실은 30년, 50년 후에는 밝혀지겠지. 그렇게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절대 거기에 대해서 뭐 연연하지 않아요. 지나간 역사죠 지금은 관심 없고."(당시 3공수 여단장 최세창 부인 측)

"책임지고 징역까지 가서 7년 형까지 받았지 않소. 그러면 된 것이지 그 이상 어떻게 해요."
"그걸 국민으로 봐요? 폭도지. 민주화는 무슨 민주화요. 엉터리 같은 이야기지."(당시 계엄사령관 이희성 측)

그들은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들은 잠시나마 받은 사법적 처벌로 면죄부를 받았다는 듯 거침없이 말한다.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임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논리로 주장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그런 그들의 거침없는 호소와 외침 뒤에는 추종자들이 존재한다. "광주에는 민주화시위대가 존재를 안 했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지만원씨. 그는 5.18 영상고발이라는 책자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5.18에 북한군 특수부대 600여 명이 투입됐으며 그들이 북한고위직으로 살고 있다며 그 증거로 사진이 비교된 책을 앞세운다. 반면, 전문가는 이러한 비교자체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 앞에 놓인 사실과 논리는 맹목적이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폭력일 뿐이다. 그 가해자들을 추종하는 자들에게는 마치 신앙과도 같다. 피해자의 고통은 공감하지 못한 채 그저 가해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논리를 변호하고 설명해주기에 바쁘다.

반면 눈을 감고 살아도 그날의 진실을 또렷이 기억하는 강해중씨와 그날의 피해자들. 한결같이 가해자들의 기억과 상반된 이야기들을 토해내는 피해자들은 37년이 지난 후에도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며 존재하고 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이웃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한다. 그동안 자위권 발동차원의 발포명령이 우발적이었다는 그들의 논리. 그 논리 대신 계획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제작진은 그 당시 우리국민을 상대로 헬기사격 명령을 했다는 것에 지적한다. 헬기사격은 자위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학살에 불과하다는 점이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현재 '헬기사격'과 관련해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 앞에서 국회는 헬기사격 진상의혹규명 특별법제정을 추진 중에 있고, 국방부역시 향후 제정되는 법률에 의한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유공자가점 취업인원 전체 1.2%에 불과해' 아직도 잘못 회자되고 있는 소문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당시 북한 600명 특수군 개입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이 여러 차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고, 미국극비문서에서도 그런 사실이 없음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을 설명한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휴전선 경계담당자들은 무사치 못했을 거라는 전직 군인의 증언과 함께 "우리나라 전선이 북한군 600명이 넘어오는 걸 못 볼 정도로 허접한가"라며 참고인들의 합리적 추정도 덧붙였다.

또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시중에 돌고 있는 허위사실들에 대해 정확히 확인했다. 5.18 유가족은 보상금 외에 연금 등 금전적 지원이 없다는 점. 보상금역시 일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피해자에 적용된 것과 같은 기준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본인 및 유가족에게 6개월 병역면제해택도 없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5.18민주유공자 비롯한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모두 취업가산점 받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가점 과다합격자를 막기 위해 전체 합격자의 30%로 그 수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한다.

2010년 3월부터 6년간 5.18민주유공자를 포함한 모든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들이 가점대상으로 취업한 인원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고 시중의 의혹들에 대신 대답해주고 있다.

철저한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독일의 사례에 주목한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대량학살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사실을 설명한다. 그들은 '철저한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우리의 상황을 반면교사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들은 "우리는 (과연)어떨까요?"라고 자문한다. 아직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부세력의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5.18유족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별다른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에 의문을 나타낸다.

그러한 의문뿐 아니라 5.18에 대해 잘못 알려지고 있는 사실은 바로잡고자 한다며 철저한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그러한 우려 중 가장 큰 문제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실마저 부정하고 역사왜곡에 앞장서는 사람이 바로 전직대통령이라는 점에 더욱 근심을 드러낸다.

5.18 유가족들은 그저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들과 웃고 울던 자신들의 삶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몸은 고통스런 현실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반면 가해자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그들을 다시 조소하려하고 있다.

37년 전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원했던 것이 원죄였을까? 그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아직도 처절한 삶의 뫼비우스 띠 속에서 전혀 과분하지 않은 기괴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2017년 4월 5일 출간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두환 회고록.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참회록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랐던 그 회고록.

"진실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능한 조사만이라도 이루어져야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마지막으로 주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의 한마디. 반성 없는 가해자들이 원하는 조사는 과연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5.18 전두환 그것이알고싶다 헬기사격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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