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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이승엽이 가야할 길

국민타자 이승엽 은퇴룰 축하하며 드리는 제안

17.10.09 11:28최종업데이트17.10.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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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경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삼성라이온즈 제공> ⓒ 삼성라이온즈


많은 야구팬들이 '라이언 킹' 이승엽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23년간의 선수 생활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유지하는 데다 팀과 팬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처럼 야구팬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은 선수가 있을까싶다. 그는 실력과 인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인 467개를 비롯해 통산 최다 안타, 타점 기록 등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팀우승 한풀어낸 주역

삼성구단 입장에서도 그는 그 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지난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승엽은 팀의 오랜 숙원인 우승을 이루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당시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 마지막 타석에서 이승엽은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 동점 아치를 그려냈다. 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팬과 선수, 프런트 직원이 모인 대구구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고 한다. 이후 구단 내 이승엽의 존재는 선수 그 이상의 가치이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일 넥센 전 이후 삼성이 이승엽을 위해 은퇴식 이벤트를 별도로 추진하고 이승엽 재단에 1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2년 전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 된 이승엽에게 2년 30억원 가까운 거금을 주고 계약한 것 만 봐도 더욱 그렇다.

은퇴전서 홈런 친 타자는 이승엽이 유일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넥센전에선 2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올시즌에도 홈런을 20개 이상 기록한 이승엽이다.

이날 이승엽은 경기 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은퇴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대구지역 일간지 <영남일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성적이 좋을 경우에는 몇해 더 해볼까라고도 생각해봤지만, 2연 연속으로 9위를 차지하다보니 고참으로써도 책임감이 느껴졌다. 팀 세대교체 등 쇄신차원에서 내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며 소감을 전했다.

<매일신문>은 "우선 좋아하는 골프를 실컷 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며 "(은퇴 후)진로는 주위 분들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재능 및 수입 기부 어디까지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사는 이승엽의 인생2막이 어떻게 펼쳐질지 여부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이승엽은 은퇴 후 진로를 확실히 정하진 못했다. 일단은 야구 해설과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공부 등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후 이승엽에겐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도 언급한 것처럼 팀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올시즌 삼성은 KBO리그에서 55승5무84패 승률0.396 9위로 마감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9위다. 2000년대 한국시리즈 정규시즌 통합우승 4회로 '삼성왕조' 시대를 구축하며 최전성기를 구축한 삼성이기에 팬들이 받는 실망감과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승엽은 팀의 흥망성쇠를 한 몸으로 겪었다. 야구계 누구보다 팀 재건과 전력 재정비에 필요한 자원이다.

삼성 프런트로서도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이승엽의 빈자리를 구자욱이 메울 수 있다고 하지만 3~5번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너무 떨어진다. 다행히 외국인 타자 러프가 124타점으로 타점왕을 기록하며 대반전을 이뤄냈지만 최형우와 박석민, 나바로 등 거포가 즐비했던 3년 전 시즌과 비교하면 허약하기 짝이없다. 삼성의 올시즌 팀득점권 타율이 2할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이승엽의 공백은 팀전력에 마이너스다.

망가진 팀 재건에 힘보태야

은퇴 후 팀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오는 11월부터 괌과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시즌 마무리 훈련과 내년 1~2월 펼쳐지는 전지훈련에 참석을 자청해 후배들을 지도해야 한다. 신인 및 신고 선수들이 즐비한 2군에서 팀타선의 핵이 될 후배들을 찾는 역할이 구단으로선 절실하다. 본인이 그 동안 삼성팬과 구단, 야구계로 부터 받았던 사랑과 수백 억원의 막대한 연봉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대구경북지역 유소년 야구 선수들을 위해서도 이승엽의 할 일이 없지 않다. 지역 리틀야구계는 오래전부터 전용 리틀구장 건립을 숙원해왔다. 공주시의 박찬호 꿈나무 전용 야구장처럼 이승엽이 건립 금액의 일부를 기부한다면 대구시도 무상으로 삼성라이온즈 파크 일대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역 리틀야구계 학부모들의 기부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 동안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부를 펼쳐왔다.

수입 및 재능 기부에 올인하는 이만수

이승엽에게 은퇴 후 롤모델은 누구일까. 멀리있지 않다. 바로  같은 팀 선배였던 '헐크' 이만수 전 SK와이번즈 감독(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다.

이 전 감독은 감독직을 내려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기부를 실천해 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바쁜 일정을 쪼개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초중고교 야구부를 일일이 찾아 어린 선수를 만나 조건 없이 무료로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창립한 헐크파운데이션 재단을 통해선 수시로 광고출연료 등 수 억원을 유소년 야구 발전에 기부한 바 있다. 특히 2016년부터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한국야구 보급을 위해 야구장비 기부, 한 라오스 친선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전방위로 활약하며 야구계 선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승엽에겐 앞으로 많은 시간이 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다. 지금은 긍정적인 평가가 언론 지상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후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그의 행적에 따라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된다. 그를 좋아하는 야구팬들이 대다수지만 그 동안 그와 함께 야구계에서 동고동락한 많은 사람들은 이승엽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앞으로 이승엽이 보여줄 행보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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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20120502165535934.jpg
이승엽 기부 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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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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