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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올림픽' 이후 30년 만의 개회식, '사람'이 중심이었다

[리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우려 불식시킨 안정적인 운영

18.02.10 10:42최종업데이트18.02.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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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올림픽 개회식은 단순한 이벤트 축제가 아니다. 개최국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가 고스란히 집약된 국가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올림픽 개회식으로는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대회가 꼽힌다. 전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국가 답게 영국 출신 팝 스타와 스포츠 스타, 영화배우들이 총출동한 런던올림픽 개회식은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한 편의 뮤지컬과 같았다.

<난타> 제작자로 유명한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 총감독이 연출을 맡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이 겨냥하는 포지셔닝 또한 런던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지컬이었다. 평창 올핌픽의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란 주제 하에 한국인들이 가진 열정과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개막식 무대들에선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움직임들을 군데군데서 찾을 수 있었다.

다섯 어린이, 개회식 관람객들과 소통... '사람'이 메인

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10시 20분까지,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평창 올핌픽 개회식을 요약하자면 평화, 사람, 기술이었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듯이, 이번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화려한 퍼포먼스가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반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신화와 전통 문화가 결합한 공연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평이다. 현대 예술에 한국적인 색채를 녹여드는 데 정평이 나있는 양정웅 개회식 연출자의 장기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돋보이는 것은 개회식에 메인으로 등장한 '사람'이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강원도에 사는 다섯 아이가(올림픽 오륜기를 상징)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아냈다. 개회식의 주인공인 다섯 아이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또다른 주인공인 개회식 참석 관람객들과 끊임없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보통 올림픽 개회식의 선수단 입장은 식이 끝날 때쯤 진행되는 게 관례로 여겨졌으나, 이번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개회식 시간도 짧기도 했지만 선수단 입장을 아예 식 중간에 배치하여 올림픽 선수들도 함께 개회식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치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역시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코리아'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는 장면이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 남북 단일팀 입장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앞세운 평창 올핌픽에 가장 걸맞는 코리아 선수들의 등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화봉송 최종 점화 직전 주자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소속 박종아 정수현 선수가 참여해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평화 올림픽을 더욱 강조한다.

김연아의 성화봉송, 우려 불식시킨 완벽한 마무리

▲ 김연아, 평창불꽃을 깨우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최종 성화점화 주자로 나선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트 연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화봉송의 최종 주자는 예상했던 대로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김연아였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 김연아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을 제외하면 동계 스포츠 불모지에 가까운 대한민국에 동계 스포츠 붐을 일으킨 선수다. 또 평창에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만큼 평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평창 올림픽의 공식 시작을 알린 것이다. 피겨 여왕 답게 피겨 스케이팅을 타고 성화대 위에 깜짝 입장한 김연아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스케이팅 실력을 자랑하며 한 마리의 백조처럼 아름답게 성화대에 불을 지폈다.

9일 이전까지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은, 불안한 행사로 보이기도 했다. 평창의 추운 날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장이 뻥 뚫린 올림픽 스타디움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평창 올림픽 진행 비리, 자원봉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군데군데서 운영상 문제점 등도 터져나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회였기에 아쉬움을 더했다.

그럼에도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기대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와 전통, 첨단 기술을 앞세운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인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될 만하다. 평화와 사람을 강조한 올림픽 개회식처럼, 앞으로 17일간 펼쳐지는 평창 올림픽 또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대회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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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평창올림픽 김연아 평창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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