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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름만 내세우는 축구협회, 습성부터 바꿔야

17.11.09 10:36최종업데이트17.11.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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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술발전위원장에 이임생 감독을 임명한 것과 홍명보 감독을 전무이사로 임명한 것이다. 그리고 유스전략본부장에 박지성이 임명되었다. 은퇴 이후 행정가를 위해서 FIFA 마스터코스 과정을 수료한 박지성의 행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관심이 쏠릴만한 일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이번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파격 발탁? 언론은 과거를 잊었다

홍명보 감독의 전무이사 부임과 박지성의 유스전략본부장 임명에 곳곳에서 '파격 발탁'이라는 용어를 쓰고있다. 그런데 진짜 이 인사가 파격적인 일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을 틀린 것일까.

그간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 행정가의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현역생활을 마치면서 행정가의 꿈을 이야기 했던 홍명보 감독은 행정가보다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히딩크 감독의 밑에서 코치를 맡기도 했고, 대표팀의 수석코치로서, 또 감독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한축구협회 이사 홍명보보다 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더 익숙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과거에 이미 파격 발탁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2005년 정몽준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에 재선출 된 뒤 당시 은퇴를 발표했었던 홍명보를 이사로 선임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사진에 포함되었으니 당시에는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몽준 회장의 뒤를 이어 조중연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홍명보 감독은 이사직을 맡았다. 각각 2005년과 2009년이니 홍명보 감독이 협회와 함께 한 시간이 10년 이상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홍명보 전무이사의 인사는 협회와 홍 이사가 함께한 시간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파격은 아니다.

그렇다면 박지성 본부장의 경우는 어떨까. 박지성 본부장은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보다는 행정가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스포츠 인문학, 경영학, 법학 등을 전문으로 하는 FIFA 마스터코스 과정을 마치면서 행정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올해 7월 FIFA 마스터코스를 졸업했고,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이번 인사에서 유소년 축구 전반을 다루는 유스전략본부장에 임명되었다.

협회가 개혁과 변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축구 영웅으로 평가되는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큰 사건이다. 하지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큰 기회와 권한이 주어질 수 있을지는 결과와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

임원인사, 과연 개혁의 시작이 맞나?

젊은 인재들을 좋은 위치에 영입하면서 협회의 개혁을 생각한다면 정몽규 회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유능한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가 있는 분야를 개선시킬 마음이 있는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원창호 심판위원장의 유임판단 때문이다. 물론 원창호 위원장은 2016년 12월 심판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해 역할을 수행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 위원장이 취임 후 인터뷰에서 밝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심판은 배제하려 한다. 실력을 떠나서 심판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심판이다. 3라운드 서울과 광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을 저지른 김성호 주심부터 VAR 판정으로 2골이 취소된 전북과 대구의 경기를 맡았던 박필준 주심까지 심판들의 기본적인 실수로 인해 제도 개편과 판정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성호 주심의 경우에는 무기한 배정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김성호 주심은 징계를 받은지 채 3개월이 안되어 복귀했다. 김성호 주심의 오심으로 인해서 K리그에는 VAR이 조기도입 되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제도까지 변화시킨 김성호 주심의 복귀에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무기한 배정정지 징계는 누구를 위한 징계였는지 알 수 없는 판단이었다. 원창호 심판위원장이 말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다.

김성호 주심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우승팀이 결정되었던 전북과 제주의 36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주심을 맡았다. 물론 K리그 주심 배정은 무작위 배정이기 때문에 의도적 배정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큰 오심으로 문제를 일으킨 주심이 리그의 우승팀이 갈릴 수 있는 경기에 주심을 맡는다는것은 꺼림칙한 일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유임되었다. 과연 협회의 개혁의지는 정말 있는 것인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인사와 조직개편은 도구일 뿐 본질은 협회의 습성이다

지난 몇 달간, 그리고 축구팬들이 꾸준히 외쳐온 축구협회의 개혁은 가지를 조금 쳐내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을 찾고 뿌리에 문제가 있다면 뿌리를 다시 심는 한이 있더라도 큰 변화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귀를 열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대중과 축구팬의 목소리를 사태가 커지고, 문제가 곪아서 썩고 나서야 들었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안도 마찬가지다. 한국축구의 전설로 불릴 수 있는 인물들을 앞세워 당장의 이미지만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박지성 하나 내세워서 분위기만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결국 사람의 얼굴만 조금 바뀐다고 해서 협회가 모두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큰 오산이다. 한 집단이 본질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두머리의 교체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습성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두머리만 바뀐 같은 집단이 될 뿐이다. 협회도 마찬가지다. 정몽규 회장이 정말로 축구협회의 개혁을 바란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정몽규 회장은 본인부터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의 임기는 내년으로 종료된다. 본인이 재선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대표팀의 내년 월드컵 결과가 정 회장의 임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월드컵에서 성공을 이뤄내도, 실패로 마무리 되더라도 명심해야 할 점은 협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작점은 협회장부터 시작해 전반에 걸친 올바른 습성을 만드는 일이다. 모두가 믿을 수 있는 협회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대표팀의 성적이 뛰어나도 팬들은 응원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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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박지성 홍명보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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