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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그리너스 김민성, 수비수의 꿈을 빌드업하다

[인터뷰] '핫'한 신인 김민성 선수, 그의 축구 인생은 이제 '시작'

17.07.02 16:03최종업데이트17.07.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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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의 한 카페에서 김민성 선수를 만났다. ⓒ 아르마스


프로축구에서 막 입단한 신인 선수가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올해 광운대를 졸업하고, 안산 그리너스FC(이하 안산)에 입단한 김민성(23, DF)이다.

김민성 선수는 리그 데뷔 후 최근 선발 라인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꽤 '핫'한 신인이다. 지금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얼핏 보면 꽃길만 걷는 것 같지만, 프로 데뷔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학 졸업반에서 프로 새내기가 된 김민성은 지금까지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을까.

신생 구단과 함께 꿈을 키워가는 '로컬보이'

안산 출신인 김민성은 출신지와 프로팀 연고지가 같은 '로컬보이'다. 광덕초, 원곡중, 초지고를 거치며 학창 시절을 모두 안산에서 보냈다. 광운대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뒤, 올해 새롭게 창단한 고향팀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했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입단이었다. 프로 첫 구단으로 신생팀을 선택했던 그에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바로 지난 4월 9일, K리그 챌린지 6라운드 수원 FC와의 경기였다. 첫 엔트리에 올라간 날 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3대 3으로 비기고 있을 때였는데, 경기 시간 15분 남기고 이흥실 감독님이 갑자기 부르셨습니다. '수비가 흔들리니까 많이 뛰면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하셨어요. 너무 떨렸어요. 제가 출전하리라고 생각 자체를 못했거든요. 이후에 경기 뛴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영상 보고 다시 그 날을 되짚어 봤었죠."

데뷔전을 시작으로 김민성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9경기를 출장했다. 올해 리그에 얼굴을 비추고 성공적으로 팀에 안착했다. 챌린지 7라운드 아산과의 경기에서는 첫 선발을 경험했고, 최근 리그 다섯 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이흥실 감독이 김민성에게 보내는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2017 K리그 챌린지 16라운드 당시 모습 ⓒ 안산 그리너스 FC 페이스북


대학과 프로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다

광운대 시절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던 그였기에, 대학 축구와 프로축구의 차이점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자기 관리였다. 합숙소에서 기상 시간부터 식사 시간까지 하루 일과를 전부 정해주던 대학 시절과 달리, 프로는 모든 걸 스스로 챙겨야 했다.

"팀 분위기 자체는 (안산이) 신생팀이다 보니 화목하고 좋아요. 외국인 선수들도 같이 얘기하고 운동 끝나면 목욕탕 가고 그래요(웃음). 다만 이제 몸 관리를 자율적으로 하는 게 어렵습니다. 특히 체력적인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프로 선수들은 대학 선수들보다 훨씬 힘이 좋고, 경기 템포도 굉장히 빨라요. 그래서 요즘은 체격을 키우려고 근력 운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김민성은 광운대 시절 주로 백포 라인의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안산에 오고 나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기도했다. 멀티 플레이를 강조하는 이흥실 감독의 판단이었다. 다른포지션으로 나서는 데에 어려움은 없냐고 묻자, 오히려 김민성은 "그렇지 않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지금 안산에서 중앙 수비 말고 수비형 미드필더나 풀백으로도 뛰고 있습니다. 압박이 심한 포지션이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아요. 원래 제가 티아고 실바(파리 생제르맹)가 하는 것처럼 흐름을 읽으면서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선호하거든요. 제 롤모델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감독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려 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니까요."

수비처럼 인생도, 차근차근 '빌드업'

본인 생애 첫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성 선수. ⓒ 아르마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데뷔까지 순조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김민성은 시즌 개막 전까지 입단할 팀을 찾지 못했다. 축구를 계속할 지 기로에 설 정도였다. 몇몇 구단과 접촉을 했지만 내부 사정상 계약이 불발됐다. 안산과의 계약도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2월 초에 마무리됐다. 겨우내 동계훈련을 통해 시즌 준비를 하던 다른 선수들보다 몸과 마음 모두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을 다잡게 만든 건 역시 축구였다.

"1차 동계훈련 끝나고 나서야 안산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2차 동계훈련 때 잡생각을 지우려고 정말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그때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축구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축구 못 하면 군 입대 해야 하나 했으니까요(웃음). 초반에는 폼이 안 올라와서 힘들었는데, 경기를 뛰면서 많이 회복했습니다."

프로에서 배울만한 선수가 있냐고 묻자 김민성은 부천FC의 닐손 주니어 선수를 언급했다. 외국인 선수지만 중앙 수비수로서 넘치는 파이팅으로 팀 전체를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김민성은 티아고 실바처럼 빌드업을 잘 해낼 뿐만 아니라 강한 수비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가 10경기 출전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20경기는 뛰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최대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해내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선수가 되고 첫 인터뷰인 탓에 부끄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김민성이 들려준 대답은 확고했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기회를 붙잡겠다는 그의 말에서 집념이 보였다.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천천히 나아가려는 그의 태도는 마치 차분히 경기를 꾸려나가는 수비수 같이 탄탄했다. 김민성이 만들어 가는 축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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