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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보러 갔는데 '면목동행' 버스가 왜 여기서 나와?

평창 현장 누빈 각양각색 올림픽 셔틀버스, 어떤 버스가 다녔나

18.02.24 17:29최종업데이트18.02.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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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평창 휘닉스 파크 앞에 셔틀버스가 늘어서 있다. ⓒ 박장식


평창 동계올림픽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남겼는데, 특히 '직관'의 묘미 덕분에 엄청난 수의 관중들이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강릉 올림픽파크 등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다만 직관이 가능한 장소들 대다수가 대중교통이 자주 통행하는 읍내나, 진부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셔틀버스였다. 자원봉사자와 버스 기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셔틀버스는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천 명에서 만 여명에 이르는 관중들을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었다. 일례로 바로 직전 경기가 끝난 경기장에서 수송몰로 가는 버스를 10여 분 만에 이용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올림픽 셔틀버스가 제 소임을 다하여 성공 요인이 되었던 가운데, 이 곳에 투입된 셔틀버스의 '총 결산'을 해볼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셔틀버스가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 그리고 올림픽 셔틀버스가 '마케팅'의 장이 되는 이유, 그리고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외치게끔 만드는 특이한 버스까지. 다양한 올림픽 셔틀버스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버스 탄 손님들, '클럽 버스'라며 좋아하네


평창 동계올림픽의 셔틀버스 대부분은 관광버스로 운행되어서, 외국인들에게 신기한 풍경을 전해주었다. ⓒ 박장식


평창 동계올림픽 셔틀버스의 대다수는 관광, 전세버스 업체의 버스들이다. 평소의 평일, 주말이라면 유랑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을 법한 전세버스들은 대부분 버스 내부에 휘황찬란한 조명을 장착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MV에도 나왔던 관광버스에서의 가무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러한 수요가 아직 있어 대부분의 전세버스가 관광버스 특유의 내장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외국인들에게는 퍽 즐거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버스 안은 무도회장을 방불케 하는 조명이 바닥, 천장 가릴 것 없이 차지하고 있고, 버스 안에 엄청나게 큰 대형 TV도 설치되어 올림픽 경기를 내내 틀어준다. 이런 점이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어필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SNS를 통해 외국인 선수, 기자들이 올린 셔틀버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진부역 진부 수송몰에 평창 올림픽 셔틀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 박장식


더욱이 버스 안에 노래방 기기, '라디오 콘솔'을 방불케 하는 음향장치, 심지어는 냉장고와 정수기까지 있는 모습은 충격을 준다. 운전석부터 맨 뒷자리까지 번쩍번쩍한 '아재 취향' 이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 미국 기자는 자신의 SNS에 '라스 베가스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업로드하였고, 프랑스 기자는 '버스가 초현실적이다'라고 올렸을 정도이다.

해외에서는 버스로 산악회나 결혼식 등을 통해 시끌벅적한 여행을 하는 문화가 익숙지 않아, 이런 관광버스 문화를 실제 보는 것이 특이할 터이다. 프랑스의 <르 몽드> 지는 한국의 셔틀버스에서 찾은 관광버스 문화를 소개하며 '놀라운 경험이 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역시 관광버스 안 풍경을 소개하며 '셔틀버스가 평창 올림픽의 스타가 된 것 같다'는 기사가 올랐을 정도이다.

서울 시내버스가 평창 경기장으로... 여기서 버스 타면 '면목동' 가나요?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에 서울 버스가 떴다. 서울 버스인데 승객을 태운다. 정체는 바로 '교통 약자를 위한 셔틀버스'. ⓒ 박장식


한국인들에게도 재미있을 법한 요소가 있다. 강릉 올림픽 파크와 평창 대관령 주차장 등을 찾으면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버스 말이다. 그 정체는 바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익숙한 서울 버스다. 파란색, 초록색의 어디서든 눈에 띄는 직관적인 도색으로 사람들에게 '시선 집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 버스를 보고 '이거 타고 집 갈까?'라는 대화를 나누는 가족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서울 시내버스가 생뚱맞게 올림픽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서울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이 국내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올림픽 기간동안 장애인과 노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운행되는 저상버스는 대다수의 버스가 서울 시내버스로 채워져 운행되고 있다. 기사들 역시 그 버스를 몰던 기사들인데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평창과 강릉을 운행한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저상버스가 필요하다고 각 베뉴의 관계자에게 요청하면 각 수송몰에 있던 이들 저상버스가 이들을 운송하러 각 베뉴로 달려오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미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이들 교통약자 버스를 이용해 관람을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평창과 강릉에 CNG 충전소가 없어 멀리 동해시에 있는 충전소로 이동하여야 한다는 것이 흠이란다.

금호고속의 전세버스가 클라이언트의 수송을 위해 진부주차장에 멈춰서 있다. ⓒ 박장식


이런 익숙한 버스의 사례는 '고속버스'에도 적용된다. 중앙고속과 금호고속의 전세부 차량들이 미디어, 관계자나 자원봉사자를 위한 셔틀버스로 운행되어 호평을 받았고, 플랫폼이 세 개 밖에 없는 평창 횡계터미널에는 처음으로 중앙고속과 동부고속의 고속버스가 들어와 올림픽 기간동안 운행되었다.

셔틀버스가 마케팅의 장 되기도

현대자동차가 수소 전기버스를 홍보하기 위해 설치한 수소전기버스 탑승장 부스 ⓒ 박장식


셔틀버스가 마케팅의 '장'이 되기도 한다. 강릉 올림픽파크와 강릉역을 잇는 셔틀버스 중 네 대, 강릉, 평창과 양양국제공항을 잇는 셔틀버스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현대자동차의 버스 모델이 나선다. 특이한 것은 이들 버스가 수소를 기반으로 한 버스라는 것. 일렉시티를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버스와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한 수소버스가 이번 올림픽을 찾았다.

이를 통해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자칫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수소자동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을 수 있다. 정류장에서도 이들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을 운영하면서 이용객들이 수소전기버스에 대해 알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현대자동차는 셔틀버스 이외에도 수소 SUV인 넥소를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관중, 미디어, 선수까지... 모두가 만족한 평창 버스

평창 올림픽 셔틀버스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행되었다. 이제 패럴림픽이라는, 어찌 보면 더욱 큰 관문이 남았다. ⓒ 박장식


평창 올림픽 기간 투입된 버스는 2000여 대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의 버스가 친절한 운행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버스 운행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등의 노력으로 인해 평창을 찾은 국민들과 외국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으며, 개중에는 경기보다 버스의 친절함, 그리고 버스 안팎의 풍경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는 인식을 얻게 된 경우도 많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초기 셔틀버스와 관련된 논란을 말끔히 불식시켰다. 경기가 끝난 직후나, 도로 정체가 심할 때에는 제 때에 버스가 운행하지 못했을 때도 있지만 경기장을 향하는 버스, 경기장과 수송몰을 잇는 버스, 선수촌이나 미디어촌을 이어주는 버스 등이 원활하게 운행되어 좋은 인상을 남겼다. 기사들 역시 친절 및 안전운행하며 안전벨트 착용을 권하는 등 안전에 신경썼다.

평창 패럴림픽 때에는 장애인들 역시 이들 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미션을 부여받는다. 선수들의 대다수가 장애인이고, 관중들 중에서도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에 충분한 점자표지나 경사로, 저상버스나 리프트 장치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패럴림픽 때에도 모범적으로 운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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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셔틀버스 교통 평창군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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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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